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노인 중에 건물청소를 하는 노인이 있어요.
나이 팔십을 넘긴 노인인데 열심히 청소를 해서 버는 돈이 고작 한달에 50만원이에요.
그 노인을 볼 때마다 참 안쓰럽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렇게도 연로한 노인이 50만원을 벌기 위해 하루 9시간 이상을 노동에 시달려야만 할까하는 생각이 들죠.
아시다시피 청소일이라는 것은 일중에 궃은 일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사실 더럽고..
문제는.
그 노인이 월급 50만원을 타면 돈을 곧장 아들에게 갖다 준다는 겁니다
정작 자신은 점심으로 먹는다는 것이 대충 밥을 삶아서 김치를 먹거나 생나물을 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으로 때웁니다.
내가 지켜본 가운데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루는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왜 월급을 타서 아들에게 갖다 주냐고요. 노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이 사는 형편이 좋지를 않아. 며느리도 식당에 나가 일을 하는데 돈때문에 아들내외가 사이가 안좋아'.
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며느리가 내아들을 버리고 가버리면 어쩌냐'. 하시는 겁니다.
아들내외가 좀 덜 다투라고, 내아들 기펴고 살라고 돈을 준다고 합니다.
참 사는게 폭폭하죠.
친정 아버지가 아파요
중풍에 걸렸어요.
두어 달째 됐습니다.
말을 알아듣기는 하는데 하지는 못해요.
혼자서는 못움직이니 누군가 수발을 들어야 해요.
연세 많으신 엄마도 힘에 겨워 돌보지를 못하시고, 딸인 나는 멀리사는데 게다가 먹고사는라 돈벌러 다니고,
아들은 남자라고 못하고, 며느리들은 당연히 못하고, 결국 여느집처럼 돈들여 간병인을 쓰고 있는데
병원비에 간병인까지.. 아무 유산도 없는 아버지는 그야말로 대책이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고향 땅도 큰오빠가 사업한다고 팔아먹은지 까마득한 옛날이고.
아무리 감상적으로 부모사랑이니 은공이니 갖다 붙이려고 해도 사는게 고만고만한 자식들은
서로가 힘에 겨운가 봅니다.
요즘세상 아들 딸 가리는 세상 아니니 딸도 당연 보태야 겠어서 우선 100만원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친정엄마는 슬며시 전화하셔서 돈 얘기를 합니다.
오빠가 힘들다느니 그래도 큰 아들이 신경을 많이 쓴다느니 오빠네 내외가 자꾸 싸운다느니.
둘째 아들네와 막네 아들네도 전화해서 같은 말을 하는가 봅니다.
다들 할 수 있는 만큼은 하는데도 친정엄마는 늘 노심초사입니다.
한 집에 사는 아들내외가 눈치보여서 인지는 몰라도 자꾸 동생들한테 전화를 해댑니다.
청소하는 노인과 내 어머니가 같은 생각일까요.
그렇다고 어머니의 근심을 다른 자식들이 온전히 들어 줄 수가 있을까요.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음 편하지도 않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노인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