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카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고 싶지 않아요.
그저께 동서의 전화가 왔습니다.
'삼촌이랑 동서는 결혼식에 안왔음 좋겠다.'
제가 왜냐고 여쭈었더니 그러시네요.
'삼촌이랑 동서가 재혼했으니까 쪽팔리잖아. 내 며느리 보기 쪽팔려서'
이게 웬 황당한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이혼사유는 저도 아는데 전처의 바람이었습니다.
저도 전남편의 바람으로 결혼 1년만에 이혼했지요.
재혼할때 주위에서 그러더군요.
둘다 상처받은 사람들이니 잘 살아야 한다구요.
그래서 잘 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아이가 없기에 남편의 아이들을 제 아이처럼 키우고 있고, 가까이 계신 시부모님 두분도 제가 거의 다 챙깁니다.
형님은 맏이이면서도 명절이나 시부모님 생신 이런 일에도 모두 빠지더군요.
물론 시부모님 생활비 이런 것도 없고, 명절이라고 따로 돈이 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결혼 5년간 딱 한 번 뵈었습니다.
시숙은 세 번 정도 뵌 것 같네요.
두 분다 명절에는 안 오시고, 시숙은 벌초때 가끔 혼자서 오십니다.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라 시부모님이나 저의 남편도 형님 내외의 이런 것을
그냥 넘기고 있습니다.
저도 그러려니 하고 살지요.
그런데 결혼식에 오지 말랍니다.
재혼한 시동생, 동서가 자기 며느리보기에 쪽 팔린답니다.
재혼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데, 결혼식에 오면 알게 될 것 같다고 오지 말랍니다.
그러면서 또 그럽니다.
'앞으로 우리 며느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죽은 듯이 살아주면 좋겠다.'
재혼한 시동생이라고 신부가 시댁식구에게 주는 예단이라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저의 남편에게는 이런 전화 왔다는 얘기 하지 말고 적당히 둘러대서 참석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말도 추가가 되었습니다.
전화를 끊기 직전에 추가를 또 합니다.
'우리 며느리하고 앞으로 맞대면 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며느리는 절대로 그 집에(시부모님이
사시는 집-그러니까 본가죠) 보낼 일이 없을 것이다. 명절이고 뭐고 우리는 그런 거 없다. 그러니
동서네는 우리 며느리와 맞닺뜨리면 안된다. 재혼한 시동생 내외, 나는 쪽팔린다'
어이가 없어서 앉아 있는데 시숙이 전화가 왔습니다.
결혼식에 올때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하시네요.
'아주버님이 미리 모시고 가지 않으시나요?'했더니 당일로 왔다갔다를 해 달랍니다.
저는 형님의 전화내용때문에 둘러서 거절했지요.
'저희들 형편이 그날 그렇게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손 결혼식인데 먼저 모시고 가면 안될까요?'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아주버님 막말이 나옵니다.
'당신이 우리집에 와서 한 일이 뭐냐? 당신이 사람이냐? 인간이냐?'
뭔 말인지 몰라 가만히 있으니 계속 합니다.
'어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 막말로 우리집 사람은 이집에 와서
맏며느리 노릇 다 했다. 그런데 당신은 뭐냐? 한 일이 뭐가 있느냐? 시숙이 물로 보이느냐?'
차마 형님의 전화내용을 전하지 못하고, '알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화가 납니다.
자기 마누라는 이렇게 말하는데 무슨 말을 그리 황당하게 하는지.
옛말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딸 가진 사람은 창녀욕을 하지 말고,
아들 가진 사람은 강도나 도둑 욕을 하지 말라구요.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 되고 보니 남의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형님께서는 어찌하여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리도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숙에게 '형님이 이렇게 당부하셔서 못갑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그 집의 부부 싸움이 볼만하게 되어버리겠지요.
그냥 결혼식에 가고 싶지 않은데, 다시는 이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할까요?
남편에게도 말을 못하고, 시부모님도 이제 챙기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화가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