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올리는 글 중에 며느리 입장에서 속상한 글은 자주 올라서 올케 입장에서 올리는 글은 비난 받을지 모르지만 제 딴엔 속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저희 올케는 일본인입니다.제 동생이 학벌은 좋고 대기업은 다니고 있지만 몸이 아픈데,이런 제 동생 하나 믿고 그것도 없는 집에 시집 온 고마운 사람이지요.저도 그 점을 참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동생도 자기 아내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서 직장 다니면서도 또 아파서 병원에 들락날락 하면서도 올케 집안일도 많이 거들어주고 올케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고(올케가 전에 전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전어축제까지 다녀오고) 미식가인 올케가 원하는 음식 있으면 비싼 레스토랑도 마다 않고 가곤 했습니다.우리 나라에 사는 올케가 우리 말을 배워보려고 하기보다는 제 동생이 일본말을 더 배우고 있고요.매사에 올케 입장에서 생각해주고요.
시댁인 저희 친정 부모님댁에 가서도 올케는 일 거드는 법도 없고 손님처럼 와서 아침에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저희 친정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설겆이도 제 동생이 했어도 저희 친정 부모님도 저도 그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뭐 며느리 일 시키려고 들인건 아니니까요.제 동생하고만 잘 살면 그 뿐이라 생각했습니다.저희 부모님도 그러셨구요.
저희와 동생네는 서울 살고 부모님은 지방에 사셔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부모님 동생 결혼한지 5년이 된 지금까지 며느리가 해준 밥 딱 한번 드셔봤습니다.그것도 일본식으로 차린 3~4가지 반찬이 놓인 상,저희 부모님 입에 안 맞으시겠지만 맛있다고 칭찬해주며 드셨던걸로 기억됩니다.
저희 친정 부모님 며느리랑 말 좀 해보겠다고 늦은 나이에 노인복지회관에서 가르치는 일본어도 배우러 다니시고 일본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를 많이 하려고 하시는 분입니다.아들 며느리에게 안 좋은 일 있으면 오히려 눈치 보시고 그러십니다.
그런데,올케는 자기가 생활하면서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을 보며 한국 사람들 사고 방식이 불합리하다며 자꾸 일본으로 가고 싶다고 말한답니다.병원가서 오래 기다리면서 제대로 의사말도 못 듣고 오는 것도 그렇고 마트에서 계산대에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 지하철에서 자기도 피곤한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 급식의 배식을 엄마들이 하는 것도 그렇고...한국은 너무나 불합리한게 많다고 항상 그럽니다.이런 곳에서 살기 싫다고요(물론 그 중에 수긍이 가는 것도 있지만요).
저희 집이 가난해서 결혼할 때 집을 못 해주었어요.대신 서로 예단도 안 하고(저희 부모님께서 반지하고 한복만 해주시고 피로연비 대시고요.결혼 비용은 동생 월급으로 하고요. 마음은 해주고 싶으시지만 저희 오빠가 사업한다고 하다가 망해서 진 빚 갚아나가시느라 하루하루가 힘드시거든요.그 점에 있어서도 항상 동생네한테 미안해하시고요) 살림살이도 저희 친정 형제와 올케 친정형제와 친구들이 대부분 해줬고 결혼 후에 자기네들이 마련한 것도 있고 그래요.
집은 올케 돈 3천만원과 동생이 회사에서 대출을 얻어서 보증금을 마련하고 월 20만원 월세로 내고 있습니다.그 집은 변두리에 조용한 동네에 있는 곳이라 올케가 좋다고 해서 얻은건데 마음이 바뀌었는지 한달도 안 되어서 이사가자고 그러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일이 터진거예요.동생이 올케 말대로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올케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곳을 찾다보니 돈이 턱없이 모자란거예요.그래서 동생이 올케에게 상의도 안 하고 돈 좀 늘려보겠다고 회사의 우리 사주를 팔아서 증권을했는데 완전히 말아먹은 거예요.그게 한 2천만원 된다네요.
올케가 이혼한다고 울고 불고 하고 동생은 잘못했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싹싹 빌었는데 다시 안 그런다는 법이 어디 있냐 부부가 상의도 없이 속여가며 이런 일을 저지른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다 하고,자기는 짐 싸가지고 일본 갈테니 자기가 집 얻을 때 투자한 3천만원과 정신적인 손해배상까지 해서 내놔라 하며 동생을 두들겨 패서 내쫒아 버렸답니다.동생이 잘데가 없으니까 처음엔 아무 말없이 그냥 누나네 집에서 하루 자면 안되냐고 했는데 제가 자초지종을 캐물으니 얘기하더라구요.그러면서 자기가 잘못해서 자기 마누라가 화 나서 그러는데 잘못했다고 해도 일본가겠다고 그러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러더라구요.저도 그때까지는 그냥 화가 나서 그러려니 하고 그런 올케 심정 이해도 되고 좀 지나면 서로 원만하게 해결되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일은 점점 커져서 올케가 일본에 있는 자기 부모님한테까지 이혼하고 일본 가겠다 연락하고,저희 친정부모님한테까지 전화를 해서(제가 그때 친정에 가 있어서 통화 내용을 다 들었습니다) 제 동생을 못 믿겠고 자기가 집 얻을 때 투자한 돈은 찾아가야겠는데 제 동생이 능력이 안 되니 저희 부모님한테 3천만원과 위자료를 해달라고 전화해서 소리를 지르는데,전 전화기에서 한2~3미터 떨어져 있는데 그 소리가 다 들리더라구요.
저희 친정 부모님 다른 말은 못하고,니 심정 이해간다,정말 백배 이해하고도 남는다,얼마나 상심이 크겠냐,내가 너한테 할 말이 없다,너희의 이혼을 위해 3천만원을 주는 일이 생기면 안되겠지만 나도 3천만원이 있다면 정말 너희한테 주고 싶다,하지만 우리는 빚도 많고 집도 저당 잡힌 상태고.... 너희한테 돈을 주려고해도 줄 돈이 없다,그리고 너희도 애도 있고 그러니 니가 조금만 참아주면 안되겠니,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솔직히 저희 친정 엄마 사정조로 그렇게 말씀 하시는데 저 가슴이 찡하더라구요.사실 그 전에 동생이 저희 친정에 전화를 해서 이 문제를 알고 있으셨고 동생도 많이 꾸짖으셨지만 괜히 내가 끼어들면 더 화나게 하는거 아닌가? 아니면 전화를 안 하면 무심하다고 며느리가 더 화나는건 아닐까? 하면서 며느리한테 전화도 못하고 엄마도 나름 고심을 하고 계셨거든요.
오늘 동생이랑 통화를 했습니다.동생은 자기가 죽일 놈이란 소릴 하면서도,올케가 그러는게 당연하다 얘기하더군요.저도 물론 올케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없는 집에 그것도 아픈 사람한테 시집와서 더구나 아무도 아는 사람없는 나라에 동생 하나만 믿고 시집왔는데,동생이 돈까지 까먹으니 화가 많이 나겠지요.하지만 저희 친정부모님한테 전화해서 일본갈테니 3천만원과 위자료 해내라 하고 말하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까지도 올케한테 섭섭한데 오늘 동생과 통화중에 하는 말이,올케가 저희 친정엄마한테 화가 많이 나 있다고 합니다.아들이 그런 짓을 했으면 먼저 전화해서 며느리인 자기한테 위로를 해주고 마음을 풀어줘야지 자기한테 참으라고 말한다고요.제가 엄마는 분명히 사과조의 말을 했다고 하니까,올케가 받아들이기는 자기를 잡아놓기 위해 앞부분은 그냥 한말이라고 사실 하고자 하는 말은 뒷부분이었다고,아들입장에서만 말한다고 그럽니다.이게 정말 그런건가요?저는 아무리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아닌거 같거든요.엄마는 진심으로 위로했고 사정하듯이 말했어요.
제가 혹시나 엄마가 실수할까 싶어,올케가 엄마 위로만 듣고 싶은 모양이니까 참아라 이해해라 이런 소리는 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고 미안하다고만 하고 동조해줘,이렇게 말했는데,저희 친정엄마께서,글쎄 내가 어찌해야하는건지 모르겠다,너희는 같은 서울에 살아서 나보다는 자주 볼테니 니가 전화해서 얘기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그래라,라는 말씀을 힘없이 하시더라구요.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저희 엄마 상황이 너무 안됬다고 생각이 되서(물론 올케도 안됬지만) 내가 그런 말까지 괜히 했나 싶고 엄마는 저에게 위로해주고 말하는거 받아주고 하라는데 저는 지금 심정엔 그러고 싶질 않네요(만약 올케가 저희 친정엄마에게 악다구니 하는거 하고 저희 엄마가 먼저 전화해서 위로 안 해줬다고 원망하는것만 없었어도 저는 올케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 위로도 해줬을거예요).
친정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려 잠이 오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