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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5- 인과응보(因果應報) 5


BY 일필휴지 2010-07-03

노모의 죽음에 수로는 더욱 미쳐 날뛰었다.

수로는 이번엔 가게 안에 있는 물건들을 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발로 차 유리를 깨곤 그 안에 들어있던

술과 음료를 꺼내 여기저기에 마구 던져 깼다.

그 바람에 고요했던 겨울의 밤은 일순 정적이 깨지면서

동네 사람들까지 우르르 몰려오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웬일이래?”

“그러게 말야!”

 

그들은 아수라장에 다름 아닌 가게를 들여다 보곤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들에 의해 수로는 경찰에 검거되었다.

한데 이미 모든 걸 포기한 듯 수로는 순순히 붙잡혔다.

 

자칫 커다란 화재로까지 비화될 뻔 했던

노파의 가게는 동네사람들이 서두는 바람에 무마되었다.

 

수로의 현장 검증이 있은 건 불과 얼마 뒤였다.

동네 사람들이 다시금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 연탄난로에 당신의 노모 머리를 처박아 죽였다는 거지?”

“네, 맞습니다.”

 

수로는 담담하게 답했다.

이를 지켜본 동네 사람들의 입이 다시금 방정맞아졌다.

 

“참으로 인면수심(人面獸心)에 다름 아닌 놈일세. 어쩜 저리도 뻔뻔할꼬?”

“내 말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까?

근데 저 사람이 저렇게 악독한 짓을 한 건 죽은 노인네가 원인을 제공한 거래.”

 

“그게 뭔데?”

“그러니까 어린 자식을 버리고 달아나 여태껏 방기(放棄)을 했다는 거지!”

 

“방귀? 그게 뭐야?”

“에이그, 이 무식한 놈아. 좀 배워라 배워. 배워서 남 주냐?

자식을 내버리고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다는 뜻이 바로 ‘방기’ 아니더냐?”

 

“그래, 너 잘 났다.”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그같은 쑥덕공론을 하는

와중에도 예리한(芮理漢) 형사는 느끼는 바 적지 않았다.

 

수로의 ‘적극적’ 현장검증 협조에 힘입어 검사도 형사들도 모두가 일이 수월했다.

“예 형사님, 시간이 되었는데 점심이나 먹고 들어가죠.”

 

자신을 따라 경찰서를 나온 고지식(高地植) 형사가 달리는 차안에서 말했다.

“그럴까? 근데 오늘은 점심에 반주를 필히 마셔야겠어!”

 

그들이 들어선 식당은 그 맛이 얼큰하여

손님들로 득시글한 <유명 부대찌개> 집이었다.

 

자신이 따라준 술을 밥보다 먼저 냉큼 홀짝 마시는 리한에게 지식이 물었다.

“예 형사님은 평소 낮술을 안 하시는 분인데 오늘은 왜?”

 

“다름 아니고 잠시 전 우리가 원수로의 현장검증을 했지 않았나?

근데 거기서 느끼는 바 있어 그만 맘이 울적하더라고. 하여...”

 

“그게 뭔데요?”

평소 궁금한 건 반드시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지식이

귀를 토끼로 만들며 리한 가까이로 얼굴을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