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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입니다. 종교 문제 고민이에요..


BY 고민이 2008-09-03

안녕하세요.

명절이 다가오는데 모든분들 힘내시길 바라며 인사드립니다.

 

 

감히 아직 시집도 안간 처자가 큰 고민이 있어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결혼한 친구가 이 곳을 추천해 주어서요...

인생 선배님들의 지혜를 빌리고 싶습니다.

글이 많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

딸처럼, 친동생처럼 생각해주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ㅜ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느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세요..)

 

 

 

20대 후반의 흔히 결혼적령기라 말해지는 나이입니다. 9년만난 남자친구가 있어요.

저에게는 연인의 느낌보다는 마음이 잘통하는 친구같은 사람이에요. 오래만났고, 오래만나왔던 만큼

당연히 결혼은 이사람과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허나,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과는 다르게, 사람들간의 이해관계에 있어 부딪히는 부분도

발견하게 되었어요. 즉, 순수한 마음으로 남자친구만 바라보던 때와는 다르게 남자친구와 관련된

많은 상황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이라고 느끼는 종교에 대하여 고민이 큽니다.

 

 

저희 어머니와 외가는 불교입니다. 저는 무교이구요. 하지만 무교라고는 하나, 어린시절부터

어머니의 종교에 익숙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나마 지지하는 쪽은 불교입니다.

 

 

남자친구의 집안은 기독교입니다. 그것도 아주 독실한 기독교에요. 그 집안의 기독교 역사가 대한민국의

기독교역사와 거의 같다라고 하시더라구요. 100년도 넘었다고 합니다. 대대로 모태신앙인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는 집안이어요.

 

 

우유부단한 저는 남자친구와의 교제를 남자친구집에서 아는 순간부터(20대초반때) 교회에 이끌려 다녔습니다.

(기독교에 거리감을 느꼈으나, 솔직히 연애초기라 부모님께 잘보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몇년을 매주 교회에 다녔는데도, 믿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예수를 믿으라고 하는데,

목사님의 설교때 신자들이 모두들 머리를 끄덕끄덕하는 명설교일지라도, 저에게는 모순 투성이인 설교로만

들렸구요. 오히려 믿음은 커녕 교회에 다닐수록 신자들간의 이해관계가 눈에 띄어 씁쓸하기도 했어요.

 

 

즉, 이런겁니다.

제가 이끌려 다녔던 교회, 말하자면, 목사님부터 장로,권사,집사... 다들 남자친구집안의 혈연관계인 사람들이구요.

혈원이 아니면 지인, 사돈의 팔촌.. 정말 그 교회의 세력(?)을 잡고 있는 집안이었어요.

저를 교회에 다니게 하는 것도, 물론 믿음을 전파하고 싶은 마음이 첫째이겠지만,

세력을 보다 넓히려는 의도를 몸소 느꼈구요.

 

 

그 세력(?)분들끼리 하시는 말씀을 어느날 들었는데.. 저는 정말 역겨워서 어찌할바를 몰랐답니다...

"누구는 요즘 십일조를 잘 안내는 것 같더라, 누구는 아직 권사자리 주기엔 교회에 한일이 너무 없지 않느냐?"

이런 말들 말입니다... 이 것이 진정 신자들의 마음가짐일까요. 물론 교회도 어느정도 수입을 필요로 하는

집단인 것을 알았지만, 비교적 남자친구집안의 종교를 존중하고자 했던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악의 존재인 것 처럼 말씀하시기도 했구요.

 

 

가장 제가 듣고 놀랐던 말은 저희 어머니가 불교신자인 것을 뻔히 아시면서도

"너희 어머니도 다음주부터 교회 오시라고 해라, 교회에 다녀야 복을 받지, 부처님믿는다고 복주니?

너 왜 교회다니는 사람들이 유복하게 잘 사는지 아니? 그게 다 예수님이 복 주셔서 그런거란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오히려 웃는 얼굴로, 저희 어머니의 수십년된 종교를 저리 바꾸라고

하니 할말이 정말 없었습니다.

 

 

그 후로, 점차 교회에 가는 것을 피했어요... 나름대로는 말없는 항변이었습니다.

물론 변명은 했어요. 일이 있다. 약속이 있다. 아프다 등등...

그런데 한 주, 교회에 가지 않으면, 시어머니되실 분외에도, 이모님들에게 전화로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 다음주에 교회에 가면 꾸중을 들어야 했구요.

왜, 어떤 집안을 보면 친가보다 외가가 파워가 더 쌘 집안 보셨을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집안, 속세에서 성공했다고 말해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오히려 시어머니 되실 분 보다, 이모님들이 더 극성이셨습니다.

 

 

저는 교회에 가서도 맘편히 있지를 못했습니다.

집안 어른들이 다 계시니, 매주 옷차림 하나에도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매주 교회가 아닌, 집안행사에 와 있는 것 같은 그 뻘쭘함...민망함...

남자친구가 같이 교회에 다녔다면 그나마 덜할텐데, 마음만 기독교이고 교회는 다니지않는 제 남자친구...

 

 

집안 어른들은 남자친구는 교회 안와도 된데요. 일 많이 하니까 피곤한 것 다 안다구요.

그런데 저도 일합니다.. 그런데 저는 한 주 안오면 난리가 났었어요..

그리고 가끔 그 집안으로 시집 올 아이라고 해서 교회의 잡일도 시켰구요.. 교회 행사때마다 잡일하고..

그러고 보니 어느 날 부터는 억울한 마음이 들더군요.

내 황금같은 주말.. 늦잠한번 못자보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매일 일로 스트레스 받으며 하루 쉬는 꿀같은 날에,

일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으러 왜 내발로 가야하는 것인가.

이리도 싫어하는 교회를 내가 왜 다녀야 하나.

남자친구 하나만 끊는다면 모든 고민이 사라질 것을..

 

 

차라리,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교회를 다녀라, 라고 하시면 잘 다닐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가서 찬송가 조금 부르고, 기도 하는 척이라도 하며, 다니라면 다닐 수 있을 것입니다.

헌데 이 교회는 너무나 싫습니다.

본인들은 믿음이라 하나, 제 눈에는 사업으로만 보여지는 신자들.

자신만이 옳고 타종교신자는 이단이라 믿는 사람들.

그래도 자신들이 천사인 줄 아는 사람들..

 

 

나를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는데,

저 지난주에도, 지지난주에 교회에 오지 않았다 하여, 무려 8분께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제가 왜 죄인처럼 그날 뭐했냐. 왜 안왔냐 이런 꾸지람과 추궁을 들어야 하는지요...

 

 

남자친구와도 이 문제로 여러번 다투었는데...

기본적으로 남자친구도 기독교이기 때문에 제말이 통하지가 않습니다.

어떨 때는 오히려 성을 내요.

너 우리집안 무시하냐, 또는 아무렴 우리엄마가 너 나쁘게 되라고 그렇게 하라고 하겠냐며...

이럴 땐 정말 남자친구가 미워요.

그럼 나랑 같이라도 다니자. 나 혼자 다니기 너무나 싫다고 하면 자기 바쁜거 알지않냐면서 저를 나무랍니다.

 

 

종교문제로 인하여 그렇게도 좋고 사랑스럽던 남자친구와의 관계까지도 다시 생각하게 된 지금..

많이 고뇌가 됩니다....

다른 문제로 싸우고 다퉈도, 둘만의 문제였고 사랑이나 정으로 용서가 되었지만,

종교문제는 결혼을 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있습니다.

내년 1월쯤 결혼하라 하십니다.

저는 얼마전부터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선택은 누구도 아닌 제가 하는 것이라는 것과, 선택의 결과가 어쨌건 책임도 또한 제 몫인 것을 잘 알지만.

선배님들중에 저와같은 경험이 있거나, 아시는 분... 누군가 저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솔직히.. 미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소중한 제 남자친구..

결혼하면 적어도 고생은 하지 않을 집안...  속물이라 손가락질 받아도 어쩔수 없지만...

결혼 할 때가 되니,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솔직히 남들 말하는 편한 말로 잘 사는 집..

 

 

고생하지 않으면서, 나 죽었소 하고.. 교회 잘 다니며 살아야 할까요...ㅜㅜ

정말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