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모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었는데요
저희 애가 과도한 식탐. 공격성. 피해의식 (그것말고도 많았는데)을 가지고 있다네요.
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시더라구요. 서울 모 대학병원 유명한 분을 소개시켜주시겠다며(예약하기가 힘들다나봐요)
저희 애가 정상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위험하다고 그러는데
전 정말 저희 애 열심히 키웠거든요.
열심히 한 결과가 항상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는건 잘 알지만
그래도 너무 속상하네요.
전 그냥 애가 식성이 좋은 줄 알았어요. 뭐든 잘먹거든요. 정말 뭐든 잘먹어요.
아무 야채나 우적우적 씹어먹고(맛있어해요) 김치도 참 잘먹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애가 밥을 참 깨끗하게 편식도 안하고 잘먹어서 좋다고 하셨었는데. 역시 이유식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는데
교수님께 얘 원래 식성이 좋다고 말씀드리니
양파액기스를 한번 맛보여주시고는 (먹더니 오만상을...) 너무 맛있지? 이거 아줌마가 다 먹어도 되지? 라고 하자 애가 눈에 쌍심지를 켜더군요. 결국 지가 다 먹었어요.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선생님이 애가 에너지가 이렇게 많은데다가 가슴에 응어리 진 것도 많은데 엄마가 온전히 집중해주지 않으면 안된다시며 애랑 놀아주셨거든요. 정말 열심히 놀아주셨어요. 죄송할정도로.
근데 돌아나와 헤어질때 선생님이 날 괴롭히네? 외 날 미워하지? 하는데 정말 눈물이 주룩주륵 나더라구요.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맨날 그런 얘길 하거든요.
이게 피해의식이라 하시더군요.
요즘들어 애가 자꾸 감옥에 가둬버릴꺼야. 내가 공격할거야. 내가 때려줄거야.
한번도 단한번도 제 앞에서 누군가를 때리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던 아이라 더욱 놀랍네요
그리고 오늘 제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미는걸 봤거든요.
애가 그럴 수도 있는거긴 한데 저희애는 약간 다른게
제 앞에서는 한번도 그런적이 없다는거에요.
단한번도.
오히려 항상 양보하고 (형제는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동생들꺼 다 뺐어도 저희 애는 그걸 다시 뺐어와서 껍질까서 입에 넣어주고 그랬던 애라 제 어깨를 으쓱 하게 만들어줬던 아이거든요.
그래서 실망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오늘 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을 해보니
애가 제가 알던 애가 맞나 싶을정도로 제가 알던 모습이 아니더군요.
그동안 무개념한 엄마들 보면 개거품 물면서 애를 저따위로 키운다는 둥
왜 저렇게 애를 방치해놓고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게 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둥
아무리 힘이 들어도 안되는건 전 끝까지 따라붙어 훈계했거든요.
무서운 엄마인건 저도 아는 사실인데. 그래도 또 열심히 놀아주기도 했는데
책도 삼사십권씩 목이 쉬도록 읽어주고. 물감놀이며 찰흙놀이며 각종 공예놀이도 정말 아무리 힘들어도 다 해줬는데
제가 대체 무얼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교수님을 만나뵌 이후로 아이를 훈육할때도 자신이 없어지고(이렇게 혼내는게 맞는건가)
아이에게 무슨 말 한마디를 할때도 자신이 없어지고
심지어 놀아줄때도 이렇게 해서 아이의 공격성을 키우는건 아닌가 걱정되고
어린이집을 가기 전까지는 남을 때리거나 꼬집는건 상상도 못하던 아이인데
(어린이집이 문제라는 얘기가 아니라 저와 떨어진 모습이 그러하다는...)
내가 애를 그렇게까지 옭죄었나 이런 생각도 들고.
휴........... 어쩜좋죠?
치료를 받는게 좋겠죠? 거리도 멀고 돈도 꽤 드는 것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