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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울 엄마


BY 맏딸 2007-10-16

 

울 엄마 한동안 이웃끼리 왕래하며 잘 지내더니

뭔일로 틀어졌는지 요새는 왕래들이 뜸하다.

돈이라도 많은 남들처럼 우아한 취미라도 즐기고

친구들 친지들 자주 찿아가면서 밥도 사고 쇼핑도 다니고

그러면서 노후를 보내실텐데 울 엄마는 돈이 없으니

맨날 나한테 전화 하는게 전부다.

엄마 왜? 하면

그냥 심심해서 해봤다 하신다.

나도 심심해서 인터넷이랑 노는데 울 엄마는 인터넷도 할줄

모르니 얼마나 하루가 무료하고 따분하실까...

아버지가 장애인 이시라 어디 맘대로 오도가도 못한다.

나이 얘순 넘어서까지 신랑 수발 일일이 들려니

이제 엄마도 지치겟지.

젊으실때엔 아버지 대신해서 생계 꾸리시며

형제 많은 집 맞며느리 노릇 하랴 농번기엔 조부모 도와

농사일 거들러 다니랴 몸 성치않는 신랑 비유 맞춰가며

우리 4남매 키우랴 참 고생도  많으셨다.

아마 나같음 고생스러워 새끼들도 내팽개치고 벌써 도망갔을거다.

엄마가 고맙고 존경스럽다.

한번식 결혼해서 신랑이랑 아옹다옹 해도

울 엄마도 살았는데 내가 이것쯤 못하고 사나 싶어 이혼은 꿈도 안꾼다.

고생한 엄마인데  노후에  자식 이혼은 또다른 배신일것 같아

나는 행여나 신랑때문에 속이 상해도 너랑 죽어도 끝까지 살거야 한다.

사실 신랑 땜에 속 상할 일은 거의 없다.

울 엄마 나 큰애 수유중일때 젖꼭지가 크면 서방복이 있다고 하던데

니가 그런갑다 하심서 딸에게 잘하는 사위를 보고 항상

참 별시른 사람 다 있다 하신다.

울 아버지는 원래도 무뚝뚝한데 장애인 되시고는

당신 처지가 비관스러우셨는지 밥상 엎기 바쁘셨단다.

엄마 말이 맞는지 아닌지 알수 없지만  내가 유방에 비해서

유두가 좀 큰 편이고  남편도 성실 자상  다정다감 ..ㅋㅋ

암튼 늘 고마운 신랑이다. 것두 내복이지 뭐.

그런데 시집이 지랄이다.

한동안 고민이었지만 요즘엔 신경 끄고사니 속편하다.

허기사 이것도 없음 나는 뭔 재미로 사나 싶어

인생이 넘 순탄해도 재미없지 하며  나 스스로를 위로한다.

 

엄마가 여름에 손목을 함 삐긋하시고 나서는

그후 치료를 대충 햇던지 몇달이 지난 아직도 아프다고 하신다.

멀리 서울까지 동생 상견례 다녀오시더니 그일에 신경을 쓰셨던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픈 손목이 더 아프더란다.

아마 긴장이 풀려서 그러가보다 했다.

내가 진작에 늙어서 다치는건 잘 안낫으니 치료 제대로

해라고 누누히 이야기 해도 한귀로 흘려 들으시더니

석달이 넘도록 다친 손목이 아프니 새삼  당신이 늙음을 느끼시는지

서글퍼 하는 눈치다.

에구 말이라도 좀 이쁘게 하는건데..

얼릉 엄마가 완쾌되셨음 좋겠다.

사실 난 울 엄마한테 감정이 많았었다.

그래서 여기다 몇번 속을 풀기도 했었지..

그런데 내가 생각을 바꾸니 내가 편해졌다.

신랑 보기에 미안해서라도 더이상 고집 부리기도 싫고..

늙은 엄마가 바뀌는것 보다 젊은 내가 바뀌는게 쉬울것 같다 싶어

맘을 돌리기로 한거다.

그냥 나 낳아 여태 키워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엄마를 봐준거나 다름없다.

해가 다르게 늙어가신다는걸 느끼니 그냥 잘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눈치꾸러기 자식이 더 효도 한다더니 내가 요즘 그짝이다.

울 엄마도 그동안 나에게 모질게 한게 미안하신지 고맙다 소리 자주 하시네.

언제는 인연 끊자고 큰소리 내시던  양반이 ...

아직도 그것만 생각하면 눈물이 찔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