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남역엘 갔습니다.뭔 일이 있어서 간것은 아니고 다른데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동생네 집 가는데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해서 강남역에 있는 버스 정거장에 서 있었습니다.아이 둘을 데리고.
남자 형제들 틈에 자라고 평소 화장하는 걸 번거로와 하던 저였기에(솔직히 말하면 몸 치장 하는데 관심도 별로 없는데다 게으르기도 하고^^)그리고 강남역에 들른다는건 애시당초 제 계획에 없었기에 맨 얼굴로 강남역에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대학 합격하고 대학을 다니기 위해 지방 소도시에서 서울로 상경했습니다.그 당시 제가 다닐 대학은 서울에서도 번화한 대학가를 이루는 여자 대학교였습니다.저는 학교 가까운 곳에서 자취하게 되었고 그 동네에서 의식주를 주로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네를 왔다갔다 하면서 시골서 온 제가 웬지 초라해 보였었습니다(화장하고 꾸미기는 귀찮아했지만 그래도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나봐요.).하지만 그때는 비록 화장은 안 했지만 립스틱만 발라도 남들이 화장한 줄 알 정도로 깨끗하고 잡티없는 피부였고 또 젊었기에 꿈과 희망이 있었고 또 저희집도 지방에선 웬만큼 알아줄 정도로 사는 집이었기에 그렇다고 주눅 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내가 부모님 도움을 받고자 하질 않아서 그렇지 내가 부족하면 언제든지 도와주실 부모님이 있었기에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나는 그래도 나를 한 여자로써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그런데,오늘의 느낌은 그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나는 청바지에 가디건 하나 걸친 상태였고 양손에는 애들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내가 초라하다거나 하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실제로 그렇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리 초라해도 설사 좀 더 화려했다 하더라도 그냥 애둘 키우고 살림하는 저는 누가 보기에 초라하다거나 화려하다거나 하는 평가에서도 제외되는 제 3의 성 아줌마이기 때문입니다.그것도 40줄에 들어서는.
예전은 혹시라도 예전에 나를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너무 초라해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도 들질 않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내 도움을 받아야 할 부모님이 계시고(저희 집이 저 결혼 후에 망했습니다) 삶의 무게가 겨운 남편이 있고 사교육 경쟁에 들어선 아이들만이 제 몫일 뿐입니다.
그러고보니 강남역에 가 본 것도 참 오래되었던거 같습니다.집에서 아주 멀지는 않아 가려고만 마음 먹으면 갈 수도 있었는데 커피한잔 술 한잔 값이 아까워 집에서만 사람들을 만난거 같습니다.
예전 대학때 내가 좋아하던 그 까페(몇 달 전에 우연히 차타고 그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아직 있더라구요),그 호프집(이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에서 예전 친구들과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찌든 삶 속에서 그럴 자신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