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거 별로 없고 크게 내세울 것도 없었던 친정엄마였지만
큰며느리에게 요즘처럼 대놓고 기죽지는 않았었어요.
친정어머니는
평생 살아오신 지혜로 어린 딸과 며느리들에게 가르칠것이 오히려
많으셨었죠.
이것은 이렇게 해라, 저것은 저렇게 해라 등
생각이 짧고 융통성 없는 판단에 대해 지혜를 가르치실 일이 많으셨죠.
나도 나이먹고 아이들을 볼 때
청년이 되었지만 어리석은 아들들에게 가르칠것이 많기는 하더군요.
그렇듯 자식들은 부모에게서 어른들에게 배우며 성장합니다.
물론 남일 수밖에 없는 며느리는 어떤 면에서는 된시어머니였을 겁니다.
이제는 나이 팔십을 넘기시고 건강과 체력도 예전 같지 않으시며
경제력도 없이 자식들에게 오로지 의지해서 살아가는 친정어머니가 되셨어요.
멀리 사는 나는 친정엘 자주가지를 못합니다.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나 특별히 시간을 내서 친정에 가곤합니다.
얼마전
친정에 행사가 있어 갔었어요.
그런데
큰올캐언니가 친정엄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올캐는 무슨말을 하는 끝에 친정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 어머니 저리 가 계세요. 참견하지 마시구요."
엄마는 아무말 없이 저쪽방으로 가셨어요.
그 뒷모습이 너무도 쓸쓸해 보이더군요.
나는 올캐언니의 얼굴을 흘끔 쳐다 보았습니다.
새삼스러울거 하나도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늘 하던 말투고 늘 부모에게 하던 대접의 형태인듯
자연스러웠습니다.
방안에 가서 가만히 텔레비젼만 보고 앉아 있는 친정엄마의 모습은
소문으로만 듣던 천덕꾸러기 뉘집 시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전쟁에 패배한 패잔병처럼 너무도 초라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내어머니에도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어머니가 경제력이 없어지고 자식에게 신세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그렇게 천대를 하는 것일까요.
젊은 날 미숙함에 가르침 받았던 시어머니에 대한 반감으로 그런것일까요.
늙고 노쇄한 친정어머니를 대하는 올캐의 모습에서
나는 살벌한 인생사마져 느껴졌으며
만감이 교차되었습니다.
다들 친정어머니는 잘 살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