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범죄가 상존한다.
그 중에서도 유독 성범죄는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분노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성범죄는 스스로와 피해자 모두를 인간의 궤도에서 이탈시키기 때문이다.
범죄자는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요, 피해자는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은 수치심으로 죽음까지도 이르게 만든다.
오래전에 강간을 당한 한 주부의 실화를 영화화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원미경씨가 주연이었던 것 같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은 강간을 당하고 자신이 '피해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또 다시 그 당시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생각조차 하고싶지 않은 당시의 장면들을 재판 과정에서 수도 없이 떠올리고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위한 안간힘으로 참고 버텨낸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녀 편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당시의 사회와 남성의 편견에 결국은 무릎을 꿇고 만다.
성범죄의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 피해자가 아닌 범죄인 못지않는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간간이 성범죄의 기사를 보면서 그런 요소들을 발견한다.
이래저래해서 당했는데 피해자의 옷차림이 성적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노출이 심했다라던지...
사생활이 좀 문제가 있다라던지...
심지어는 콜라병을 마구 흔들어대면 젖가락을 꽂을 수 없다는 망측한 얘기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어떤 유력인사는 여자들이 치마길이와 노출이 성범죄를 조장한다는 기사를 버젓이 일간지에 싣고있다.
그것은 남의집 문이 열려 있으니 들어가서 도둑질해도 된다는 논리인가?
창녀가 강간을 당했다해도 강간은 강간인 것이다.
성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여자의 몸을 한낱 유리로 만든 콜라병에 비유하는 문화.
남성의 성과 여성의 성에 대한 편견에서 오는 왜곡된 문화.
성을 한낱 상품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박한 문화
이 모든 것이 바뀌지 않고는 성범죄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범죄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고 잠재되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