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달빛도 놀놀한 은행잎을 닮아가는 가을인데...
시든 국화처럼...
흔적만 남은 코스모스처럼... 가을 오후가 쓸쓸하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를, 내 손으로 꿔 먹어 보았다.
씨꺼먼 거짓말.
오히려, 더 뛰쳐 나가고 싶더라.
아...
목젖이 메마르는 계절.
하고픈 한마디가, 목젖을 타고 올라오다 가슴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 그만 먹어... '
나지막한 한마디가 가라앉고 만다.
불룩한 남편의 배가 걱정스러워, 소식하라 권장하다가도
섬세하다 못해서, 밴댕이속알딱지인 남편을 위해 참는다.
섬세한 배려...
그렇다. 내 사랑은 배려에 익숙하다.
사랑은 상대방을 겪으며, 성숙해지는가?
어느 가을날, 불룩한 배, 생각해서 소식하라 했다.
밴댕이속알딱지가 뒤집어질세라,
조심스레 베시시웃으며 소식하라 했더니...
아...
밴댕이...
아C...
밴댕이...
' 미티그라 ' 라는 알약을 사들고 왔었다.
아...
성인병 걱정해줬지, 성인답게 살자 하였던가?
밴댕이...
밴댕이...
쫍은 속으로 상심을 얼마나 했길래...
밴댕이의 눈물나는 배려라니...참. C...
아...
사랑은, 상대방을 배려하며 성숙해진다.
가을처럼...
스산하게 떨구어 내면서도, 화려한 단풍처럼 웃어보이는 헛웃음은 성숙하다.
아...
가을인데...
헛웃음 지으며 홀로 달을 본다.
' 미티그라... 미치겠네. 아카데미, 깐느,베를린...부산....'
배려, 성숙한 배려...
아...
가을인데...
귀뚜라미 소리에 " 스끄러워! " 라고, 외치는 건조한 나의 사색.
마누라의, 건조한 사색에 어떤 연민도 모른채,
대책없이 나뒹굴며 낙엽처럼 잠든 남편이여,
그대여, 그대때문에 잠 못이루는 밤들...
"시끄러워! 그게 사람의 코야? 크락션야? 아니면, 뱃고동?"
아...
풍성한 가을인데...
가을오후, 가슴엔 벌써 찬서리가 내린듯 춥다.
왜 그럴까? 이 낯선 허전함은 무엇일까?
아...
점심을, 안 먹었구나.
가을엔 밥을 안 먹으면, 더욱 허하다.
계절끝의 허함도 밥씸으로 채우며 살게 된다.
아... 가을인데,
어디든지 좋다고...
가을여행 떠나자 했더니...
남편이 역술가의 눈빛으로 말한다.
" 집 나가면 고생이란다. "
밴댕이속알딱지...
밴댕이속알딱지...
' 미티그라 '를 손에 쥐어 주며,
알았다고...
알았다고...
다 안다고...
알긴 뭘... 알어! C
낙엽 타작타작 타는 냄새가,
내 가슴속에서, 메마른 목젖을 타고 피어오른다.
' 비러머글... 유사품... 씨앙......'
어디선가 들려오는 퍼런트럭 커플의 싸움소리...
" 이 마누라야! 내장산에 가자니까 귀찮다고? 집에서 살만 찌울래? "
" 어짜피 내려올걸 왜 올라가? "
아...
싸우지 쫌! 마라.
퍼런트럭커플아, 정말... 그대들이 싫다.
갈테면 조용히 떠나라... 제발......
아...
시어머니 전화 왔다.
가을이니 남편 보약 쫌! 챙겨 먹이라고...
밥 먹으면서 땀 흘리더라고.
자면서도 흘리는 땀.
아... 어쩌라고.
아직도, 당신 자식의 가치관을 모르시다니...
그는 보약보다 ' 미티그라'를 맹신합니다.
아...
아파트 조경이나 살피며, 달래보려 한다.
유사품에 열불난 내 가슴을...
절규하듯 싸우며, 부부애 과시하는 퍼런트럭커플에 대한 미움을... 달래야지.
건조한 가을.
코딱지마저 내 마음처럼 뻐그럭 댄다.
후빌수록 들어가고...
코구멍이 두개라 다행이지.
세개였으면, 겨울이 오기전에 속터져 죽었겠다.
아...
가을인데...
코쓰모쓰처럼 한들거리다가,
으악새처럼 건들대며 괜스레 퍼런트럭 커플만 짜려 보게 된다.
비러머글 코딱지가 ...
아... 코피만 나온다.
비러머글 코딱지.
퍼런트럭커플, 어찌하여 키득거리며 웃는것이냐?
코피 터진게 웃기냐?
잘 주무셨냐고?
뱃고동 소리가 시끄러워서 못 잤다!
그대들이 벌건대낮에 싸워서 낮잠도 못 잔다.
퍼런트럭커플 이사 갔으면...
가을인데, 이사갔으면.
가을인데... 나, 어디로 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