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만난 친구는 고졸이고 영업부에서 일을 했다.
나는 4년제를 나와 디자인실에서 일을 하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벌써 22년.
이 친구는 결혼을 못했다. 아니, 눈이 너무 높아서 하지 않은것이다.
절대로 현실과 타협하기 싫어하고, 까칠하고. 잘난척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공부는 잘했지만 집안형편상 대학을 못간것에 대한 연민이 항상 꽉
차있었고, 그래서인지 친구를 사귀어도 레벨(?)을 염두에 두고 사귀는
모습이었다, 항상 "내 친구말야,,삼성의료원에서 의사한다는 친구..."
또는 "내 친구말야..유학갔다온 친구.."
아마 나 역시 그 친구의 명품대열에 끼어놓은 한 사람이었을것이다.
그 친구는 짝퉁일지언정 명품으로 머리끝서 발끝까지 두르고 다니고
어떤 패션잡지를 구독하는지, 요즘 유행하는 젊은 여자 스타일을 고수
하고, 이제 나이가 오십이 낼모레면서 20대 초반애들이 입고다니는
샤랄랄라 쉬퐁원피스를 받쳐입고, 키는 153인데 항상 고무신처럼 생긴
낮은 신발을 신는다.
그러나 그건 다 자신의 취향이기땜에 난 간섭을 안한다.단지 속으로
'우리 나이엔 고상하게 입어야하는거아닌가.." 그러나 그 친구는
시계는 어디꺼, 신발은 어디꺼, 전문가도 울고갈 전문지식(?)에 머리는
청담동 시대라는둥,, 그러나 혼자사니까 그 친구의 시계바늘은 아직도
20대에 머물러 있을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그런데.. 이 친구는 너무 지극히 평범하고 아줌마틱한 나의
스타일이 항상 마음에 안드는 것이다.
난 아이 둘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며 사는 평범한 아줌마 아닌가.
가끔 백화점 식당가에서 만나던가, 영화를 보러간다던가 만나기만하면
지겹게 군다. "야. 당장 머리에서 핀 빼라,, 뭐냐 촌스럽게.."
"야.. 누가 요즘 자동차 핸들에 카바를 씌우냐,, 좀 뺄래?"
항상 지적질이다.
난 그 친구의 모습이 어떨땐 아찔할정도로 창피하지만 참는데,,
생각해봐라.. 50이 낼모레에 그 친구는 벌써 5년전에 폐경이 되었구
키는 난장이똥자루인데 머리도 맘에 안들고, 샤랄라 쉬퐁원피스가
튀어나온 티셔츠에 풍선같은 모습의 쫄바지스타일에 남자고무신같은
차림.....자신은 꽤나 압구정틱하거나 청담틱하다고 생각을 하나보다
그렇지만 난 단연코 한번도 지적을 한적이 없었다.
그게 낙이려니,, 난 아이들 키우는 재미라도 보지만 저 친구는 참 안된
거야.. 내가 참지,, "그래 머리에 핀 뺄께.". 사실 아줌마들 시간맞춰서
미장원을 못간다. 그래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핀으로 해결할수밖에
없을때가 많지않은가..
그 친구는 내가 결혼할때에도 "야,,나같으면 그런 남자랑 결혼안해.. 미쳤
냐? 공장다니는 사람처럼 생겼다.."
이 친구는 그렇게 그렇게 사람의 외모와 입성을 갖고 지적질을 많이한다.
이제 난 너무 지겨워진거다.
아닌척, 고깝지 않은척, 그래도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위선..등등으로
무장하며 친구라고 22년을 끌어왔는데,
얼마전부터 내가 전화를 씹고 문자도 씹는다.
왜그러냐며, 뭐가 화가 났냐며.. 그러는데, 어떤 방법으로 내 마음을
전할것이며, 이제와서 지난날의 나의 고충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것도
치사스럽고, 쫌스러워지고 그러면서까지 친구의 연을 맺기싫고, 또한
사람은 절대로 안 변하기때문이다.
이 친구의 집은 사람을 집에 초대하기위한 모델하우스같다
현관부터 집안의 장식장 속까지 어쩜 저렇게 보여주기위한 모습일까..
안쓰러울정도이다. "이건 일본 어디꺼(난 듣고도 잊어버린다) 그릇이고
이건 그 유명한 미국(꽃그림이 있는 비싼그릇)꺼야."
근데 돈이 없어서 다 하나씩 두개씩이다.
이 친구는 그러니까 유명브랜드병에 걸린것이다.
20대에 소개받았던 남자들,,모두 착실하고 괜찮더만,,, "어디서 나한테
구청직원을 소개해줄 수가 있어,,씩씩.."
그래서 유부남을 만나 아이까지 갖고 지우고도 했었다.
그랜저정도는 타고 다녀야 하기때문이다.
이 친구는 "어휴 숨만 쉬고 있어도 이자로 150만원이 나간다.."하며
걱정이면서도 카드인생이다. 혼자 타고 다니는 차 역시 남들 이목땜에
자꾸만 자꾸만 큰차로 바꾸고 싶어 안달복달이다.
그러니 그 친구한테 난 지지리궁상이겠지..
아마도 "내가 너처럼 4년제 나왔음 그렇게는 안살거다.."라고 생각을
하나부다..
난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얼마전에도 문자가 왔다. "아직도 기분이 안좋으니?"
난 씹을거다 ...
아랫글을 보니, 아마도 아마도,, 전화와 문자를 씹을때엔
뭔지 이유가 있지않을까해서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