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차 이고 아기는 없습니다.
남편은 자영업이었는데, 8개월전부터 가게를 그만두고 집에서 편하게 놀고 있습니다.
(저는 잔소리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제 월급만 가지고는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주변 어르신들께선 그 문제로 이혼하려는 줄 아십니다만..
물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남편이 이혼사유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수면 위로 나온 , 이혼사유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저는 "자유인"이고, 남편은 저의 자유를 구속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남편은 제가 아이들의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만 하기를 원합니다만,
저는 지인들과 공연을 다니고, 행사를 뛰고, 재테크를 하고,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합니다.
남편은 제가 공연다니는 걸 싫어하고,
가능하다면 제가 집에만 있기를 원하고
남들 앞에 서서 행사뛰는 걸 싫어하고
교회에 가는 것은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합니다.. (3개월 전까지는, 저도 무교였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 너무 사람이 많은 것도 싫어합니다..
집에 가만히 앉아있다보면.. 그냥 왈칵 눈물이 납니다..
결혼 후 1년 동안은 참기만 했습니다. 남편이 원하는대로 살아주었습니다. 그게 행복의 지름길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천성은 못 버리겠더군요.. (제가 우울증이 와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밴드를 하나 둘 결성하여 공연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밴드 2개까지는 허락한다고 했으나, 사실 저는 몰래몰래 4개의 락밴드를 하고 있고
점점 늘어나는 거짓말에, 저도 괴롭습니다..
들어오는 수입을 신랑에게 다 갖다주지도 못해서, 여기저기서 돈봉투가 발견되면 둘러대기 일쑤이고~ ~
우리 남편은 저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해서, 정말 이 정도로 나를 사랑해줄 남자는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저는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란 걸 알았지만, 만약 해야한다면 이 남자와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생활이 이토록 지옥같을 줄은 몰랐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시댁도 좋기만 하구요.. 신랑은 자상하기만 합니다..
신랑은 저를 위해 외박도 안 하고, 술도 잘 안 마시고, 술친구들도 죄다 집으로 부릅니다..
제가 신랑친구들과 더 친하니까요.. 그런 부분들은 너무 좋은데, 문제는 저를 못 나가게 합니다..
남편은 계속 교회다닐거면 이혼하자고 합니다. 저를 더이상 참아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보고 결정하라고 하는데,
정말 이런 문제로 이혼해도 되는건지, 판단이 안 섭니다..
그리고 정작, 제가 이혼하겠다고 하면, 결혼할 때와 마찬가지로 안 해줄 것만 같습니다..
(아마 또 같이 죽자고 하겠죠..)
할 수 있는 노력은 최선을 다해 많이 해 보았습니다..
같이 여행도 가 보고, 대화도 시도해 보았으나, 대화는 항상 수포로 끝납니다..
우리 둘은 말이 안 통합니다..
항상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습니다..
남편은 항상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답답하기만 하구요..
그래서 기관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자고 해도, 남편은 자존심이 너무나 강해서 남에게 우리 문제를 얘기하기 싫어하고
또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꾸 주장합니다..
저는 현실에 안주하는 삶, 생각없는 삶, 미래가 안 보이는 삶을 가장 경멸합니다..
우리 남편이 바로 그런 사람이구요..
책도 좀 보고, 뉴스도 좀 보라고 해도, 남편은 자신을 바꾸려고만 하는 저와 더이상 같이 살기 싫답니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는, 당장 처가에 가자고 합니다.. 처가에 가서 내가 어떻게 하고 돌아다니는지 다 얘기하겠답니다..
제가 공연하고 다니고, 교회다니는 것을 알면, 특히 친정아버지는 저를 죽이려고 할 겁니다..
(아버지도 음악을 하십니다.. 무교이시구요..)
호적에서 파겠다고 할까봐 겁이 납니다..
잠시 지혜를 발휘해서, 교회는 마음의 위안으로 다녔고,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고 말할 계획인데
이혼할 동안만 몰래다니거나, 아니면 참았다가 다녀도 하나님이 많이 노여워하진 않으실 것 같은데..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은..
개인의 자유가 일부 제한된다는 이유로 이혼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나요?
제 주변엔 그런 경우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별난 것 같습니다.. (우리 친정어머니는 제가 너무 별나다고, 제발 저보고 성질 죽이랍니다..)
제가 슬기로운 방법으로 이혼에 성공한다고 해도, 친정부모님과 살 일도 걱정입니다..
가끔은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심장이 턱턱 막혀서, 자다가 벌떡벌떡 깨어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웃어도 웃는 게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족쇠가 팔목에, 다리에 채워져 있는 것 같아서, 매일매일 제 처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 없고, 사랑받고 있는데
저는 그 사랑이 너무너무 싫고 핍박받는 것만 같습니다..
밴드 같이 하는 선배들은 제가 너무 불쌍하다며, 악기 사 주고, 돈 모아서 제가 좋아하는 구두 사 주고
케익 사주고 하면서 많이 위로해 줍니다.
그런 걸 보면 저는 참 복받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또 주변에서 너무 잘 해주고, 많은 친구들과 선배들이 있으니, 이혼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이혼이라는 꼬리표가 무섭다고들 하는데,
저는 자유직종(키보디스트)이다보니, 그런 영향이 적을 것 같아서 너무 겁이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이혼해 보신 분들의 조언도 많이 필요합니다..
더 참지 말고, 신랑 입에서 '이혼'이란 말이 나왔을 때, 더 늦기 전에 추진해야 되는 것인지
1~2년 정도 더 참아보고, 더 대화해보고, 신랑이 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지혜를 발휘해봐야 되는 걸까요..?
뭐가 더 슬기로운지, 판단이 안 섭니다........................
조언 주시는 분들, 한 분 한 분 찾아가서 밥이라도 한 끼 사드리고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다음에 언젠가 제가 꼭 갚을 날아 있을 겁니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