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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사랑했는데


BY 겨울여자 2010-12-09

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사랑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며칠 전에

갑자기 이별을 통보해왔어요

감당하기 너무 힘든 슬픔에 넋을 놓고 지내다가

어제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책 한 권

우선 제목이 확 끌리더라구요

[왜 내 마음대로 안 될까?] 출판사는 북포스구요 신간이예요

제목을 보고 무작정 사와서 집에서 읽다가

마치 내 마음을 읽고 위로하는 듯한 글들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어요

그 중에 슬픔은 눈사람이란 글이 있는데 한 편의 동화같기도 하고 참 좋아요

따뜻한 글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려볼게요

저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분들, 혹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신 분들.

힘 내시고 하얀 눈이 내리면 마음 속으로 눈사람을 만들어보아요

슬픔은 눈사람이란 작가의 말처럼 지금은 정말 힘들고 괴로워도

언젠가는 우리를 더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줄 좋은 사람이 꼭

나타나리라 믿고 힘내세요. 저도 힘 낼게요. ^^

 

“얘들아, 추운데 뭐하니? 눈사람 참 예쁘구나.”

우리가 만든 눈사람이 그럴 듯합니다. 목에 힘이 들어갑니다. 아빠가 만드신 강아지 집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봐줄만 하니까요. 마치 뚱뚱한 아저씨가 하얀 옷을 입고 손을 흔들며 서 있는 모습입니다. 엄마의 스카프를 목에 둘러주고 검은 콩으로 두 눈도 만들었습니다. 입술은 없어요. 아직 입술을 만들 재료를 찾지 못한 채 어정쩡하니 앉아 있으려니 벌써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겨울 해는 왜 이리도 짧을까요.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립니다.

“밥 먹어라. 어서 들어오렴.”

........................

“엄마, 내일도 눈이 올까요?”

동생이 배가 부른 듯 수저를 내려놓으며 묻습니다.

“아마 그럴 거야, 요즘 눈이 많이 와서 걱정이다.”

“왜 걱정이세요? 전 좋은데.”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엄마가 날 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아니다. 너희들이 좋다면 나도 좋지.”

엄마는 이상합니다. 왜 눈이 많이 오는데 걱정이실까요. 난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노라고 되 뇌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다른 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아, 눈이 내려요. 그런데 햇살이 비추네요. 우리는 그제야 어제 만들다 만 눈사람이 생각났습니다. 밤새 꽤 추웠을 텐데요. 혼자 외로웠을 거예요. 잘 있을까요. 황급히 달려가 봅니다. 다행이네요. 눈사람은 어제의 모습 그대로 거기에 서 있었습니다. 다리가 아파 보여요. 동생과 나는 눈사람의 다리에 더 많은 눈을 붙여줍니다. 튼튼해지라고요. 그리고 집에서 가지고 온 빨강색 플라스틱 간장종지를 눈사람의 얼굴에 붙여주었습니다. 입이랍니다. 눈사람에게도 이제 입이 생겼어요.

그때였습니다. 눈사람의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눈사람이 입을 벌려 말을 해요.

“고맙다, 너희들.”

“엉? 눈사람이 말을 하네.”

어느새 모여든 친구들이 눈사람을 보며 놀라워합니다.

“난 눈사람이 아니야, 난 슬픔이란다.”

“네가 슬픔이라고? 넌 눈사람이잖아. 우리가 만들었어.”

“맞아. 난 너희가 만들었지. 그렇지만 난 슬픔이야.”

도무지 무슨 말을 읊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슬픔이 무엇인지 우리들이 알기에는 아직 어리니까요. 우리는 슬픔을 이해하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을 나이입니다. 초등학생도 안 된 어린아이니까요.

“너희들이 조금 더 자라면 날 알게 될 거야. 내가 슬픔이란다. 기억하렴. 너희들은 나를 만들었어. 그렇지만 날 버려두고 집에 가버렸지. 그래서 난 밤새도록 추운 이 곳에서 떨고 있었단다. 지난밤 매서운 눈보라가 뺨을 할퀴고 지나갔지. 그래도 난 너희들이 올 거라고 믿었기에 여기에 서 있었어. 다시 올 줄 알았어. 고맙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난 너희들 곁을 떠날 거야.”

“왜? 우리 곁을 떠나?”

“난 원래 눈사람이었으니까. 슬픔은 눈사람이야. 녹아서 사라지는 것 같지만 다음에 다시 눈이 내리면 만들 수 있는 것. 하지만 너희들이 날 만들지 않으면 난 존재하지 않지.”

우리들은 눈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에는 너무 장난꾸러기들이었습니다. 한 친구가 눈싸움을 시작하자 너도 나도 눈덩이를 던지느라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햇살이 점점 뜨겁게 눈사람의 몸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눈사람은 서서히 얼굴을 잃고 다리를 잃고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눈사람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내년 겨울에 또 우리들은 눈사람을 만들 겁니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요.

정말 눈사람은 슬픔일까요. 슬픔은 눈사람일까요. 그렇다면 슬픔은 언제 녹아내리나요. 눈사람처럼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면 왜 또다시 슬퍼지는 건지 오늘 저녁에는 그 해답을 꼭 찾아야겠습니다.

 

[왜 내 마음대로 안 될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