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인상이 좀 샤프한 편이예요.얼굴도 뾰족하게 생기고 코도 뾰족하고.제가 숫기가 없고 사람들한테 말을 잘 못 거는 편이예요.남한테 불편한 일을 겪어도 말도 잘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대는 성격입니다.
절 잘 모르고 얼굴만 아는 사람들은 제가 굉장히 완벽주의자고 꼼꼼한 스타일인 줄 아는데,저 대충대충이고요,집도 남들처럼 깨끗하게 못 해놓고 살고요(아주 깔끔하지도 아주 더럽지도 않게 해요.남들이랑 비슷하지 더럽게 해논다고 내 몸 피곤한데 치워야지 이러지는 않습니다).집 밖에 안 나가는 날은 세수도 안 해요.
저는 친구를 쉽게 사귀지는 못하지만 한번 사귄 친구는 오래가는 편입니다.제 친구들 중에는 올해로 30년된 친구가 있어요.아직도 연락하고 살고요(그 친구는 지방에 살고 저는 서울에 살아서 잘은 못 보지만요).제 친구들 말로도 보기엔 완벽주의자고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오게 생겼는데 하는 짓 보면 허당이고 순진하고 착하다고 합니다(제 입으로 이런 말 하려니까 좀 부끄럽긴 한데,제 친구들이 그럽니다).
저희 시부모님도 첨에 절 보시고 건방지게 어른이 말 걸어야 말하지(저희 시부모님은 붙임성 있고 어머님 어머님 하면서 호호하하 하는 며느리를 바랬는데...저는 어려워서 말 못한거였거든요) 얼굴은 깍쟁이 같이 생겼지,그래서 맘에 안 들어 하셨어요.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허당이더라는거죠.적당히 요령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아무튼 저는 그런 제 인상 때문에 많이 손해를 보고 산 것 같아요.제가 용기내서 먼저 말 걸기 전에는 사람 사귀기도 힘들었고,그나마 그 30년된 친구는 워낙 성격이 사람들이랑 잘 어울려 지내는 타입이라 쉽게 친구가 되었구요.
저야 그렇다 치는데,요즘엔 제 딸이 그렇습니다.
제 딸 보기에는 야무져보이고 식구들이나 아는 어른들 앞에서는 목소리도 큽니다.더구나 놀이터에서 동생이랑 놀 때보면 남자 아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높은데도 잘 올라가고 뛰어내리기도 잘 하고 그럽니다.좀 운동 신경이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학부형들 사이에 저희 아이는 남자애 갖고 당차고 똑부러진 줄 압니다.혹시라도 애들간에 트러블이 생기면 저희 아이 노는 방식을 아는 다른 엄마들은 저희 애가 당연 원인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애가 생일이 늦어서 그런지 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선 항상 애들한테 벌벌 깁니다.놀자고 말도 못 하고(다른 엄마들은 애들만 내보내거나 애들이랑 같이 나와서 자기들끼리 수다떨고 있지만 전 동네 아줌마들한테 질리고 부터는 혼자 다녀서 애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입니다.전에도 엄마들이랑 다녀도 말 수 별로 없었고 아이들을 주로 관찰하는 편이긴 했지만요) 그냥 뒷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고 그러다 누가 한마디라도 상처주면 혼자 대적 못하고 혼자 끙끙거립니다(엄마한테도 그런 말 잘 안 하고 어쩌다 자초지종을 살살 꼬셔서 물어야 얘기해요).
아이가 이리 물르다보니 그걸 아는 아이들은 저희 아이를 골려먹이고 일부러 상처주는 말도 잘 합니다.그래도 대적을 못 하니까 그게 걔들은 재밌나봐요.
그런데 그 애 엄마들은 저희 애 인상만 보고 저희 애가 다른 애들한테 해꼬지를 해서 다른 애들이 그런다고 생각을 합니다.원인은 저희 아이라고.자기 아이들은 정당방위라고.
그렇지만 학급 담임 선생님들은 다 아시더군요.허당에다 꼼꼼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해꼬지 못하는 애라는걸.
아이들 역시 알고 있어요.저희 아이가 대인관계에 있어서 어눌하고 대적을 못 한다는걸.저희 애가 대적을 못하고 좀 어리버리한 모습이 보이니까,애들이 저희 애가 공부를 못 할거라 생각했나봐요.저희 애가 시험을 잘 봐도(아이가 공부는 잘 합니다) 저희 애가 컨닝을 해서 잘 본거라고 몰아부치고 그런데요.
맨날 질질 흘리고 다니고 세상 맘 급한거 없고 누가 무슨 말하면 사오정처럼 말귀 잘 못 알아듣고 뒷북치고 이런 아인데,저까지는 참을만한데 아이도 인상 때문에 어른들한테는 자꾸 오해받고 애들은 오해하는 어른들 믿고 저희 애 자꾸 골탕 먹이고... 참 속상합니다(선생님께서는 아시고 그 아이들을 혼내시기는 하는데,선생님 안 보는데서 자꾸 골탕을 먹인답니다).
저희 아이의 착하고 순수함을 악용하지 않고 존중해줄 수 있는 친한 친구를 빨리 만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