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주와 보람이가 작은 게 두 마리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싸움을 하는 것인지 둘이서 함께 놀이를 하는 것인지, 연방 짧을 다리를 움직이는게 꽤 재미있었다.
> 아줌마?
저~기가 게들의 집인가봐요.
저쪽에 친구들이 많아요. 보내줄까요?
> 보람이가 참 착하구나.
형주도 게 친구랑 오래오래 놀았으니 얼른 집으로 보내주자.
계단 끝에 내려와서 제법 멀리 던졌다.
멀리 나가지는 못했지만 바위사이로 들어간 것 같았다.
인천 송도 신도시 매립공사와 LNG 인구기지 공사 착수후 최근 인접한 주변해역에서 저서생물의 출현종수가 최고 4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던 갯벌에서 점차 생물의 종류가 줄어드는 것이다.
인천에서만 1996년 119종에 해당되던 갯벌 생물들이 1997년 71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 보람아?
이 바다의 주인은 누굴까?
> 음....
용왕님? 고래? 갈매기? 꽃게?
> 하하하!!
그래, 맞다. 다들 바다의 주인이지.
우리는 손님이야.
우리의 집은 저쪽 아파트에 있잖아.
여기는 물고기와 새, 꽃게들의 아파트거든.
> .....
> 우리는 주인의 허가도 없이 마구마구 없애버리는 구나.
갯벌속의 작은 생물들은 큰 고기나 새들의 먹이가 되는데,
아마도 물고기랑 새들이 몹시 화가 날거야. 슬프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단다.
형주는 버린 아기게가 무척이나 아쉬운지 연신 바닷가를 가리키며 웅얼거린다.
> 다른나라로 다 떠나버리면 우리나라에서는 꽃게를 먹을 수 없는 건가요?
> 글쎄다. 많은 돈을 들여서 수입하거나 먼 바다까지 나가서 잡아와야 겠지.
우리 형주는 생선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줌마는 걱정이 많아지겠는걸?
외국의 경우 네덜란드 처럼 자연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오랜세월을 간척과 매립을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덴해의 갯벌보호를 위해서는 주변국가들과 협력하여 노력하고 있다.
바덴해(Wadden Sea) 는 덴마크와 독일, 네덜란드 3국에 걸쳐 형성된 갯벌이다.
하지만, 이들 3국은 1980년 대부터 이미 그 갯벌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2년 마다 정부간 회의를 통하여 공동으로 갯벌보호에 관한 행정이나 법령을 개정하고 있다.
쓴 웃음을 지으며, 어른들의 야트막한 개발논리를 아이에게 설명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 그런데, 왜 바다를 막는 건지 모르겠어.
다른 어른들은 모르는 건가요?
> 아니야. 다들 아시지만, 우리나라가 땅덩이가 좁다보니
이렇게 해서라도 좀 더 늘리려고 노력하시는 거란다.
다른 많은 어른들이 그렇게 하면 더 나쁜 결과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설득하고 있으니까 다음 번 부터는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바다를 개발할거다.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바다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서해의 일몰은 너무도 아름답다.
가까이 밀려든 바닷물 속에 빨간 해가 출렁인다.
> 우와. 엄마! 아빠!
해가 두 개야! 두 개!
얕트막하게 떠있는 하늘위의 해가 하나, 진흙 뻘 갈색의 바다위에 해가 하나.
정말 해가 두 개다.
형주는 소리지르며 뛰어 다니는 보람이를 덩달아 쫓아다니며 소리지른다.
산책로 변을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지나가는 한 떼의 남자아이들을 바라보며, 참 아름다운 풍경이라 생각했다.
옆에서 멍하니 일몰을 바라보던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