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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남편 왜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BY 마눌 2009-02-13

저희 남편은 정말 마누라 한번 챙기는 일이 없습니다.챙기기는 커녕 남보다도 못 할 정도로 무심한 사람입니다.

그런데,남은 오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챙깁니다.굳이 누가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스스로 궃은 일 자처하는 사람입니다.누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자기가 해주겠다고 하고 그럽니다.

집안 식구 잘 챙기면서 그러면 얄밉지나 않죠(어떨 때는 다른 사람들을 챙기기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하지만 이젠 얄미운 차원을 넘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남편이 그렇게 사람들을 잘 챙기고 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존재감이 없습니다.

저희 남편이 모까페에 가입했는데,번개가 있어 모임을 나가도(집에 마누라가 아프던 무슨일이 있던 기를 쓰고 나갑니다,때론 가족까지 이끌고요)  어느 누구하나 저희 남편에게 먼저 말 거는 사람도 없고 처다보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남편이 그다지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닙니다.그렇게 모임을 안 빠지고 나갔어도 친한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보면 끼리끼리 번개가 아니더라도 자질구레한 모임들을 갖고 서로 연락들 하고 사는거 같은데 저희 남편은 그런 사람도 하나 없습니다.그냥 게시판에 게시되면 나갑니다).모임 후기가 올라와서 서로 모임때 누가 어땠네 얘기해도  게시판이 몇장 넘어가도록 우리 남편은 어느 누구의 입에도 오르지 않았습니다.매번 그렇습니다.아니 그 모임뿐만 아니라 학교때 친구도 잘 챙기는데  제가 결혼해서 14년을 살도록 친하다 싶은 친구 하나 없습니다.

그런데 집 식구는 푸대접 하면서 자기 존재를 의식조차 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잘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제가 남한테 그리 잘 해도 소용없다,그 사람들이 당신 일 있으면 당신처럼 챙겨줄 사람들 같으냐,가까운 가족친지들이나 챙겨라,하면 또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자기가 아직 그 사람들하고 많이 안 친해지고 자주 안 봐서 그렇지(벌써 그 모임에 가입한지 3년 가까이 되었고 번개나 모임 안 빠지고 나갔어요.다만 친한 무리들처럼 까페일 외에 다른 사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없긴 하지만요) 그 친해진 사람들 보니까 서로 경조사도 챙기고 그러더라,이러는거 있죠.

저는요,살면서 믿을만한 사람들한테 하도 당해봐서 이젠 가족이 젤로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요.물론 저도 예전엔 남들 많이 챙겼죠(저희 남편 같이는 아니더라도요).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딱 인간으로써의 도리만 하고 예의만 갖추고 삽니다.더 이상 나와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기대도 않고 살아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그 사람들 속에서 어떤걸 바라는걸까요? 친근함? 소속감?

대체 무슨 이유로 그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사는지 모르겠어요.그 사람들한테 자신은 무존재 그 자체인데.

남편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남편 자존심 상할까바 얘기는 안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