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만 납니다.
평생을 누군가에게 기대고 살아야하는 운명을 타고나신 분이기에
그분의 어깨가 되어드려야 하는 누군가는 숨이 막히고 목이 조여옵니다.
저요. 어릴 때부터 효녀딸이었답니다.
말잘듣고 공부잘하고 엄마생각 끔찍히 하고...
언니는 어릴 때부터 가정일에 관심 별로 없었고, 맞며느리로 시집간 후로 시부모 봉양에 친정일 아예 눈감고 살고
오빠는 너무 이사람 저사람 입장파악이 잘되는 사람이라 마누라 입장 생각해 엄마 모신다 소리도 못하고
울 신랑 새벽에 나갔다 늦게 오니 자기는 상관없다며 엄마보고 집에 와계시랍니다.
물론 자주 오시는 거 좋지요.
우리 아이들도 할머니 좋아하고 할머니도 우리 아이들 사랑해주시고...
도데체 뭐가 문제지?
시어머니도 아니고 친정엄마 자주 오는거 갖고, 게다가 신랑이 싫어하지도 않는다면서?
그래요. 도데체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그래서 제가 너무 엄마에게 못되게 구는 거 같아서 괴롭고 답답하지만, 그래도 이런 생활이 너무 싫으네요.
일년이면 거의 반 정도를 우리집에서 지내시는 엄마.
오빠집은 맘 불편해서 싫고, 언니네 친정일 신경 못쓰는 거 백번천번 이해하고, 동생네는 살림이 어려우니까 가있기도 뭐하고, 엄마 집은 혼자라서 외롭고 쓸쓸하고...
엄마 사시는 집 우리가 융자 내 사서 오빠네가 전세값만 보태고 엄마 사시라고 드린 겁니다.
이모 아들의 사업실패로 보증섰던 엄마집 통째로 날아가고 전세로 전전하는 거 보기 딱해서 울 신랑한테 졸라 엄마 그집에 사시게 한거죠.
여담이지만 우리 오빠부부 우리가 엄마 돈 보태서 그 집 장만하려고 엄마를 이용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짐작이지만요.
어쨋든 그집 앞으로 대출이자 50만원씩 꼬박꼬박 들어가고요.
33평이나 되는 새집이고 살기에 불편한 것도 아닌데 엄마는 그 집에 정을 못주네요.
팔고싶어하는 신랑눈치 애써 외면해가며 돌아가실때까지는 엄마 그집서 살아야 한다고
고집을 피워놨는데
이자는 이자대로 나가고 엄마는 엄마대로 한달이면 일주일도 그집에서 생활하질 않으니 -게다가 우리집에만 와있겠다고 하시니 신랑은 말 안해도 제가 눈치가 보입니다.
저 결혼한지 15년차입니다. 아주 밑바닥에서 고생고생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신랑 혼자 다 일군 살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저 시집올 때 말 그대로 숟가락몽댕이 하나 해온 것 없구요. 친정도움 손마디만큼도 받아본 적 없구요-경제적 도움요- 제가 나가서 돈한푼 벌어본 적 없어요. 저도 신랑한테 얹혀서 신랑신세만 지고 있는거 같아서 옷한벌 화장품하나 제대로 사서 쓰지도 못하는데 엄마한테 용돈 매달 꼬박꼬박 드립니다. 저 그렇게 나쁜 딸년 아닙니다.
근데... 자꾸만 엄마가 싫어져서 엄마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게되고, 퉁명스럽게 댓구하게 됩니다.
좀 어지간히만 하면 좋겠는데 너무 자신 입장만 생각하고 사시는 것 같아 짜증스럽습니다.
물론, 엄마 저 사랑하십니다. 아껴주시고 위해주시고 도와주시려고 애쓰시고..
근데 저를 도와주시는 것도 이제 사양하고 싶습니다.대청소하신다고 버릴거 안버릴거 싹쓸어버리고, 세탁소에 맡길거 손빨래할거 싹쓸어 세탁기에 넣어 돌리시고, -언제는 세제 대신 하수구 뚫는 약을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빨아놓으셨더라구요.
그리고 살림을 잘하네 못하네.. 올케언니는 살림솜씨가 끝내주고-그 끝내주는 살림솜씨로 엄마 한달도 안모셨는데... 하다못해 갓 시집온 손아래올캐도 나보단 낫겠다네요. 시댁어른들한테는 저도 살림 깔끔하게 잘한다 소리 들을 정도는 되는데도요.
엄마가 잔소리가 심하고 시댁식구들이 마음 넓으시고 뭐 그런 문제가 아니라
늘 쳐다보며 구석구석 다 까발리고 살게되는 경우의 부작용인 거죠.
그냥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고싶은데 외로운 엄마에게 너무 심한 요구일까요?
그냥 적당히. 한달에 한번정도만 오셔서 4.5일만 묵어가신다면 맘 편하게 엄마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