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결혼한지 16년째입니다.
중2 아들 하나이고요..
저는 중매로 부모님의 거의 강압으로 이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그래도 결혼 날짜를 잡은날부터 이남자를 남편으로 생각하고
제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을 함께할것에 쏟아부었습니다.
너무나 가난한 사람이였기에( 그래도 나만큼은 아니겠지 했습니다. 부모형
제의 냉대가..그는 사랑받는 막내라 들었기에)...
가구준비, 차도 사줬고요 나도 필요했지만 주말부부로 살아야할거라는 말을
들었기에..혼수 준비도 다 내가했고요..하물며 예단, 예물도 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모님은 강하게 밀어붙이는데 자꾸 뭔가 불안하더라고요..
결혼 며칠전부터는 물도 못넘기고 누워서 영양제를 꽂을정도로..
근데 그 불안이 결혼 2주후 그것도 혼인신고를 서두르는 친정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혼인신고를 한 그다음날 아침부터 터지더군요..
당장막아야 할 카드빚 200부터 시작해서 게속 알지도 듣지도 못한 빚들..
우리 엄마가 너무 좋아할까봐 친정에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죠.. 계산은 정확히 안해봤지만 대략 2500~3000 정도.
너무 기가막혀" 왜 빚이 이렇게 많다고 말을 안 했냐"
신랑의 명언 "내가 빚이 있다고 했으면 니가 나랑 결혼을 했겠냐?"
" 그럼 차 산다고 했을때 다음에 사자고라도 말을 하지. 그랬으면 그돈으로 얼마라도 빚을 갚을수 있잖아.."
"어떤 등신같은 놈이 거저 준다는데 마다하냐!?"
언젠가 명절때 시댁에서 (참고로 울시댁은 아들이 셋인데 큰형님 처음에는 자기 미용실 운영하다 나중에는 다 까먹고 월급받고 미용실 다니다 2년전에 이혼, 나 결혼이후 그 전에는 알수 없지만 단 한번도 집안일을 한적도 없고 명절에도 손님올지 모른다고 미용실간다고 나가버리는 여자..집안일 속옷 빨래까지 시어머니의 몫..둘째 형님 결혼은 않고 동거만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결혼 않했다는이유로 시댁근처에도 안오고요) 진이 다 빠지게 허덕이게 일
하고 친정에를 갔더니 친정엄마 " 니올케 명절에 친정 못가는것도 힘드니까
니가 설겆이랑 좀 하고 치우고 해라" 어쩜 우리 올케는 저런 시어머니를 만났
을까.. 좋겠다하며 설겆이를 하는데 5,6살쯤 됐던 내 아들이 "왜 큰집에서도
외갓집에서도 만날 엄마만 일해!?" 그 소리를 듣고 울 엄마 하신명답
" 안에서 깨진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꼭 니 꼴이 그렇다 응?"
결혼전 친정에서도 몸고생 맘고생 많이 했어요..
형제가 5남매인데 제가 26살때 엄마가 처음으로 그러시더라고요..
너는 날때부터 정이 안가더라고...당신배로 낳은 친딸인데요..
그러면서도 갖고 싶은것있으면 사달라고 물건 보여주며 조르고
집안에 무슨일이 있으면 딸년이되가지고 보고만있다고 해결해보라고..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하면 사랑 한자락받아볼까 다른형제들 안하는 집안일
궃은일 다하며 버텨받지만 해주면 당연하고 안하면 죽일년이었어요.
결혼하면 진짜 잘해서 사랑받고 살아야지 했는데 잘하려고 노력하면할수록
병신취급이더라고요. 너는 그런취급을 해도 참는구나..
친정에서 단련된 인내력...제가 생각해도 대단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겠다 싶어요..
지지리도 가난한 집안에 시집가면서 예단값 얼마 내놔라하면 갖다주고
내가 다 알아서 장만하고 준비하고...이런 집에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도
아무것도 바라지않는 저도 얼마나 만만해 보였겠어요..
잘못도 없는데 형제들간에 서로 이간질해서 나한테 뒤집어씌우고 왕따
시키고... 우리 신랑은 니가 우리가족안으로 안들어오고 스스로 격리시키면
서 그런소리한다고 그래서 한번은 보여줬죠..언젠가 추석때 내가 안들어가는
건지 니들이 따시키는지 보라고..제가 온가족이 모였을때 슬그머니 안방으로
들어갔어요. 큰 누나를 시작으로 한명씩 한명씩 눈치를 서로 주고받으며
다 나가버리는것을 보고는 울 신랑 "어, 이상하네 왜이러지?'
조카들 모여있는 방에 가도 그래요.큰시누 큰딸이 시작하면 다 슬그머니
나가버리죠..처음에는 좋게 생각해서 나 쉬라고 그러는줄 알았어요..
좋게 생각하려고 무지 노력하며 살았어요..낯을 가리는거라고...
근데 자꾸 겪다보면 알게 되는거잖아요..항상 내가 나타나면 웃음소리도
하던말도 모두 뚝! 그러면서 슬그머니 일어나기 시작하죠..
배 부르다고 담배 한대 피워야겠다고..
시댁도 친정이랑 똑같았어요.. 궃은 일은 내 몫..하하호호는
저희끼리만...어쩌다 무슨일이 생겨 제사에라도 못가게 되면
형제들이 돌아가며 전화하면서 며느리가 할 일을 하라고 하지요..
정 못오겠으면 계좌번호 불러주는것 잊지않고요..
내가 안가는게 아니라 당신아들이 안가는건데...(제가 애 낳은후로
멀미가 심해져서 버스는 커녕 전철을 타도 멀미를해요..신랑이 조심조심
운전하면 조수석에서는 견딜만하죠..그래서 혼자는 어딜 못다녀요)
울 시어머니 명절때 밥먹자고 밥차리라해서 새밥해서 찌게 끓여 들여갔더니
"너는 밥 먹을 시간 없다. 빨리 빨리 일해야지.." 나중에 슬그머니 밥한그릇
들고나와서 먹고하라며 놔 두고 가는 신랑을 보고 저것들이 사람이
맞나? 했었죠..울 아들 하나있는것 낳을때도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누구하나
들여다 보는 사람없었고 병원에서 퇴원하고 친정에 누워있으니 갑자기
시어머니란사람 연락도 없이 사돈댁에 와서는 아기 싸놓은 이불 풀어서
아이고 고추네..하고는 사돈내외한테 인사도 하는둥마는둥하고 가버리는
그런집안...
그러니 울 신랑이 뭘 보고 배우며 컸겠어요..
그래도 울친정은 나한테는 고약했어도 종갓집이라 예절, 몸가짐, 말투
깍듯하게 해야했죠..모두의 몸에 습관처럼 배어있죠..
그래 못보고 못배워서 그러겠지하면서 16년동안 계속 말했습니다.
가족은 서로 숨기지말고 물론 얼마간의 비자금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부부면 서로의 가족간의 이야기, 금전적인 이야기는 서로가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말하고 이해를시켜도 "니것도 내것 내것은 알려고 하지마!"
시댁 조카 대학등록금 힘들면 우리가 내주자고 말 했는데도 몰래 혼자
하고 시어머니 용돈도 내가 보낼때 되면 하는대도 몰래 하고
나중에 입싼 시어머니 다 말해서 들통이 나는대도 항상 몰래..
자기집에 하는일은 그럴수 있다고 이해를 하지만 정해진 생활비외의
금전적인 일,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일을 꾸미는 일들 모든일은 나하고
의논하는 법도없고 일이 잘되면 좋은데 나중에 스스로 힘들고 어려워지면
그때서야 뒷수습은 내 몫..제가 크레믈린궁이라고 해요..
까도까도 보이지 않는 양파같은 그마음 ..
속시원히 보여주고 의논하면 자기도 편할텐데 항상 알려고 하지말라는
태도..이젠 너무 지치네요..10년 전부터 어지럼증으로 고생을 했는데
병원에 가서 아무리 검사를해도 병명이 안나오더니
작년말에 심장이 고장이 나버렸어요..
정확히 말하면 자율신경이 스스로 조절을 못하는거라네요..
대학병원에서는 심한 스트레스때문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심장이 너무 뛰어서 잠을 잘수가 없어요.. 수면제를 먹어도 잠도
못자면서 몸이 딱 죽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한의원에 가니 홧병이랍니다..
한약으로 바로 조절이 안되니 양약도 같이병행하는게 좋을거라고..
지금은 약을 먹어야 잠을 잘수 있지만 그래도 잠은 잘수가 있으니
그럭저럭 지냅니다. 신경 정신과에서도 어떻게 이렇게되도록 참고만
살았냐지만 저는 저를 보호해줄 친정도 (물론 친정부모형제는 있지만내가
기댈수있는 )없고 그렇다고 이긴질하던 큰동서도 이혼하고 나가서 없고
이간질의 큰손 큰시누도 암으로 작년에 죽고 없어서 전처럼 저를 괴롭히는
사람도 없지만 내몸에 병이 이렇게 심해지니 시댁도 이제 맘을 비워내
버렸습니다. 신랑도 같은 집에서 같은 이불 덮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지만
마음으로 는 이미 이혼해 버린상태...
너무 힘이드니 친구도 없고..있다해도 푸념하고싶어도 내 얼굴에 침뱉는것같
아 끔찍해지고 운동이라도 해서 풀고 싶어 산에도 며칠 다녔는데 몸이
너무 약해졌는지 무릎, 발목인대가 잘못됐는지 지금은 걷는것도 힘들고.
왜 이렇게 사는게 힘들까요.. 초년 고생이 자심하면 중년에라도 좋아지면
좋으련만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같아요..
며칠전에 내가 얼마나 힘드는지 아냐고..의사 가 하는 말 듣고도 느껴진게
그렇게 없냐고.. 해도 아무말이 없어요..
어제는 우리 이혼할래? 하고 말을 했더니 그냥 씩 웃으면서 내 얼굴 한 번
만지더니 들어가서 코 골고 잡니다.
내가 어떻게해야 되는지... 뭘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야하는지...
처녀때 본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브래드피트가 죽고나자
목사인 아버지가 했던말
'내가 내아들을 완전히 이해할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었는데'
제가 요즘 되뇌이면서 나를 다스리려고 합니다.
내 남편을 내 시댁을, 그리고 나를 가족의 울타리에 끼워넣어주지않던
4년전 돌아가신 우리엄마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해 보려고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기도합니다 그렇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