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419

제 친구 찾지 말아야 할까요?


BY 그 친구의 친구 2011-12-03

재수할 때 친구예요.

제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그 당시 재수로 유명한 종로학원과 쌍벽을 이루었던 노량진의 d학원에서 이 친구를 처음 만났습니다.

이 친구 재수하고나서 전기에 교대 시험 봤다가 떨어지고

후기로 수도권 대학 영문과 과수석으로 들어갔어요.

재수하면서 또 대학 들어와서 그 친구랑 대화를 많이 나누었어요.

인생에 대해 우리 미래에 대해 자녀 교육에 대해

(친구 아버지도 저희 아버지도 다 교직에 계셔서 이런 쪽으로 관심이 많았어요)...

생각해보니 그다지 가정사에 대한 얘기는 해본 적이 없는거 같아요.

말수가 적은 친구라서,이 친구에 대해서 아는거라곤,

아버지가 학교 교장선생님이시라는거(그 당시에),

위로 오빠 둘 아래도 남동생 하나가 있었다는거,

강남의 00여고를 나왔다는거,

그리고 00대학교 영문과를 갔다는거,

대학 입학 후 성북구 동소문동인가 삼선동으로 이사를 갔다는거,

그리고,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모 초등학교(지금 그 학교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에서 근무했다는거...

이 친구가 영문과를 나왔는데,

한동안 교대 출신들 부족해서 중등 교직 이수한 사람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채용한 적 있쟎아요.

그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거든요.

저랑 많은 얘기를 나눴었고,

그 친구는 다른 수도권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고 전 서울에서 대학을 다녀서 자주 보지는 못 했지만 서로 편지도 주고 받고 전화도 주고 받고 그랬어요.

저 결혼할 땐 제가 시골서 결혼하는데도

이 친구가 결혼식 준비하는데 도와주고 싶다고(제가 먼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요)

고속버스 타고 5시간 이상 내려와서 저 결혼식 모든 절차에서 저 도와주고 그랬네요.

결혼전날,결혼당일 미용실 문제로 친척집에서 잤는데,이때 저랑 같은 방에서 같이 잤구요.

웨딩드레스 가봉할 때도 이 친구가 같이 가줬었구요.

그런 고마운 친구예요.

제가 큰 애 낳고 남편이 지방에서 2년 넘게 일하게 되어서 내려가고 나서도

틈틈히 서울 올라올 때면 이 친구 만났구요.

서울로 다시 올라와서도 한동안은 연락하고 지냈습니다.

저 결혼하고 이 친구는 저랑 마지막 연락이 닿을 때까지 결혼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제가 결혼하고 시댁이랑 문화나 분위기도 너무 다른데다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한시집살이를 시키셔서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에게 처음엔 좀 하소연을 하곤 했었는데,

사실 이 친구가 평소 자기 새언니들에게 좀 불만이 있던 편이었어요.

새언니들이 자기 엄마 대하는거에 대해서도 좀 불만이었구요.

그런 것들이 좀 입장 차이가 있었던 듯 해요.

그 친구와는 이런 얘기하는게 안 맞겠다 싶어 어느때부턴가 그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친구의 전화가 뜸하더라구요.

제가 전화해도 느낌에 빨리 끊고 싶어하는거 같고,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하고 연락 없고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전화해도 안 받고 문자해도 씹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저도 점점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는데,

생각나서 전화하니 핸드폰 번호가 바뀌었다는 메세지가 뜨길래 그 번호로 전화를 했어요.

저도 그때 핸드폰 번호가 막 바뀐 상태였지만(번호 바뀌었다는 메세지는 뜨게 해놨어요)

그 친구가 아는 저희집 전화번호는 바뀌지 않았거든요(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제 핸드폰으로 그 친구 바뀐 번호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더라구요.

아마 제 핸드폰 번호가 바뀌다보니 제 번호인지 모르고 받은거 같아요.

전 줄 알고 당황하더니,

자기가 지금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화하기가 힘들다고

마음의 정리가 되면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끊더라구요.

그런데,몇년이 지나도 전화는 오지 않고,제가 전화해도 안 받더라구요.문자를 해도 계속 씹구요.

마지막 연락을 한게 벌써 8년 가까이 되었네요.

살면서 문득 문득 이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어젯밤 꿈에 그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친구가 제 품에 안겨 엉엉 우네요.

그래서인지 오늘은 더 그 친구 생각이 나고 마음이 쓰이네요.

교육청에 알아보면 그 친구 찾을 수 있을까요?

 

 

 

제가 어느 사이트에 이 글을 올렸더니,어떤 분께서 찾지 말라고,그 친구는 제가 그 친구에게 연락하는게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연락을 끊은거 같다고,댓글다신 분이 자신이 그런 입장이었다고 찾지 않는게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그 친구가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그 친구 정말 제 친구라 생각했지만,제 생각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의지한 적도 없고요.

친구한테 말하지 못할 어떤 사연이 있는건 아닌지 그런 생각만 들어요.

제가 친구를 찾지 않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