집에서 부업으로 하던일이 많이 없어서 개인슈퍼에 취직한지 한달이 다 되어갑니다.
예전에 대형매장에서 현장직으로 근무한 경력2개월이 있지만 카운터 계산원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카운터 계산원은 돈을 직접적으로 만지는 일인지라 신경을 쓰지않으면 곤란한 일이 생깁니다.
한달도 안되어서 벌써 시제가 맞지 않은 경우가 두번이나 있었습니다.
근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인데 점심시간까지는 사장님이 주로 보시고 저는 점심시간 이후로 카운터를 봅니다.
개인슈퍼라 그다지 바쁜건 없지만 배달이 많은 곳이라서 배달직원과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착오가 난 것 같은데 카운터를 누가 보든 간에 근무시간 동안 제 이름이 찍인 계산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처음에 5만원이 착오가 났을때는 영문을 알 수 없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4만원이 착오가 났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록을 분명 꼼꼼히 다 했는데 외상거래도 한 군데 뿐이었고 결론은 배달직원에게서 한 거래처의 돈을 받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달직원은 돈을 다 줬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날따라 4만원짜리 배달이 여러개였거든요.
하지만 사장님과 사모님은 돈이 자꾸 비니까 저와 배달직원을 의심하겠지요.
감시카메라가 구석구석 다 있는 곳에서 허튼짓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저는 의심을 받을 것입니다.
오늘 사모님의 인상을 봐도 저를 못미더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 같았습니다.
직장생활 하면서 돈 때문에 의심받는 것 만큼 치사하고 괴로운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배달직원을 무턱대고 의심할 수도 없고 결국 제 스스로 자책을 하게 됩니다.
1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 착오가 나고 보니 정말 화가나고 잠도 깊게 잘 수가 없습니다.
사장님과 사모님은 아직까지 어떻게 책임을 지라는 말도 한마디 하지 않지만 월급날이 되면 무슨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의심받을 바에 돈을 물어주고 그만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전형적인 소심한 A형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은데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면 오래 다니기가 힘들겠지요.
결국 제가 똑똑하게 처리하지 못한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만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 참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