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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는 부디 개로 태어나지 말거래이.....


BY 아줌마 2011-01-23

오늘 너무 가슴아픈 일을 겪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거가대교를 드라이버 할 겸해서

거제도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부산을 벗어나 거가대교를 진입하여 터널 입구쪽으로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갓길쪽으로 백구 한마리가 깨갱거리며 걸어 와 신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아하니 방금 로드킬을 당한 것 같았구요...개는 몹시 고통스러운 듯 갓길벽에 기대어 숨을 힘겹게 몰아 쉬고 있었습니다.

 

저쪽으로 보니 그 개를 친 운전자와 아줌마 둘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멈춰 선채로 개를 보고만 있었습니다.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남편더러 차를 세우고 하고 차에서 내려 그 개가 있는 쪽으로 걸어 갔습니다.

 

다리위라 차들이 굉장히 쌩쌩 달리고 있는 상태였는지라 많이 위험했지만 저는 오직 개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개는 몹시 고통스러운 듯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다 앞다리를 쭉 뻗어 엎드려 계속 신음을 하고 있었는데 운전자 일행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재수가 없었다며, 하마터면 자기들도 사고가 나서 큰일날 뻔 했다며 계속 투덜거리고 있더군요...물론 상황은 이해를 했지만 그 상황에서 자신들이 친 개의 생명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 그들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그들에게 119에 얼른 신고를 하라며 고함을 지르며 남편과 저 또한 119에 신고를 했지만 119는 그들 소관이 아니라며 거제시청 직원을 연결해 주겠노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리 위라 그런지 바람이 몹시 불어 날씨가 엄청 추웠는데 개는 벌벌 떨며

용케 잘도 참아 내고 있었지요...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던 구조대는 삼 십분정도 지나니 도착했습니다. 시청 직원인 듯한 분이 내려 개 상태를 보시더니 개를 냅다 차에 실었습니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더니 보호소로 간다고 하더군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보호소로 간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서 저도 뒤따라 가겠다고 말하고 그 차를 따라 계속 달렸습니다. 차에 오르면서 개를 친 사람들에게 뒷처리는 내가 할테니 그만 가보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눈치를 슬금보더니 그들은 아무일도 없었던 듯 차에 올라 떠나더군요...

한 삼 십분 달렸을까요...계속 따라가다 안 되겠다 싶어서 얼른 거제도에 있는 동물병원에 급히 전활걸어 상황 설명을 했더랬습니다.

 

일요일이라 근무를 하지 않는데도 친절한 원장님께서 일단 병원으로 오라고 하시길래 앞서가던 직원분에게 동물병원으로 가자고 하여 다시 차를 돌려 동물병원으로 내달렸습니다.그런데

 

겨우 도착해서 차 문을 여는 순간, 차 안에는 이미 숨을 거둬 싸늘한 사체가 되어 있는 백구가 쓸쓸히 누워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맥이 탁 풀리면서 슬픈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힘없이 돌아 누워 있는 백구의 뒷모습이 그렇게 슬퍼 보일수가 없더군요....

 

 의사분이 보시더니

겉으론 파열이 안 된 듯 보여도 내장파열이 된 것 같다며...일찍 왔어도 죽긴 마찬가지였다고 하시는데....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군요....

 

부산 집으로 돌아 오면서도 계속 눈물이 쏟아져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집에 와서 견디기 힘들어 친구들에게 얘기 했더니 그래도 그 개가 복이 있어서 하마터면 혼자 차가운 아스팔트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는데

 

제가 그 시간에 나타나서 그 개긔 마지막 모습을 계속 지켜 봐주었고 차에까지 실어 주었기 때문에 그나마 마지막 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았을거라며

위안을 해 주는데....제 마음이 지금까지도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면서 입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채로 저를 쳐다보던 그 슬픈 눈이 기억속에서 잊혀지질 않네요....

어쩌다 개로 태어나서 그렇게 잔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차가운 도로위에 누워서 힘겹게 숨을 쉬던 백구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합니다.

친구는 그런 절 위로하면서 그나마 그 개가 저를 만나 마지막 외롭게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며....제가 그 좋은 일을 하려고 오늘 갑자기 거제도로 차를 향하게 되었나 보다라며....참 흐뭇한 인연이라며....좋게 생각하라고 하는데

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친구말이 사실이라면....그나마의 위로가 될 듯도 싶습니다.

친구가 그 개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빌어 주자고 해서

지금 계속 마음속으로 백구가 좋은 곳으로 가도록 빌고 또 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비록 이름도, 모습도 알지 못하는 한마리 백구 개이지만

오늘,  인간에 의해 너무나 쓸쓸히 죽어 간 가여운 백구를 위해 , 좋은 곳으로 가라고 기도를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기도가 합쳐지면, 백구가 정말로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요....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생명들은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호해 줘야 할 가치도 있는 것이구요....

요즘 세상에 학대받는 개, 동물들이 너무 많이 생겨나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언제쯤이면 우리세상이....

사람과 동물들이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제발이지....앞으로 더는

그 어떤 동물들도 인간에 의해  고통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백구야!

다음 생에는 부디 개로 태어나지 말고 행복한 인간으로 태어나길 바래.

꼭 좋은 곳으로 가렴....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