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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 인과응보(因果應報) 4


BY 일필휴지 2010-07-03

노파의 멱살을 왼손으로 움켜쥔 수로의 아귀힘은 완강했다.

이에 반해 힘 없는 노파는 꼼짝 없이 수로의 판단 여하에 따라

생과 사의 기로에 서 있는, 또한 그야말로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의 형국이었다.

 

“대체 내가 왜 댁의 엄마라는 거요?

보아하니 날 죽일 기색인데 죽을 때 죽더라도 알고나 죽읍시다.”

 

수로는 손에 모았던 힘을 다소 풀었다.

“내가 당신을 찾으려고 그동안 얼마나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 지 알아?

당신이 내 엄마라는 걸 이미 알았지만 더 확인을 한

연후에 죽이려고 지금껏 당신하고 대활 나눴던 거야!”

 

노파는 그러고 보니 수로가 아까 처음 보긴 했지만 어딘가 낯이 익었다고 느껴졌다.

“그렇다면 총각, 아니 네 이름은 수로고

또한 네 아버지 이름은 원인유(元因有)란 말이냐?”

 

“맞다! 그분이 바로 너같이 개 같은 년이 버리고 떠난

내 아버지 존함이며 네가 덩달아 나까지 버리고

야반도주한 내 고향은 바로 00군 00면의 한탄마을이다.

 

이제야 전모를 알겠니?

네가 숱한 놈팽이들하고 살을 섞으며 희희덕거릴 때

네가 버린 네 남편과 아들은 그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가를 한 번이라고 생각해 봤니?”

 

노파는 순간 올 것이 왔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깟 목숨이 뭔지 아무튼 더 살고 싶은 건 본능으로 꿈틀거렸다.

 

“수로야, 내가 잘못했다. 그러니 제발 살려줘!!”

수로는 그러나 노모의 그 말에 더욱 격분했다.

 

“푸훗~ 살려달라고? 그건 안 되지.

그간에 당신이 지은 죄가 얼만데?

더욱이 당신이 떵떵거리며 잘 살았더라면 그럴 맘도 없진 않았어.

 

하지만 이게 뭐야?

고작 연탄 한 장조차를 아끼자고 이 엄동설한에 개 떨듯 하면서 살아?

이게 남편과 아들까지 버리고 달아난 여편네의 현실이냐고?”

 

수로는 약간 느슨했던 손아귀에 다시 힘을 가했다.

최후가 멀지않았음을 간파한 노파는 그러나 발악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 죽여라, 이놈아! 나는 네 말처럼 살 가치도 없는 늙은이다.”

그 말에 수로는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찢어진 입이라고 말은 잘 하는구나.

그래 네 말대로 죽여주마.

근데 너는 편하게 죽으면 안 돼!”

 

수로는 들었던 깨진 소주병을 내던지고 노파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강하게 붙잡았다.

그리곤 바로 곁에 걸쳐져 있던 집게를 이용해 연탄난로의 덮개를 열었다.

 

파란 불꽃이 활활 타는 연탄은 그 기세가 수로의 분노심에 필적했다.

수로는 노파의 얼굴을 그 연탄 위로 그대로 박아버렸다.

 

“으악~!”

노파는 그러한 비명도 하지만 얼마 지르지 못 했다.

 

조그만 가게 안은 금세 노파의 머리와 얼굴이

지글지글 타는 고약한 냄새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