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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서 정든다는데


BY 그게 아니야 2008-09-10

싸움한번에 벽하나씩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남편은 어딜가도 누굴 만나도 우린 싸우는 일이 없다고 자랑삼아 늘어놓습니다.

왜 싸울일이 없나요.

그게 내가 참아주고 태클걸지 않고 그냥 순순히 넘어가주는 덕인줄은 모르고

그저 자기가 잘나서, 자기가 잘하기 때문인 것으로 착각을 하고 사나봐요.

아무리 도인이라도 아마 참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어요. 잘 참다가 정말 별것 아닌것으로 싸우게 되었습니다.

여느날과 같이 아이와 저녁먹으면서 소주한잔 나누다가 일이 커져 버렸지요.

제입장에선 할얘기 한것 뿐이었는데 남편은 필요이상으로 화를 냈습니다.

그때도 제가 참았으면 평화롭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요는 남편이 소리부터 지르고 성질부터

내는것에 대해 제가 태클을 걸고 말았지 뭐에요.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채 우린 서로 큰소리가 오갔고 급기야는

밥상이 들썩거렸습니다. 소주잔이 떨어지고 깨지고 반찬이 엎어지고 그러는 와중에

남편의 손이 제 머리에 닿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혼초 싸우면서 폭력쓰는걸 제가 초장에 잡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남편도 그런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걸 알고 참고 자제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아이가 나서더군요.

어떻게 엄마를 때리냐구 아빠한테 실망했노라며 아빠한테 항의하더라구요.

눈물을 뿌리다가 남편이 꼴도보기싫어 주섬주섬 옷입고 핸드백 들고 집을 나서려는데

남편이 잡았습니다. 어딜가냐며 팔을 잡아 끌더군요.

할수없이 도로들어와 방에 들어가 울었습니다.

남편은 미안하다며 방에서 나오길 종용했고 전 꿈쩍도 않았구 아이는 그런 아빠한테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해도 모자랄판에 엄마가 나오겠냐며 또한번 아빠를 원망했어요.

어지럽게 널부러진 집안을 남편이 치우고 잠잠해진 후에 전 조용히 아이한테만 운동하고 오겠다며

집을나서서 맥주한병 사들고 운동장엘 갔습니다.

취하지도 않데요. 다 울어버렸는지 눈물도 더 이상 안나오데요.

그렇게 해서 남편과 나사이엔 또하나의 벽이 생겨버렸습니다.

다음날 괜한 시비를 걸며 화해의 제스쳐를 쓰는 남편에게 다정해질 수 없었지요.

며칠이 지나도 앙금으로 남아있는 남편에 대한 미움이 이전처럼 살갑게 대해지지 않네요.

그래도 남편은 자기가 얼마만큼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했을겁니다.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해요. 거기에 전 스트레스 받을 일을 만들지 말라고 응수했지요.

자기가 하는 일엔 다 이유가 있고 그럴만 해서 그런거고 태클거는 저에겐 이해못한다는 식이니

아직도 남편하고 싸울일은 많아질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 이제까지처럼 또 도닦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지요.

무관심해지려는 도를 닦아야 스트레스를 안줄거고 그래야 안싸우게 되겠지요.

이젠 잠자는 모습이 안스럽고 측은한게 아니라 더 미워지고 더 보기싫어지려 합니다.

이마음 언제나 녹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