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살집이 없어 샤프하게 생겼고 겉으로 보기엔 활발하고 당당해보이는데,사실 울 엄마 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다.대놓고 드러내지 않아도 고생하는구나 하고 보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안되게라도 생각하지 울 엄마는 아무에게도 그 아픔을 드러내지도 하소연하지도 않는다.언제나 웃으려 애쓰고 활발해보인다.부티나게 생긴 타고난 외모덕에 잡표를 입어도 메이커 것인 줄 알 정도여서 엄마가 얼마나 궁핍하게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몇해전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 관계로 엄마에 대해 소상히 아는 이웃은 없다.다만 그녀가 뭐하던 사람인가만 사람들은 알고 있다).그녀는 한때는 사회적으로 잘 나가던 사람이었으므로.현재도 그런 줄 안다.
하지만 나의 친정에 몇차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폭풍이 지나가면서 내 엄마의 인생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특유의 깡다귀로 살았던 그녀였는데(이건 외할머니의 말씀) 이젠 엄마도 늙었는지 그 뒷심이 발휘가 안된다.
하긴 젊은 나도 이제는 더 이상 좋았던 한때가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그 폭풍들은 너무나 거세게 느껴졌다.
우리 엄마,정말 열심히 살았는데.남한테 패끼치는거 죽어라 싫어했고 정말로 대쪽 같았고 그러면서도 인정이 있어서 불쌍한 사람도 많이 도와줬었는데,대체 울 엄마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이렇게 철저하게 내팽개쳐지고 그리 씩씩했던 그녀를 딸 앞에서 울게 만드는가.
누구나 인간이라면 단점이 있질 않은가? 사실 엄마는 좀 겸손한 편은 아니었다.하지만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강했던 탓이지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까지 하면서 그런건 아니었다.
이게 잘못이었나? 그녀가 죽는 날까지 이렇게 고통스럽고 외로워 마땅할 정도로?
인생사 뿌린대로 거둔다던데 울 엄마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이렇게 산송장처럼 그저 죽을 날 만을 기다리게 되는걸까?
난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