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23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있는 나


BY 해인 2007-09-06

어릴적 엄마 아버지는 매일 싸웠다.

칼이 날아다니는건 기본,,다같이 죽자며 기름통 들고 설치기도 했다.

아버지는 순하기만 했지 융통성이 없어 엄말 감당못했고 엄마는 다른 사람에겐 말도 못하고 모든 화풀이를 아버지에게만 했다.

엄만 말하자면 아버지의 두번째 아내였고 전처소생 자식들을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거들면 난리가 났다.

특별히 아버지가 그런것도 아니었는데...

전처소생아이들에겐 방치였고 자신이 낳은 아이들에겐 과보호였다.

사사건건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만 신경썼고 공부를 잘했던 나에게는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대학 다닐때 과회장을 하면 총학생회장으로 둔갑했고 어디 취직하면 무조건 일류기업으로 둔갑했다. 나는 항상 엄마의 거짓말을 둘러대느라 머리속이 복잡했다. 나의 생각을 말할수 없었고 함부로 이야기할수도 없었다.

나는 늘 엄마의 기대에 못미치는 딸이었고 그래서 좋은 회사엔 들어갈수 없었다.

어디에서든 일등을 해야 하니까...

엄마는 자식때문에 어쩔수없이 사는 인생이었고 자식들은 거기에 보답해야했다.

나는 활발한척했지만 무척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아이로 자랐다.

남들눈엔 모범생..

남의 무리한 요구에도 대꾸 한마디 못했고 집에와서 혼자 끙끙 앓는 날이 많았다.

만성두통과 심한 편두통...어지럼증...가슴의 통증과 중학교때에는 안면마비까지 왔다.

엄마에게서 받은 모든 스트레스는 나를 병들게 했고 결국 뭐하나 제대로 해내는게 없는 인간으로 만들었다.

엄마는 늘 자신에게 피해준 사람들의 욕을 내 앞에서 했다.

나는 엄마와 대화를 해본 기억이 없다.

엄마는 흥분한 상태로 고함지르며 그 사람들 욕을 내 앞에서 해댔고 나는 그 앞에서 엄마의 화와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나는 그러면서도 엄마를 위로했다.

"엄마 내가 있잖아..그 사람들 벌받을거야...내가 엄마한테 잘할께"

웃음만 난다.

엄만 우릴 위해 산다고 했지만 정작 당신은 자식 필요없다고 했다.

자기는 빨리 죽을거라며...속 상해서 빨리 죽을 거라며...나한테 자신의 통장 보관장소를 가르쳐주곤 했다. 너만 알고 있으라며..

나는 밤마다 엄마가 죽을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그랬던 엄마는 지금도 잘 살아계신다..물론 몸은 좋지 않으시지만...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던 엄마 생일날...모든 음식을 내가 해갔다.

떡부터 나물, 과일, 생선까지..물론 맛은 없었지만 난 엄마가 맛있게 먹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엄마는 수고했단 말 한마디 없었다.

"떡은 여기서 하는게 더 맛있는데, 도대체 어디서 했노?"

지금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잘 못한다.

그 사람이 좋아할지 싫어할지 너무 헷갈리니까

싫어하는걸 선물하면 어쩌나 하는 죄책감때문에...

얼마전 아들이 엄마의 어렸을적 일기를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봤다.

거기에 이런 글이 있었다..

"나는 밥벌레이다..나만 없없으면 엄마 아버지가 저렇게 고생하지 않았을테데...난 기생충이다. 엄마 아버지의 피를 빨아먹는..."

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한번도 존재에 대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나...

단지 공부를 잘하고 말썽 피우지 않아서 관심받았던나..

그래서 나는 항상 일등이어야했고... 남들과 싸워선 안됐다.

남편을 만나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편안한 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늘 불안하다.

이유없이 아이들에게 소리지르고 속이 꽉 막힌것처럼 답답하다.

어린 시절의 내가 아직 내 속에 그대로 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노심초사했던 지난날의 나...

죄책감에 사로잡혀 항상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나...

대화로 문제를 풀어본적이 없어 늘 고함지르듯 말하는 나..

뭐든지 빨리 해서 결과를 봐야 하는 것....

하루밤 사이에도 몇번씩 깨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모든 잘못을 사랑으로 포장한다.

세상 부모가 자식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냐고?

웃기는 소리다...

엄마와 아버지가 이혼하길 바랬다. 간절히

절대 이혼하지 않으셨다.

성숙되지 않은 인간은 결혼하면 안된다.

또다른 불행을 낳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사회시스템이 좋아져 많은 부모교육이 이루어지고...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사회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부정적인 패턴이 대물림되지 않으니까,.

나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여전히 과거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30년 넘게 학습된 방식이니 ...

 

이렇게라도 쓰고 나니 한결 가벼워지네요...

모두 정말 좋은 부모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