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뜨거운 뉴스의 중심 인물인 청와대 전 대변인 윤씨. 나는 그와 그 가족이 살고있는 아파트 옆 동에 살고있는 주민 아줌마이다.
나는 이 아파트가 만들어져 입주했던 2001년인가 암튼 그때부터 13년인가를 여기서 살고있는데, 그저 평온하기만 했던 울 동네에, 요즘 초유의 깨는 일이 벌어진거다.
사건이 터진 당일부터 기자들이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앞과 계단식 아파트인 그집 현관 출입구 앞에 진을 치며 지키고 있다. 그런지 벌써 사나흘 되나보다.
아침 6시30분에 아이 등교 시키느라, 지상주차장에서 내가 차를 빼는 중에도, 밤샘 대기를 한 TV 라디오 케이블 신문기자들이 벌써 뉴스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밤새 아직까지 쌀쌀한 날씨와 싸우느라 등산복차림으로 덜덜 떨고있는 기자도 보인다. ㅠ.ㅠ
(가만보니 선망의 대상인 기자도 시쳇말로 노가다 중에 상노가다 직업인지 이번에 알았다. 단지 사진 한 컷을 찍기위해 (진상을 밝히려고) 닫힌 현관문을 사나흘씩 지키고 있고, 길바닥 신문지깔고 앉아서 짜장면 시켜먹고 빵으로 때우고 잠도 길에서 자고 화장실도 참았다가 몰아서(?) 간다. 영화서 본 형사들 잠복근무랑 비슷하다. 다른점은 형사는 숨어 있지만 기자들은 숨지 않는다는 점?)
오십줄에 들어서면서 한 남자의 아내와 아이들의 엄마 입장에서, 내가 요즘 가까이서 보고있는 희한한 사건에 마음 한 구석이 이리 착잡한것은 어쩐일일까.
윤 전 대변인이 큰 잘못을 한것은 아무래도 기정 사실인것 같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뭔가가 씌었으니 그런일을 저질렀을거다.' 혹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대통령을 수행 한 자리서 저런 짓을' 등 걱정섞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생면부지인 내 이웃(? 이웃인지 신문보고 알았지만)이 당한 일을 보며 이리 참담한 기분이 드는것은 왜일까? 아무래도 내가 오십이라는 나이가 있어서 인가보다.
더이상 먹고 살 걱정없는 우리 한국인의 수명이 엄청 길어 진 요즘에 오십은 젊은 축에 낀다는 말도 부질없다. 사실 내 나이 만큼 산 사람은, 부모를 잘만나 황금열쇠를 쥐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이런저런 고난을 겪으며 살아왔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남의 고통을 보면 저절로 나도 아픈가보다.
평범한 (어쩌면 극우?) 언론인에서 숱한 반대 의견을 뚫고 갓 취임한 대통령이 임명한 명예로운 청와대대변인 자리에 올랐지만, 결국 스스로 자멸하고 나라망신 톡톡히 시킨것으로, 어느 날 갑자기 대역죄인에 망신살 제대로 뻗힌 그...
이 사건에서 얻은 큰 교훈은 가장 '잘 나갈 때 더욱 몸가짐을 조심해라.'인것 같다.
그가 사건 해결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런지는 당근 아무것도 모르고 추측조차 할 수 없는, 단지 같은 동네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결자해지'라는 말을 살짝 던져주고 싶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뉘우치고, 아니고 억울하다면 당당하게 조사받기를 바란다.
오늘 동네 할머니께서 기자들에게 '강제감금'당한 그의 집앞에 우유 두 병과 라면 한 박스를 놓고 가셨다고한다.
정치적 사상과 잘잘못을 떠나서 오롯한 한 인간, 그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지금 맞닿은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밉다가도 측은한 마음이 한편으로는 든다. 그의 아내가 엊저녁에 소리를 내어 통곡을 했다느니, 둘째 아들도 많이 힘들어 한다느니 하는 소문들을 들으면서 할머니는 비상식량을 전달했을거고, 나는 방구석에서 주절주절 쓸데없는 내용들을 적어봤다.
창밖을 보니 기자들도 카메라도 그들이 타고온 차량들이 아직도 엄청 많다. 부장님들(?) 높으신 분들도 많이 오셨는지 양복차림에 높은 분들끼리 모여 그의 집 발코니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높은 층 집에서 이 장면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저 집에 있기는 한 것일까...
사는게 다 이런것 같다... 좋아봤자 나빠봤자 거기서거기...
그것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