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4학년짜리 여자 아이입니다.생각하는 것이 좀 또래보다 어리고 인상은 좀 세게 생겼는데 속은 여린 그런 아이입니다.
아직까지 친한 여자 친구가 없습니다.지금까지 지내온 담임선생님 말씀으로는 저희 아이의 성향이 좀 독특해서 그런거 같다고 친구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고 책보기만 좋아한다고 그러십니다.
그런데,저희 애가 집에와서 학교 얘기를 별로 안 하는 편이지만 가끔씩 하는 말 속에서 아이가 친구를 원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이가 7살이 되기전 살았던 동네에선 저희집에 고정적으로 놀러오는 친구가 몇 있었습니다.그때의 아이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구요.
하지만,지금은 그런 얼굴을 잃은지 오래됐습니다.7살 옮겨온 유치원에선 3년동안 거의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의 텃새에 밀려 살아야했고,1학년때는 비교적 자기처럼 단순한 남자 아이들하고 놀곤 했었습니다.
하지만,2,3,4학년이 되니 놀던 남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끼리 놀려고 하고 저희 아이를 끼워주지 않았고 아이는 그제서야 여자친구를 찾아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잘 사귀지 못하고,조건부로 친구를 사귀는거 같습니다.무슨 말이냐하면 요즘 티비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학창시절 지애와 봉순이처럼 어떤 주종관게를 이루며 친구를 사귀는 것 같습니다.친구라는 아이가 저희 애한테 심부름 시키고 자기 원하는대로 뭔가를 하면 놀아주고 이런 식으로요.
사실 저는 저희 애와 성향이 많이 다르지만 저도 참 사회성이 부족합니다.저도 초등학교 3학년이 되서야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어요.그래도 그 전까지는 한 착한 친구가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노는데 끼워주고 그랬지요.
자라면서 같은 반이었을 당시 친하게 지낸 애들은 있지만 그게 잘 유지가 안되더라구요.싸운 것도 아닌데 그냥 다른 반이나 다른 학교가 되면 자연스레 멀어지더라구요.
그러고도 남은 친구가 몇 있기는 한데,저는 서울에 사는 반면 그 친구들은 고향이나 경기도에 살아요.
제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일단 전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왔기 때문에 같은 대학의 고등학교 동문이 거의 없었고 그 중에 연락되는 애들이 두명 있고,그 외에는 연락되는 사람이 없어요(얘네도 다 경기도 살아요).대학 때는 과에 친한 친구가 딱 하나 있었는데 얘는 학기 중에 외국으로 연수 가느라 휴학해서 같이 졸업 못 하고 나중에 졸업하고 아예 외국으로 이민을 가버렸어요.전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소식이 끊겼구요.
그래서 과 애들 중에 연락되는 애 하나도 없구요.외국간 그 친구 외에는 친한 애도 없었으니까 대학 졸업한지 15년된 제가 지금 다른 애들 연락처를 안다해도 연락해서 할 말도 없구요.
결혼하고 직장생활 약간하다 결혼했는데 잠시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한게 전부라 그다지 친분관계도 없었구요.
그러니 서울에서 20년 가까이를 살았어도 만날 사람이 없어요.이사를 이 동네 저 동네 많이 다닌데다 딱히 맘 맞는 사람도 못 찾아서 이웃 아줌마 중에 친한 사람도 없구요(맘 맞는 사람 생길만 하면 이사가고 그랬는데 이 동네에선 아직 맘 맞는 사람을 못 찾았어요).
아이 친구도 만들겸 아이 1학년때 어머니회도 들고 그랬는데,아이도 저도 상처만 받고 다시는 학교 근처도 가지 않아야지 결심하며 학교 엄마들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고 아예 만나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 그야말로 저희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서울에서 제가 만날 사람도 없구요.가끔 경기도 사는 같은 대학의 고교 동문 친구가 서울 오게 되면 보게 되는게 전부예요.고향 사는 친구랑은 전화로 수다를 떨곤 하구요(부모님이 고향을 뜨셔서 고향 갈 일이 없어요).그것도 애들 학년이 학년인 만큼 애들 사교육때문에 데리고 왔다갔다들 하니 전화 시간 서로 맞춰가며 하기도 쉽지 않구요.
이렇다 보니 아이도 그럽니다.엄마도 친구없지?
그래도 엄마라 자존심은 있다고 그리 말합니다.엄마 친구 있다고.다만 멀리 살아서 자주 못 보고 전화 연락만 할 뿐이라고.
그러면서 오늘 시덥지도 않은 위로를 아이에게 해줍니다.너는 아직 너와 맞는 친구를 못 찾았을 뿐이라고 사람마다 친구를 찾는 시기가 빠를수도 늦을수도 있다고.
이 말을 해주는데 저도 제 말에 확신이 안 섭니다.과연 내 말이 맞을까.나처럼 만날 사람없이 우리 애가 어른이 되서도 외롭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빠라도 사회성이 있는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애 아빠도 마찬가집니다.
부모가 되서 이런 사회성을 물려준게 참 맘이 아픕니다.미안합니다.
저희 애가 빨리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