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시댁식구들이 오랜만에 집으로 연락도 없이 들이 닥쳐서 밥 해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후......연락 좀 하고 오면 어디가 덧나나....
일요일인데도 하루종일 밥하고 빨래하고...승산없는 일만 하자니 괜히.... 인생이 허무하단 생각이 들더라....
티브이를 트니 여기저기 십대들에 아부하는 듯한 방송만 나오고 .... 눈은 티브이를 향하고 있어도
마음은 허전하긴 마찬가지.....
눈치라곤 눈꼽쟁이 씨만큼 없는 남편은 밥을 두그릇이나 묵고도 " 포도 좀 가져와 봐!" 한다.
우라질! 내가 지 시년가? 하루종일 심부름만 시키네....
안 방으로 들어 와서 침대에 힘없이 눕다가 아까 낮에 도착한 " 내 인생 , 안단테 칸타빌레" 란책을
읽어 보았다. 얼마 전 주부생활을 보니 눈에 가는 기사가 있어서 한 번 구입 해 봤다.
책을 세 시간만에 후딱 다 읽었다. 너무 감동적이라서....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시향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손가락에 미세한 마비 증상이 와서 바이올리니스트의 삶을
포기하고 이탈리아로 바이올린 제작 공부 유학을 떠나 돌아 왔다는 내용인데.....
책을 읽으며 눈물 콧물 찍어 내느라 혼 났다. 그녀가 겪었던 시련들에 비해 저자는 너무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었다. 노라존스와의 사연이며 이태리로 유학가서 그 곳 사람들과 사귀며 경험한 이야기들이 차라리 한 편의
동화라고 하는 게 맞을 듯 싶다. 간만에 너무 감동적인 책을 읽었다.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미련퉁이 남편이 또 들어와서 이 번엔 쥐포 좀 구워 달랜다.
그러면서 또 하는 말,
" 와그래 눈이 팅팅 부었노? 앗따! 가을을 가을인가벼! 우리 마누라 안 읽던 책도 다 읽고!"
흐이그! 감성이라곤 눈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도 없는 우리 남편, 모처럼 분위기 잡고 있는데
산통 다 깼다.
확실히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어제 케이블 채널 보니까 화양연화란 영화 하던데 그 영화 보고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오늘 또 책까지 읽고 보니 모처럼 감상병을 앓던 소녀시절로 돌아 간 기분이다.
이 참에....나도 책이나 한 번 써 볼까?
다시 작가수업이나 해 볼까?
영화 시나리오나 한 번 써 볼까?
에구에구......
열정과 감성으로 빛나던 내 이십대 그 아름다운 시절들은 다 어디 갔는고?
돌리도!!!
아흐!!!
맘님들!
우리끼리라도 서로 위로받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