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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인정이 안되네요.


BY 난나일뿐 2011-12-12

 

학교 다닐 때 저는 모범생 그 자체였고(공부를 월등하게 잘 했다기보다는 바른 생활 학생이라고나 할까요),단체 기합외에는 선생님께 혼나본 적도 없어요.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았고,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내내 부반장 했구요(저희 학교는 남자가 반장 여자가 부반장 이런 시스템이라).

중학교 고등학교 여중 여고 나왔지만,그때도 저랑 친구하고 싶어하는 친구들 반마다 꼭 있었고,중학교에서 고2까지 학급 간부를 했었습니다,반장 아니면 부반장.

저의 착하고 마음 약한 성격에 가끔 친구들이 답답하다고 할 때도 있었지만,다른 사람들에게 비난 받거나 하는 것은 살면서 없었어요.저희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남편을 만나면서 누군가와 싸움이란 것도 처음 해봤네요.

시어머니를 만나면서 세상 누군가에게 미움이란 것도 처음 받아봤네요.

첫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내면서 왕따도 경험해보고,내가 꺼리낄게 없어 당당했던 그 옛날 모습은 어디가고

자꾸 움추려들고 사람을 피하게 되는 저만 남았네요.

저희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잘은 몰라도 시어머니와 남편도 저희 아이와 성향이 비슷한데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어머니는 시골서 배운거 없어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데인 줄 아시는 분이라 얘기도 못 꺼냈지만,

남편은 자신의 이상한 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저희 남편은 속 깊이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 한데-자신을 드러내는걸 두려워합니다-저희 남편과 좀

가까이 지냈다 싶은 사람들은 저희 남편이 좀 다른 사람과 다르구나 하는걸 느낍니다.

시어머니도 가까운 친척분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좀 경계하는 편이고,시골 사람들 수더분하고 털털해서 그렇지 제가 보기엔 정상 아닙니다.

시어머니와 남편과 비슷한 저희 큰 아이 병원에 데려갔더니 역시나 정상이 아닙니다.

시어머니나 남편이나 아이나,이 사람들이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도무지 그게 안되는거 같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이 사람들이 날 힘들게 하는걸까,하고 자문해보지만,물론 그것도 있겠지만,저를 들여다 볼 때,제가 이 사람들이 이렇다는걸,내가 그런 사람들의 병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제가 인정하지 못해서 더 힘든거더라구요.

아이가 벌써 초등 고학년인데,시어머니는 같이 안 살고 자주 보는게 아니니까 어느 정도 포기가 되는데,남편하고 제 자식은,나한테 왜 이런 남편과 자식이 있어야 하는데,내가 왜 이런 너희들을 맡아야 하는데,이런 물음만 계속될 뿐 진전이 없습니다.

놀이치료 선생님이 저희 아이에게는 엄마의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이 약이라고 하셨는데,제 마음은 자꾸 그들을 밀어냅니다.

물론 저도 그동안 노력 많이 했지요.상처도 많이 받았고 눈물이 말라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기본적으로 항상 왜 라는 질문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살면서 내가 뭔 잘못을 그리 했을까,내가 천벌 받을 짓을 하고 살았나,자꾸 그런 생각만 듭니다.

저 어쩌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