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432

접대때문에 싸웠네요. 고지식한 와이프...


BY 접대 남편 2011-08-28

결혼한지 4년된 남편입니다.

 

거두절미하고,

 

회사 업무상 회사의 클라이언트(갑)에게 종종 접대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간단히 한잔하기도 하고, 좀 비싼 음식점에 가기도 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단란주점에 가기도 합니다.

 

제 기억에 단란주점에 간 던 것은 연애포함 5년간 2~3번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친구와 술자리든 접대든 전화를 통해 무조건 와이프에게 사실대로 말합니다. 1차 끝났고, 2차 맥주집이다. 3차 어디다...등등

 

또한 회사일이나 접대가 아니면 12시를 넘기지 않습니다. 와이프가 그렇게 요구했고 받아드렸습니다. 덕분에 친구들 다 떨어져 나갔네요...ㅜㅜ

어쨋든 제가 그렇게 약속했으니 지켜야겠지요.

 

엊그제 출장이 있었고, 클라이언트와 함께 가는 자리였습니다.

 

사실 클라이언트와 같이 있으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밥먹는거 하나도 다 접대가 되지요...

 

출장간 날 저녁에 식사를 하고 2차 술한잔 하러 가는데 클라이언트가 간접적으로 요구를 하더군요. 오늘 간만에 출장인데 좋은데 가자...

 

사실 전 개인적으로 노래방에서 여자를 부르는거나, 여자들 나오는 술집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자를 사서 노는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접대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가야하니까, 그냥 거기 있는 여자들을 술이나 안주처럼 생각하고 남들처럼 손한번, 가슴한번 안 만지고 클라이언트 눈치보며 놉니다. 오히려 아가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제 손이나 어깨같은 곳을 만지려고 하면 저는 분위기 이상해지지 않는 정도로만 어허 어딜만져 하며 웃으며 못 만지게 하지요..

 

당연히 2차는 가지도 않지요...

 

출장날은 계획에 없었던 단란주점행이었지만 와이프에게 전화했습니다.

지금 1차 저녁식사 끝나고 2차 노래방가서 아가씨 불러서 놀려고 한다. 클라이언트가 원한다. 통화하고 나서 거리를 헤매다 들어간 곳이 노래방이 아니라 노래주점이었습니다. 솔직히 저한테는 노래방이나 노래주점이나 똑같아요. 그리고 노래방 도우미라는 사람들도 노래주점 도우미나 비슷하지 않나요? 암튼. 그렇게 가게 되었고, 노는 동안 중간에 두번이나 나와서 와이프와 통화했습니다. 어색하고 재미없다. 클라이언트 눈치만 보고 있다. 왜 이런데 가는지 모르겠다.

 

첨에는 상황봐서 돈도 아끼고 (회사돈)할겸 내 파트너는 안부를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더군요. 이미 다 불러놓은 상태. 그리고 접대하러 간 사람이 나 혼자 안 부르면 너무 이상하잖아요. 나혼자 깨끗한 척 한다고 싫어할거 아닌가요?

 

와이프가 궁금해하는 모든 상황을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노골적인 부분은 얘기 안했습니다. 같이 있던 클라이언트가 아가씨들 가슴 만지려고 하는데 자꾸 피하더라..머 이런거요. 그냥 남자들이 아가씨들 치근덕거리고 아가씨들은 피한다. 내 옆에 파트너는 계속 나한테 말걸고 기대려고 하고 어깨동무하려고 하는데 내가 피하고 있다...등등 (사실이니까요)

 

그날도 난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와이프한테 문자가 와있더군요. 클라이언트랑 있어서 꾹 참았는데 본인은 미치는 줄 알았고, 한숨도 못잤다고. 그래서 저는 세상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다. 내 직업이 이런데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난 부끄러운 짓 안했다. 등등

 

이틀간 출장갔다 집에 돌아갔는데 몸이 너무 너무 피곤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피곤한 상황에 들어가지마자 와이프가 바가지를 긁는데 짜증나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일단 하나씩 하나씩 다 대답했고, 있는 얘기 다 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는 자기가 인터넷 다 찾아봤는데 모든 남자가 다 자기는 깨끗하다고 한다더라. 지저분하게 놀고와서 이러는거다. 목소리가 이상했다...왜 노래주점을 노래방이라고 하냐. 등등

 

아니라고 아니라고 해도 계속 똑같은 질문을 해대더니 나중에는 약속을 하랍니다. 이제 그런 접대를 해도 나는 아가씨를 부르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이 되나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친구들도 아니고 클라이언트인데 상대방 남자들 다 여자 부르는데 나 혼자 안부르면 내가 거기 접대하러 왜 갑니까? 그리고 앞으로 클라이언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다. 내 돈내고 접대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회사돈으로 접대하라고 나한테 준 돈으로 접대하는 건데 내 생각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나혼자 깨끗한 척 할 수 있나요?

 

완전 평행선입니다. 그날 홧김에 대판 싸우고 그럼 갈라서! 하며 냉전에 들어갔습니다. 말도 안하지요...

 

4년간 2~3번이었지만 앞으로 더 생길 수도 있고, 내 직급이 올라가 책임자급이 되면 더 많은 접대가 기다리고 있는데 저는 지금 잠깐 무마하자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와이프한테도 그렇게 말했구요.

 

이렇게 꽉 막히고 답답한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합니다.

 

저는 결혼하고 나서 그 좋아하던 술도 개인적으로는 거의 안마시고, 창립맴버인 인맥 동호회도 와이프가 싫어해서(제가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다는 이유때문에) 안나갑니다. 그 여자가 그 동호회에 나오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엄청 싫어하네요. 거기 좋은 사람 비즈니스 도움되는 사람들 참 많은데도 오프라인 모임은 절대 안갑니다.

 

회식 말고는 술마실 일이 없으니 사람도 못만나고 회사 사람말고 사람 만나는 통로였던 동호회도 안나가고, 완전 집-회사-집-회사 생활입니다. 회사는 좀 바쁜 편이고 회사 회식도 자주 있는 편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