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787

새시어머니


BY 맏이 2010-08-20

남편이 태어나기 전에 새시어머니가 들어오셨답니다.

친어머니가 남편을 임신중이셨는데, 군복무중이시던 시아버님께서

새시어머니를 알게 되어 제대하면서 같이 집에 오셨다네요.

친시어머니는 3년동안 남편 없는 집에서 시부모님모시고 살고 있다가

임신한 채로 그렇게 쫓겨나시고...

그리고 친정에서 아기를 낳고 친시어머니께서 돌때까지 키우고, 시아버님께 쌀이라도

좀 보태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시는등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다시 시댁으로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 아기가 바로 우리 남편이지요.

남편은 그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속 키우고, 시아버님과 새시어머님은

다른 곳에서 따로 지내셨다고 합니다.

그 사이 두 분 사이에 아이도 생기고, 두 분은 그 아이와 함께 지내고~

남편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우고~

그러다가 남편이 6살 무렵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말만 함께 지내는것이지 아이들을 키우는것은 순전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몫이고, 새시어머님은 시아버님이 하시는 일을 돕는다며 거의

집에 계시지 않으셨지요.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새시어머님은 1남 6녀를 낳으셨습니다.

당근 아들을 낳기 위해서 위로 딸을 그렇게 많이 낳으신것이지요.

그런데 새시어머니~

본성은 그리 나쁘신분은 아니지만, 어찌나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으신지 일단 경제 관리가

안되신 분이십니다.

당연히 그 많은 재산 다 날리고 그야말로 겨우 몸 하나 걸칠 작은 집 하나

겨우 남겨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데도 어쩜 그리도 계획이 없으신지...

시동생빼고 시누이들은 모두 이혼의 경험이 있는데 그것도 한두번이 아닌

사람도 몇명 있습니다.. ㅠㅠ

그러면 며느리에게 좀 부끄러울법도 한데 그런것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시아버님과 사이가 자꾸만 벌어지신다는 겁니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두 분만 계시게 되니, 오손도손 사이 좋게 지내시는게 아니라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시네요. ㅠㅠ

그것도 말로 하는 가벼운 다툼이 아니라 치고 박고... ㅠㅠㅠ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 도가 심해지고 횟수도 잦아 들면서 시누이들과 모두

모여서 가족회의라는것을 열었습니다.

우리 큰시누이는 무조건 아버지가 잘못이라며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난리고...

시어머님은 원래 생각이 부족하신 분이시라 큰 시누이 말에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그런데 두 분이 싸운 내용을 들어보면 참 한심해서 기가 찰 때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사태를 악화시킨데는 시어머님의 역활이 아주 많았고요.

그런데도 딸들은 똘똘 뭉쳐서 엄마편을 들고...

그러다가 우리 남편이 뭐라고 한 마디 하려면 새시어머니와 딸들이 모두 한 통속이

되어서 그러면 오빠가 아버지 모시고 가라는 말만 하고...

하여튼 결론이 나지 않은 지루한 언쟁만 오고 가더라고요.

우리 시아버님이 성격이 좀 과격하시기는 해도 절대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실 만큼은

아니거든요.

어째 50년 넘게 함께 살면서 그런 요령도 없으신지.. 저는 새시어머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저희 남편은 부모 형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거의 자수성가한 사람입니다.

대학 다닐때엔 처음 등록금만 집에서 보태주고 그 이후엔 자기가 벌어서 학교 다니며

생활비도 마련했습니다.

먹을게 없어서 한달 내내 라면만 먹고 있으니 친구 형이 군대에서 휴가 나와서

보고 너무도 딱해서 쌀을 사다 주더랍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식때 입을 와이셔츠가 없어서 그것도 빌려입고..

차비가 없어서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도 걸어 다니고...

하지만 시아버님이나 새시어머님은 4년동안 한 번도 남편이 있는 자취집에 찾아

오지도 않으셨습니다.

남편이 워낙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장에 금방 취직이 되었더니,

그때는 아들 덕보려고 얼마나 침을 흘리시던지... ㅠㅠ

그러다가 남편이 회사 내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오랫동안 입원했는데, 시아버님만

오시고 새시어머니는 오시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결혼할 때, 남편이 군에서 모은 돈이랑 직장생활 하면서 모은 돈 조금,

그리고 제가 몇년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돈 그리고 저희 친정에서 주신 돈으로

결혼했습니다.

그때도 시댁에서는 1원 한푼도 보태주시기는 커녕, 저희가 드린 돈에서 반지 맞추고

남은돈까지 그냥 꿀꺽하시더라고요. ㅠㅠ

그리고 세월이 흘러흘러 우리 딸내미는 대학 졸업후 취직하고, 또 우리 아들내미도

대학 다니다가 군에 다녀와서 복학을 앞두고 있네요.

그런데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새시어머니는 저희집 식구들 생일이라고 선물은

커녕 전화 한 통 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아마 날짜도 모르시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천안함 사건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젖어 있을 때, 그때 우리 아들이

바로 그 현장에 있었거든요. 거기서 군 복무중이었거든요.

그럼 남같아도 걱정이 되어서 전화 한 통 정도는 했을법 한데... 그때도 역시 아무

연락도 없더라고요..

어쩜 그 많은 식구들이 하나같이 연락이 없더라고요.

사람 목숨이, 젊은 사람의 목숨에 대한 걱정이고 우리 아들, 엄연히 장손인데....

그래서 이제는 서로 남남 같이 마음 비우고 살고 싶은데....

좋은 일 있을때엔 아무 연락이 없다가도 꼭 자기네들이 아쉬우면 연락을 하네요.

몇년전 새시어머니 칠순때, 솔직히 저는 어머님이 남편이나 저희 식구들에게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칠순을 말씀하시는지 마땅치 않았습니다.

남편이 가끔씩 어릴 때 얘기를 하면 그야말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그런 얘기들도 많습니다.

중학교때엔 시아버님이 등록금 내라고 새시어머니께 돈을 주셨는데, 울 남편은 어머님이 안 주셔서 못 갖다 내서 학교에서 매를 맞고...

그런데도 끝까지 등록금 줬다고 우기시더래요.

그래서 또다시 시아버님께 되지게 매 맞고...

수학여행도 다른 친구들은 다 갔지만 집에서 돈을 안줘서 학교에서 남아서 공부하고...

그리고 도시락도 매번 안 싸주셔서 할아버니지가 학교까지 갖다 주시고...

중고등학교때 교복은 새것 한 번 못입어보고 늘 사촌형것 물려 입고...

우리 아이들을 한 번 안아주거나 업어주신것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다정한 말씀을

한 번 해 주신것도 아니고... 

그리고 또 우리 형편이 아주 좋지도 않은데 넘 부담도 되고...

그래서 칠순때 시골에 가지 않았더니, 완전 이런 불효자도 세상에 둘도 없는 불효자가

된 상황이더라고요.

온 식구들이 나서서 덤비는데.... ㅠㅠㅠ

아, 자기 아들딸이랑 사위들과 재밌게 지냈으면 됐지.. 뭘 어쩌라고? 하는 고약한

반항심까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재작년 추석때에 시골에 갔더니, 시아버님 혼자서 빈집에 덩그러니 계시길래

뭔일인가 했더니~

두 분이 싸우시고 새시어머님이 집 나가신지 한참 되셨더라고요. ㅠㅠ

요즈음 찜질방이라는 곳이 부부 싸움 후 찾는 장소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네요...

그때엔 찜찔방이 아니라 시동생 집에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시동생 집에 갔습니다. 어머니를 모셔 오려고요...

그런데 어머님 하시는 말씀~

아버지 모시고 가래요... ㅠㅠ

아니, 80년 넘게 시골에서 사신 분이, 길도 모르고 친구도 없고, 하실 일도 없이

아파트에서 혼자 덩그러니 뭘 어떻게 지내시라는건지...

남편이랑 제가 가게를 해서 둘 다 아침 일찍 나가면 밤 늦게 오기 일쑤이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는데...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모시고 가라는게 아니라 폐기 처분한다는 말처럼 들리더라고요..

임신중인 사람 억지로 쫓아내고 거의 60년다 되게 살아 놓고서 이제는 쓸모도

없고 그러니 모시고 가라니...ㅠㅠㅠ

아니 시아버님이 무슨 물건입니까?

이제 귀찮으니 네가 갖고 가라도 아니고...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옆에 있던 시동생의 태도입니다.

어머니가 그러시면 옆에서 말려야되는데 아예 더 말을 보태고 있더라고요..ㅠ

그러면 결국 완전 쪼개지는거잖아요.

남편은 그 전에는 그래도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동생들에게 자주 전화도 하고그랬는데, 그 사건 이후 남편과 저는 완전 마음을 비웠습니다.

전화도 안하고, 만나도 그냥 잠깐 아는체만 하고 맙니다.

우리가 아무리 용을 써도 결국 우리는 그들에게는 다른 존재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해봤댔자 결국 시아버님을 떠맡길 생각이나 하고... 

그리고 솔직히 제가 왜 시아버님을 모십니까?

아버님이 우리에게 해 주신게 뭐가 있다고 ......

그래도 우리는 아버님께 그동안 집 사는데 반정도 보탰고, 차도 사드리고,

생활비도 보내 드리고, 명절때엔 꼭 가서 용돈도 드리고...

그리고 틈틈이 옷이며 약이며 보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받은게 없습니다.

뭐 꼭 물건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음을 받은 기억도 없습니다.

1년 열두달 있어도 잘 있냐? 어떻게 지내냐? 아이들은 건강하냐? 비가 많이 왔는데

괜찮냐? .... 뭐 이런 전화 한 통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희 친정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그때 시아버님이 서울에 일이 있어서

어머님과 함께 오셨는데 그날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랬더니 큰시누이왈~

마침 잘됐다고 하네요 ㅠㅠㅠ

그래서 제가 그때 그렇게 말하는 시누이 입을 확 찢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래, 그 나이 먹도록 네가 그 정도 말밖에 하지 못하니 서방에게

버림받고 결혼도 두번이나 하고 결국 혼자 살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친정엄마 돌아가셨을 때, 남편이 시댁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럴수가ㅠㅠ

아무도 오지도 않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전화 한 통도 없더라고요..ㅠㅠ

그리고 다음에 만났을 때에도 아무 말도 없고...

그런데 그런데....

그런 새시어머니 생신이 또다시 다가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예전에 제가 생신선물로 옷을 보내 드리면 뭐가 맘에 안드신다면서 다시 제게 보내신적도 있고, 또

어떨때는 하도 전화가 없어서 은근슬쩍 여쭈어 보면 대뜸 남줘야겠다 하시기도 하고...

그래서 돈으로 보내면 받으셨는지 어쨌는지 전화도 없고...

그러다가 또 어떤 해에는 일부러 은행에서 새 돈으로 바꾸어서 봉투에 넣어서 드리면 돈이 적다고 열어서 헤아려보지도 않고 투덜거리시고..

원래 새 돈이 부피가 적잖아요...

그리고 또 어떤때는 저희가 돈 드렸다는 말씀을 아무에게도 않고 시치미 뚝 떼시고..

그러니 해 드리고도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해 드린것은 일절 말씀 안하시고, 남의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씀과 함께 당신이 빚내서 남편 공부시켰다는 말씀만 하십니다..ㅠㅠ

말도 안되는 억지입니다.

그래서 해 드리고픈 마음도 생기지 않습니다.

아~~점점 다가오는 생신에 마음이 자꾸만 불편해지네요.. ㅠㅠㅠ

그리고 솔직히 이런 고민도 시아버님 계실때까지만 할 생각입니다.

아버님 돌아가시면 그때엔 정말로 마음 비우고 남처럼 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