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학원강사입니다.
대학1학년때 부터 시작해 벌써 15년째네요.
그렇다보니 전 이일을 천직이라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껏 부산에서 고등부 수학 강사와 여러 층의 학생들 과외를 전문으로 하다가
올봄에 경기도로 왔어요, 결혼하고.
노는건 영 체질이 아니라 여기 경기도로 와서는 쉬엄쉬엄 일하려고 초등 5학년 두반을
맡아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큰아이들만 상대하다가 어린아들을 가르치니 좀 싱겁기도 하고 또 아이들이 절 약간
무서워도 하고 그랬어요. 말투도 사투리가 좀 있고 뭐 경험이 많다보니까 만만하지 않았던
거지요.
저도 부산 아이들보다 윗쪽 아이들이 좀 깍쟁이 기질이 있고 개인주의적이 성향이 강한것
같다는 느낌을 나름 받고 있답니다.
근데 문제가 터졌네요. 두달만에.
제가 가르치는 반 중에 성적이 좀 낮은 반 아이들은 대부분 여자 아이인데 제가 첨 왔을때
원장님이 그 반 아이들 골치 아프다고, 제 전에 선생님도 아이들 때문에 위장병 생겨
그만 두었다고 하더군요, 잘 다루라고.
아이들이 없는 말 지어내서 친구들 돌아가면서 왕따시키고 심지어는 선생님한테 까지도 그랬나보더라구요, 학원선생님이 저희들 무시하고 차별하고 뭐 그런다고 심심하면 원장실 찾
아가고 선생님한테 대들고 그래서 선생님이 못견디고 그만둔거라 하길래 사실 저 좀 웃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영악하지만 설마 그 정도 일까 하구요.
나름 경험도 많은 저라 애들 잘 이끌면서 그럭저럭 말썽없이 잘 수업해 왔는데 어제 그 중 제일 성격이 못된(제가 보긴 그랬어요, 그 애가 늘 주도자였거든요)아이가 학원을 결석한다고 문자를 보냈더군요.
거의 1주일째 학교일 핑계대며 빠진터라 제가 답장을 이렇게 보냈어요. 지금껏 엄마한테 다 허락받았다고 해서 선생님 믿고 있었는데 오늘 결석하는 것도 엄마가 아시냐고.
그랬더니 엄마는 모른다고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라그러더군요, 끝에 죄송하다면서.
그래서 제가 아프면 쉬는건 당연하지만 학원 입장에서는 부모님께 알리는게 도리다 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이런 문자들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죄송하다면 그냥 넘어가주면 어디가 덧나요?'
'내가 학원 안가는데 선생님이 무슨 상관인데요?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요'
'나이많으면 다야? 다 같은 인간인데'
'어디 두고봐라, 내가 어떻게 하는지 ㅋㅋ'
'후회하지 마라 받은만큼 돌려주겠다 ㅋㅋ'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원장님께 문자를 보여드리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엄마는 결석한것도 모르시고 자기 아이 편을 들면서 그 문자를 그대로 보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보내줬죠. 원장님은 안그래도 그 아이 벼르고 있었는데 잘됐다고 학원측에서 그 아이를 자르겠다 하시더군요.
전 그냥 웃음만 나왔어요. 제가 아직 아이는 없지만 십년이 넘게 이런 아이 저런 아이 봤지만 이런일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제가 걸러서 써서 그렇지 사실은 도저히 초등5학년이 했다고는 할 수 없는 내용의 문자였어요. 오래 그 아이를 봐온 원장님은 정신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라고 까지 했으니까요.
근데 오늘 오전에 그 아이 엄마가 전화를 했네요. 죄송하다고. 자기가 일하느라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했다고.
그런데 아이를 야단치지는 않았답니다. 아이 성격이 너무 불같고 까칠해서 야단쳤다가는 삐뚤어질까봐 그냥 달랬다네요. 그러면서 저더러 좀 잘봐달라시더라구요.
전 이해가 안됩니다. 당연히 아이를 혼내야 하는것 아닌가요?
모든걸 떠나서 어른한테 그런 문자를 보내는 건 적어도 혼내야 하는것 아닐까요?
물론 그아인 원장님이 부모님께 전화하고 해서 학원측에서 정리를 했지만 전 아직도 어이없고 이해가 안되네요. 부모가 되면 다 그런건지..
저희끼리는 그래요. 너무 버릇없고 막되어먹은 아이들보면 참 부모가 누군지 궁금하다 그러면서 자식 뭣같이 키웠다 욕하고 우린 저러지 말자 뭐 그러거든요.
자식 맘대로 안된다지만 부모가 자식을 무서워하며 틀린걸 알지만 야단 못치는 건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제 일에 회의가 와서 두서없이 넉두리 해 봤네요..
혹시 현명한 조언 있으시면 해주세요..
앞으로 아이들 지도 하는데 참고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