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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품을 수 있는 아이


BY 통통감자 2000-08-26

> 어! 아꼬꼬꼬야.

> 그래, 저기 하얀 새들이 먹이를 먹고있구나.
엄마랑 불러볼까?
꼬꼬야! 꼬꼬야!

> (꺄르륵 웃음소리를 내며)
아꼬꼬꼬~~


아침마다 출근길에 아이와 나누는 대화이다.
우리집은 인천의 부평에 있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언니네 집에 아이를 맡기러 갈때마다 아파트 용지로 보상이 끝낸 논바닥에 하얀 왜가리떼가 몰려있다.

논인지 습지인지 모를정도로 길게 자란 풀숲속에 제법 많은 새들이 몰려와서 연신 고개를 박고 무언가를 먹어댄다.
아이가 좀 더 잘 볼수 있도록 무릎에 세워본다.
날마다 보는데도 아이는 늘 새롭다.

시간을 잘 맞춰서 새들이 날아가기라도 한다면 거의 소음에 가깝게 웃어대며 손가락질을 한다.
운전하는 신랑도 무엇이 좋은지 너털웃음을 웃는다.

> 난 저 논이 개발되지 않았음 좋겠어.

> 피. 보상끝낸 논인데 금새 개발되겠지.
당장 저쪽 끝에는 새들이 없잖아.


아쉬움에 힘없이 미소만 짓는다.
하지만 우리 형주는 이나마 행복하다.
짧지만 풀숲에서 먹이를 먹는 하얀 새를 매일같이 볼 수 있으니,..
난 형주가 도시에서 자라도 고향을 품을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싶다.

향긋한 풀냄새에 취하여 콧노래를 부르고, 시끄러운 매미소리에 시원함을 느끼는 그런 아이로 자랐으면 싶다.
시골의 후미진 골목에서 풀꽃을 보았을때 스쳐지나가지 않는 그런 아이였으면 싶다.
한여름 무더위에 소나기를 맞으며 튀어나오는 흙냄새를 느끼는 그런 아이였으면 싶다.
계곡의 시원한 바람에 눈 감으며 머리를 제낄 줄 아는 그런 아이였으면 싶다.
잠자리떼 날아다니는 가을에 채집망을 들고 뛰놀 줄 아는 그런 아이였으면 싶다.

형주에게 고향을 심어주고 싶다.
태어난 고향이 아닌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는 고향.
혼자서 잘 사는 사람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아이였으면 좋겠다.

- 7월 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