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암 수술 받고 항암 중에 있는 40대초 아줌마에요.
사실 내가 암에 걸렸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요즘엔 다른 것들로 마음이 괴로워요.
3주에 한번씩 항암주사를 맞는데 많이 힘들어요. 머리도 다 빠지고 내장은 다 헐어서 따갑고, 온 몸은 퉁퉁붓고...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가정에서의 제 역할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힘들게 집안일을
해 왔어요. 남편도 처음엔 그런 저의 모습에 고마워하더니, 이젠 너무나 당연시 해요. 오히려 제가 뭔가를 부탁하면
귀찮아해요. 남들은 항암중 도우미를 쓰거나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아님 가족 중 누군가 나서서 집안일을 전적으로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경제적인 것도 걱정이 되고 내가 좀 힘들면 가족이 편한데... 라는 생각에 아픈몸을 이끌고
오히려 전보다 더 열심히 남편 챙기고 애들 챙겨왔는데 너무 몰라주네요..
아침에 시어머니 전화 온걸 못받았어요.
간밤에 잠을 설쳐 신랑, 애들 보내고 다시 잠들었거든요...
근데 오후에 전화하셔서 하시는 말씀이 애 낳는 것보다 힘드냐며 다그치시는데 그만 눈물이..
당신 아들이 불쌍하데요.. 너무 고생한데요..
저... 임상 중이라 약값, 병원비 하나도 안들어요.
시어머니도 그거 아시는데 도대체 당신 아들이 뭐가 힘들다는 건지..
내가 못 먹는다고 당신 아들 끼니 안 챙겨 줄까봐 그러는 걸까요?
아님 당신 아들 집안일 할까봐 그러는 걸까요?
그래서 이번에 결심했답니다.
내가 5년후에 완쾌 판정을 받아도 절대로 시어머니랑 안 살겠다고....
전에는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불쌍해서 내가 맏며느리는 아니지만 모시고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남편도 미워요.
어떻게 내가 아프고 나니 오히려 자기가 더 아픈데가 많은지 모르겠어요.
옆에서 아프다 힘들다 자꾸 그러면 짜증나고 듣기 싫어할까봐 통증이 심하면 방에 혼자 들어가 끙끙거리고
괜찮은 척 안아픈 척 했더니 이젠 오히려 신랑이 집에만 오면 피곤하다. 어깨가 아프다. 속이 안좋다....
오히려 내가 신경쓰고 챙겨줘야 하니.. 마음을 의지 할 데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