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짜리 딸래미 데리고 목욕탕 갔다가 발가벗고 험한 일 하고 왔습니다.둘이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목욕 했습죠.
아이 때를 밀어주느라고 아이를 제 앞쪽으로 좀 당겨 세워놓고 박박 때를 밀고있는데, 한 오십초반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가 자리를 막 찾아다니시대요. 자리가 없었나봐요. 아주머니 다짜고짜 우리 아이 자리로 걸어오시더니 수도꼭지 아래 놓여있던 우리 아이가 쓰던 세숫대야 옆으로 쓱 밀어놓고 자기 물건 턱 갖다놓네요. 아이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그래, 우리 거의 다해가니까 아줌마 쓰시라고 하자는 눈웃음. 아줌마 자리에 앉더니 우리아이가 때미는 와중에 한번씩 물로 헹궈줄 요량으로 끌어다놓은 샤워기-우리 아이 발밑에 있었는데요, 확 끌어가버립니다. 샤워기꼭지가 우리아이 발을 탁 치고 끌려가네요. 화가 좀 나려고 했지만, 그냥 넘기자.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 앉았던 의자를 발로 턱 차서는 내쪽으로 밀어버리고 아이 앉을 공간 하나 남기지않고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버리네요. 화가 나서 한마디 했습니다.그래도 표정관리하면서...
"아주머니, 이 자리 저희 아이가 먼저 앉아있던 자리거든요."
아줌마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네요.
"그래서요? 엄마랑 같이 좀 앉으면 되지 뭘 그래요!"
저도 인상이 구겨지대요.그래도 어른인데 함부로 하면 안될것같아 차분히 말했습니다.
"자리를 안 비켜드리겠다고 하는게 아니라 먼저 양해를 구하시는 게 맞다는 거죠.그렇게 막무가내로 뺏어가시면 안되죠."
"그러면 비켜주면 되는 거지! 요즘 엄마들 참 희안해. 내가 여러번 봤어요. 꼭 애하고 자리 하나씩 차지하고 앉았더라. 왜들 그래요?"
기가 막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아니, 사람이 없으면 애들도 자리차지하고 앉을 수 있는거지요. 그리고 안비켜드리겠다고 하는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막무가내로 뺏어갈 게 아니라 양해를 구하시라는거지!"
"하이고, 그냥 양보하면 될 것을 왜그래요? 애들 데리고와서 교육에도 안좋게...참내, 별일이야. 알았어요. 더러워서 내가 빨리하고 나가면 되잖아!"
그러더니, 막 물을 콸콸 틀어놓고 머리를 박박 감고선, 내쪽으로 구정물을 막 튀기며 부어대네요. 기가막혀서 한참 쳐다봤네요.
그냥 양보할 수도 있었습니다. 좀 좁게 앉아 씻으면 뭐 대수인가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뭐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양, 너무나 당당하게 우리아이 자리를 차지하고도 요만큼의 고마움도, 미안함도, 예의도 모르는 아줌마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원칙적으로 하자면, 저희 아이도 그아줌마랑 똑같이 육천원 내고 목욕탕 들어왔습니다. 몸집이 크든 작든 자리하나 차지할 자격 충분히 있는 겁니다. 하지만, 양보하는 겁니다. 몸집이 작고, 엄마와 조금씩만 불편함 감수하면 되니까, 엄연히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자리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겁니다. 그러면 좀 미안하고 고마워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제가 너무 꼬장꼬장하게 구는 건지도 모릅니다. 어른을 가르치려고 하는 그보다는 조금 젊은 싸가지없는 여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이라고 인격이 없는 게 아닙니다. 작고 힘이 없다고 누구나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버스의 노약자석에 앉은 여섯살짜리 짜리 꼬마 아이를 버스에 오르자마자 다짜고짜 혼내며 끌어내고는 자리를 차지하던 할아버지를 기억합니다. 자기 발을 모르고 밟은 일학년 여자아이에게 꿀밤을 사정없이 때리던 나이든 어떤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그때는 모두가 무지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인격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요, 그 아이는 사십년이 다 지나도록 그 일을 잊지 못하잖아요.
아이들만 어른들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아이들도 다 압니다. 생각도 하고 판단도 합니다. 상할 자존심도 있고, 뭐가 옳고 그른지도 압니다.
요즘은 이런 어른들 잘 없는데, 오늘, 참 기분이 얹짢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