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인 시모...
워낙 젊을때부터 고생을 해서 40대부터 관절염으로 절뚝절뚝 거리며 이제껏 몸 불편하게 사셨다.
거기다 재산 물려준것도 없어 아주버님이 사실 불만투성이로 마지못해 20여년 넘게 모시고 살고 있다.
형님과 아주버님 고생하신거 이해하고 본인이 모시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지금의 시모는 완전 애기 아니면 환자이다.
형님이야 여지껏 애 셋 다 시모가 키워주고 집안 살림 다 해줬지만 사실 난 결혼 14년 동안 애 둘 내가 다
키우고 시댁에서 반찬 하나 김치 한 번 제대로 얻어먹어 본적 없다.
다 친정에서 갖다 먹었지.
계속 집안살림 해오던 시모... 3여년 전부터 완전 몸이 불편해 암것도 못하고 맨날 진통제에 당뇨약에 의지해
얼른 죽어야할텐데... 하며 지내신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소화력이 넘 좋고 식욕도 좋아 넘 잘먹는다는거...
당신도 그러신다. 당신은 오래 살거 같다고... 다른 할머니들이 보면 건강한 사람 같다고 한다고...
그 말 듣는데 어찌나 끔찍하고 순간 시모가 징그럽게 느껴지던지... 죽고싶다는건 그저 말씀뿐이고 저런말 하는건
오래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깔려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건강하게 사시면 누가 뭐래나.
가뜩이나 불편하던 몸... 엊그제는 침대에서 떨어지셔서 오른쪽 팔이 부러져서 이젠 정말 평생 불구처럼
사셔야 할 듯하다.
몇 년 전부터 유달리 시모에게 면박주고 하던 형수...(난 형님 좋아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요즘엔
정말 괄시하는 느낌이 난다. 내가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안되지만... 그 동안 고생하셨는데 요즘에 집안에 도움 안된다고 넘 짜증스런 표 내는것 같아 좀 그래보인다.)
요 몇년새에는 시모를 우리집으로 못보내서 안달이다. 나도 나쁜년이긴 하다.
나도 시모 우리집에 와서 있는거 정말 싫다. 끼니 끼니마다 신경쓰이지 말은 아무거나 드신다지만 꼭 고기반찬이나
해야 잘 드시고 하니 이래 저래 돈도 많이 깨지고 불편한 시모 혼자 집에 두고 어딜 가기도 뭐해 가족끼리 놀러가는것도 제한이 생기고...
직장 다니는 형수... 분위기가 빼도 박도 못하고 내가 모셔와야 할 입장이라 아예 먼저 얘기했다.
병원에서 퇴원하시면 저희 집에서 지내세요. 오른팔 다치셔서 식사도 혼자 못하시는데...
아마 6월말쯤 오실 것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가뜩이나 날도 더워서 매일 매일 샤워도 시켜드려야 하고 오전에 가던 운동도 못가게 생겼다.
워낙 잘 드시니 점심때 놓치면 허기져 하실거니 그 시간 맞추려면 운동 가기도 애매하다.
문제는 한달 두달이 될지 마냥 이렇게 울집에 머물러 계시려 할지...
형님 말로는 이제 평생 저렇게 팔 불편하게 사셔야 한다는데 그리고 울시모 형님은 어려워해도
난 애 취급하고 울 남편이 워낙 지극정성이니 울집에서 마냥 계시고 싶어할텐데... 가라고도 못하고...
정말 짜증난다. 머리로야 노인네 몸아파 눈치보여 그 인생 불쌍하지만 당장 내 팔자는 어쩔거냐구...
난 정말 저런 꼴로 자식들에게 피해 안주고 빨리 죽고 싶다.
누군들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살겠냐만은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내 처지가 왕짜증 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