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923

징그럽게 손님이 한명도 없습니다.


BY 나 한가해요 2009-02-07

징그럽습니다. 정말 징그럽게 손님이 없습니다.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있어도 지나가는 개미새끼 하나 없습니다. 바깥한 번 쳐다보고  모니터 한번 뚫어져라 쳐다보고 지루한 맘에 커피한 잔 들이키고...

장사.  결혼12년차에 벌써 업종만 바꿔 4번째입니다. 3번째까지 1년도 못되어 접고 그 손해금만 계속 떠안고 마이너스 인생이 되었습니다. 늘 그랬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고 또 가게를 냈습니다. 역시, 역시나입니다. 종일 앉아 있어도 사람얼굴 구경하기 힘듭니다.

나는 왜 하는 장사마다 안될까요. 내게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절 아는 사람은 제가 장사먹기가 아니랍니다. 그래서 일까 난 영 장사를 못합니다. 그나마 남편은 장사를 좀 합니다. 그래서 여지껏 먹고 살았습니다. 돈좀 벌어 집도 사고 땅도 샀습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거의 성공신화를 쓴셈입니다. 먹고 살만해지니 남편이 새로운 장사을 했습니다. 눈물나게 말렸지만 돈 모은 노하우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남편은 결국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큰 투자를 해서  다른 가게를 했지만 몸고생 마음고생에 1년도 안돼 가게를 정리하고 큰 빚만 떠 안았습니다.  거의  2억가까운  빚을 져 가진 땅을 팔아 다 갚았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1억여원의 빚을 졌습니다. 이젠 팔 것도 없어 빚에 대한 걱정만 늘어갑니다. 빚에 대한 이자는 마이너스 통장에서 빠지고 생활비도 애들 학원비도 모두 마이너스 통장에서 빠집니다. 수입은 없고 오로지 그 통장하나로 모두 해결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조급하고 장사는 안되고 남편은 자꾸 현실을 회피합니다. 지금하는 장사말고 또 다른 무언가를 할려고 설치지만  그건 현실도피밖에 안됩니다. 

 

남편에 대해 목소리만 자꾸 높아지고 남편을 불신하게 되고 낙천적인 성격도 한심하게 보이고 괜히 짜증이 납니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 애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갑니다. 불쌍한 내새끼들만 자꾸 다그치게 되고 말 한마디에도 사랑이 아닌 가시가 박혀 있습니다.

 통장 잔액이 점점 낮아질수록 내 불안감이 더 고조되어 마음이 안으로 자꾸 닫힙니다

손님 하나 없는 장사지만 가겔 비울수가 없습니다. 일요일에 혹시 손님이라도 올래나 싶어서 일요일도 쉬지 못합니다. 살아가는게 점점 메말라 갑니다.  살아 가는게 점점 지쳐갑니다. 덩달아 애들도 지쳐 갑니다. 가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애들에게 공부하라 소리 뿐입니다. 그러지 않음 게임이나 TV에 넋놓고 있을 게 뻔하니까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니 애들도 지치고 힘듭니다. 서로가 힘듭니다. 

 

벌써 저녁 8시를 향해 바늘이 바삐 움직이지만 나의 저녁은 오늘도 꽝입니다. 종일 손님없는 가게는 추위마저 느낍니다. 이대로 하루를 마감해야 겠네요. 내일을 기대해 보지만 글쎄 자신이 없습니다. 더 이상 손님없는 가게에 익숙해 지지 않도록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