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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가수 박현빈, 그리고


BY 일필휴지 2010-05-22

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어제.

대전 보문산 아래에 위치한 사찰 형통사에서는 ‘제 4회 산사 음악제’가 열렸다.

 

우리가 이름 있는 가수 내지는 연예인과 방송인을 보자면

TV 시청 내지는 술집에 가서 돈을 내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어제의 경우는 불자든 아니든 간에 누구라도 자리만

잡고 앉으면 공짜로 가수들의 열창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특권이 주어졌다.

 

오후 2시가 임박하자 공연장이 위치한

형통사 바로 옆 무대로는 인파가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이윽고 오후 2시가 되자 예전 기상캐스터로

이름을 날렸던 이익선 씨가 사회자로 무대에 섰다.

 

“차가 어찌나 밀리던지 오토바이 퀵 서비스 덕분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는

설명에서 오늘 등장하기로 한 가수 중 반드시 불참하는 이는 발생하리라 예견되었다.

(실제로 그 사찰을 나오던 오후 5시 20분까지도 조항조와 설운도는 불참하였다)

 

연꽃합창단의 ‘붓다의 노래’를 시작으로 우인밴드와

‘당돌한 여자’ 서주경에 이어 트로트계의 황태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가수 박현빈이 네 명의 비보이 형색의 젊은 댄서와 함께 등장했다.

 

순간 좌중은 노도처럼 일렁이는 환호로 뒤범벅되었다.

일단의 용감한 아줌마들이 우르르 무대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곤 아까 서주경에게 했던 것처럼 너도 나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현빈(-> 게재된다면 P로 표기 바랍니다)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마치 살얼음판과도 같은 냉갈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오로지 노래에만 열중하는 그에게 무대 앞으로까지

나갔던 이들은 크게 실망하는 기색으로 돌아서야 했다.

누군가 그랬다.

 

“박현빈, 너 그러는 거 아니다.”

박현빈의 뒤에 등장한 가수 정정아와 김용임, 그리고 최영철과 윙크는 박현빈과 달랐다.

 

그들은 역시나 손을 내미는 관중들에게

최대한 ‘성의 있게’ 응대의 손길을 주었으니 말이다.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기에 전국의 사찰이

모두 정치인들로서는 그야말로 ‘황금표밭’이었다.

하여 대전시장에 출마하려는 이들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현역

국회의원들까지도 대거 나타나 관중, 즉 유권자들과 일일이 손을 잡았다.

 

물론 가수들에게 있어 우리네 관중들이 표로써 그들을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렇긴 하더라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표현답게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의 손을 한 번쯤이라도 잡아주는 센스를 발휘했더라면

가수 박현빈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을 터인데 ... 라는 아쉬움을 못내 떨칠 수 없었다.

 

아무리 피곤하게 현장에 도착을 했을 것이고 아울러

땀이 꼬질꼬질한 촌부들의 손을 잡으면 자신의 위상이 깎일까 싶어

그리 했는지는 모르겠으되 여하튼 어제 박현빈의 무대 매너는 시쳇말로 ‘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