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옷이 다 낡아서 속 내의가 다 보이는 것 같나봐요'
이 아이의 표현,참으로 순수하고 멋집니다.
통통감자님의 글을 다 읽어보았어요.
해박한 지식에 놀라고 여기에서 많이 배워갑니다.
그리고 님의 집이 부평이라니 더욱 친근감이 드네요.
거기는 제가 고교시절부터 신혼 때까지 살았던 곳이기에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지요.
그리고 제 언니 세명이 현재 그 곳에 살고 있어서 가끔
가지요.
인천 대공원도 가끔 갔던 곳입니다.
통통 감자님의 글은 에세이방에서도 잘 읽고 있는데
어느 날 울프의 홈에서 님이 환경칼럼을 쓰는 분이란 걸 알고
여기까지 왔어요.
울프도 자주 오고 있네요.
저도 앞으로 자주 올게요.
님의 지식과 아이 사랑을 훔쳐보러 말이예요.
참 이번에 님의 글이 출판 된 것 추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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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감자님의 글입니다
형주에게 두툼한 옷을 입히고, 집 앞 공원에 나갔다.
요사이 날씨가 쌀쌀해져서 나들이가 뜸해서인지,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는데도 얌전히 있다.
한 떼의 아이들이 킥 보드를 타고 몰려다니고, 몇몇의 여자아이들은 모래집 짓기에 열심이다.
형주가 아는체를 해서 보니, 무리에 보람이가 있다.
손을 흔들어주며 놀이터를 지나 산책로로 향했다.
> 형주야~
어느새 숨을 헐떡거리며 보람이가 옆에 와 있다.
> 저랑 함께 가요.
저 오늘 학원 안가는 날이거든요.
> 그래?
형주가 좋아하겠다.
함께 산책이나 하자.
해가 아직 저물지도 않았는데 바람이 꽤 차가웠다.
마른 낙엽들이 주변을 뒹글어 다닌다.
단풍나무 하나가 붉게 물들어 무척이나 이뻤다.
떨어진 나뭇잎을 몇 개 주워서 형주와 보람이에게 건넸다.
> 보람아?
나무도 옷을 바꿔입는다는 걸 아니?
> 옷을 바꿔입어요?
> 그래.
나무안에는 여러 가지 색소들이 있는데, 이중 광합성도 하고 산소도 열심히 만들어내는 엽록소라는 물질이 차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점점 사라져 버린단다.
엽록소가 사라지고 남은 나뭇잎에는 그 간에 보이지 않았던 다른 색색들이 나타나게 되는 거지.
바로 이게 단풍이야.
> 우와~ 초록옷이 다 낡아서 속 내의가 다 보이는 것 같나봐요. 히히
단풍의 색은 나머지 색소에 좌우된다.
은행잎의 노란색 단풍은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크산토필"의 작용이고, 붉은 단풍의 경우는 "안토시아닌"이란 붉은 색소에 의해 생성된다.
흔히 볼 수 있는 플라타너스나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느티나무 등은 갈색소인 "타닌"에 의한 것이다.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 공기가 건조해지면 나뭇잎들은 수분부족을 겪게 된다.
광합성 작용을 위해서는 무척 많은 양의 물을 대기 속으로 뿜어내야 한다.
예를 들면 옥수수 낱알 1kg을 얻기 위해서는 잎에서 600kg의 물을 증발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분이 부족한 가을에는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무는 더 이상의 잎들을 유지시킬 수 없다.
일종의 살아남기 위한 몸만들기 작업.
바로 이것이 낙엽이요, 가을의 정서이다.
영양분이 모두 사라진 나뭇잎은 낙엽으로 떨어져 황량해지고, 나무는 그렇게 늙어간다.
떨어지는 잎은 나이 순서대로 가지 맨 밑에 달린 잎으로 중간 잎, 끝에 달린 잎으로 진행한다.
앉아서 열심히 떨어진 단풍잎을 주웠다.
> 아줌마? 왜 단풍잎을 주워요?
> 응,... 예전엔 잎들을 책갈피에 꽃아두었단다.
그럼 시간이 오래 지나도 단풍잎을 볼 수 있지.
또 하얀 도화지에 잎을 놓고 물감으로 색칠을 하면 이쁜 그림도 그릴 수 있고,...
> 굉장하다! 저도 주울래요.
제 동화책 속에다 넣어서 내년에 볼 거예요.
쭈그리고 앉아서 한참을 줍다가 하늘을 보니 해가 너울너울 지고 있었다.
하늘도 단풍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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