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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함.


BY you-z 2011-02-06

오랜만에 아컴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제마음이 울적해지면

찾아오곤 하는 공간이지요.

어제도 울적한일이 있어서, 몇자 글로 남겨 제마음을 풀어보고 싶네요.

 

명절이라서 친정에 갔지요.

저희 친정은 친정아버지의 사업실패(제가 한 초등저학년때)로 옛날부터 

많이 가난하게 살았고, 그래서 2남2녀였던 저희 형제중 밑으로 두명은

대학에 보냈지만, 저와 오빠는 무조건 실업계를 가라고 해서 대학에 못갔습니다.(저희 오빠는 공부를 별로 못해서... 인문계 갈 성적도 아니없지만)

저는 미술을 잘하고, 공부도 못하지는 않았는데, 돈없다고 미술학원한번 안보내주셨고, 적성에도 안맞는 실업계를 보내서 방황을 했지요... 

제 밑으로 여동생, 남동생인데, 여동생은 공부도 잘하고 해서 서울에 괜찮은 여대를 나왔습니다. 남동생은 전문대 나오고요.

 

그러나 전 별로 대학에 대한 미련은 없고, 단지, 미술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늘 맘 한구석에 원망아닌 원망이 남아있었습니다.   

20대때 미술솜씨가 있어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남편을 만나 결혼

했는데, 워낙 제가 가난하게 자라서...  결혼 당시 남편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나이에 비해서 퍽 많은 수입이 있었고, 생활력이 강해서 그거하나 믿고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후에 하는 일이 잘 안돼서 근 10년간 참 힘들게

생활고에 시달리며 살았죠.  정말 성실한 남편이었지만, 하던 가게가 안돼어 접고나니 취업이 안되더군요. 저희 남편도 고졸에 한것이라고는 가게운영한

것밖에는 없으니...  어쩋든 울 남편의 강한 생활력으로 중견 마트에 취업해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월급이 쪼끔쪼끔 올라서 지금은 그냥 먹고살정도는 되었네요...   마트의 점장까지 하다가 회사에서 점장의 수명이 너무 짧고, 늘 실적(매출)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준다면서 남편이 자원을 하여 정육파트로 스스로 옮겼습니다.  기술이라도 배워야 오래 써먹을 수있다나....  (생활력 하나는 끝내줍니다...ㅎ)

지금은 정육파트 과장으로 그냥 직장생활 하고 있지요...

 

저는 결혼생활의 생활고에 시달리며 우여곡절을 겪는 사이...

저는 아이 둘 키우면서 살기가 힘들어 정말 악착같이 쥐꼬리 월급에 저금하며 억척이로 살다가....  방송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4년동안 정말 열심히 했지요. 늘 몇십만원 학비 줄여보겠다고 장학금에

목을 메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그래그래서,,, 작년에 사회복지사로 취업하여 일도 해보고, 최근에는 저의 이러한 이력만으로 학교에서 순회 강사로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생각해 보면 제 스스로에 대해

'역전의 여왕'이다... 하면서 내자신이 대견할 때도 많습니다. 

밖에 나가면 저는 선생님이라 불리우고, 아이들앞에서 당당하게 수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보통 저보다는

다 학벌 좋고, (석사출신들이 많습니다) 형편 괜찮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굳이 일과 관련되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 남편이나, 제 학별이나..

예기하지 않으니까... 그런가보다... 뭐 별 생각없이 살지만,

집에서 어쩔땐 참 인생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저혼자 밖에

선생님이니... 하면서 해도... 남편은 정육에서 고기썰어 파는 사람이니...

그래도 저희 남편의 협조로 제가 공부도 하고, 저희 남편이 착한사람이기때문에 크게 불만스럽거나, 크게 속상하거나... 하지 않으며 살아가기로

늘마음 먹고,,,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 하면서 살아가지요...

 

그런데, 저희 친정은 가난하게 힘들게 살아 왔으면서도 충청도 사람들의 분위기가 그런것인지...  격식을 중시하고, 겉모습을 신경쓰고... 학벌을 따지기도 하고... 뭐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니가 그럽니다. 

 

저희 친정은 저희 오빠와 남동생이 40 전후의 나이임에도 아직까지 결혼을 못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희 친정의 남자형제들이 이상하게 주변머리가 없고, 순해 빠지기만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분위기, 직장도 변변치 않입니다. 

그것이 제 마음의 짐처럼 느껴지고 늘 친정을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제 생각에는 어릴적에 너무 없이 살다보니 어릴적부터 주눅들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늘 얼마나 걱정이신지...   저희 어머니는

본인의 자식들을 잘 가르치신것도 아니면서...  언뜻언뜻 말씀하시는것이

학벌이니... 직장이니  그런걸로 사람을 평가하는 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처음에 저희 남편이 정육으로 지원해서 간다고 할때도,

저희 어머니는 '옛날에는 그런일이 천한 일이었지...  뭐, 지금이야. 뭐 상관없지만서두...' 그런식을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희 남편은... 기술이라도 있어야 오래 돈벌수 있다면서 스스로 자원해서 한건데... 

뭐. 이해는 할 수 있지요. 세상의 모든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학벌이나, 돈이나, 직업이나... 뭐 그런걸로 평가받는거야 당연하지요.... 

.... 그렇다고 저희 어머니가 저희 남편에게 잘 못하고 서운하게 하는건 아닙니다. 큰사위가 잘한다고 칭찬이야 늘 하고.... 저희 남편을 좋아는 하십니다.

근데, 고정관념의 사고로 인해.... 저는 가족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받습니다.

 

이번 명절때도 친정에 갔는데, 어머니가 저희 큰 아들한테 '공부 잘해라..

공부잘해야 주말에 쉬는 직장 얻을 수 있고, 고생안한다. 아빠를 봐라,

주말에도 나가 힘들게 일해야 되지 않느냐..  엄마도 가난해서 못가르쳤다'

뭐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본인이야 공부잘하라는 당부의 말씀인거는 이해가 가는데.....

제가 옆에서 듣자니, 너무 너무 속이 상합니다. 

 

제가 어릴적에 너무 가난해서 너무 주눅들어 살아서.... 지금도 가끔 좀 

잘난듯한 사람들 앞에서면 좀 주눅들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

늘 "우리정도 가정형편이면 괜찮은거다. 대한민국 중간정도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참 힘든사람 많다. 세계에서도 우리나라 정도면 정말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너희들 공부하고 사는거다. 아빠 좋은 아빠다.

아빠 어릴적에 공부잘했다(실제로 저희 남편이 중학교때까지 회장, 부회장은 계속할 정도로 공부 잘했었습니다. 고등학교때 문학써클에 빠져서 공부가 뒷전이 되서 그렇지..)

엄마는 선생님이고, 학교 누나, 형들의 꿈을 위해 멋진 일을 하고 있다...  "

그렇게 자신감가지라고... 예기하곤 하는데,

저희 친정어머니가 그런식으로 말씀을 하시다니..... 어떻게...

 

오히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친정식구들과 더 친근해지고, 애뜻해져야 하는데, 늘 친정은 그자리 그모습대로 세월을 멈추고 사는듯한 느낌이 들고,

(결혼안한 남자 형제들은 늘 똑같은 모습에, 늘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의 틀대로 그대로 그자리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

 

또, 세상의 잣대를 확깨버리지 못하고 당당히 남편, 내 과거, 내학벌, 내형편속에 짓눌려 있는 내 자아...   참, 싫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