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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와요.


BY 통통감자 2000-12-11

첫눈이 와요

고속도로를 막 빠져나와서 월곳 IC를 지나가는데, 차창밖에 무언가가 떨어지는게 보였다.
하얗게 솜털마냥, 먼저마냥 흘날리는 게...
앗!
눈이다.
내가 본 올해의 첫 눈.

놀이방에서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나와서 한 참을 밖에서 서성거렸다.
안쓰럽고 가슴아파서 영하를 밑도는 날씨보다도 더 가슴이 서늘하였는데,..
갑작스레 내리는 눈에 금새 어린아이 처럼 기분이 환하게 좋아진다.

어릴적 고향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다.
어느땐 마루위까지 쌓여진 눈을 오빠랑 언니들이 치워서 길을 내어 놓으면 내 머리 보다도 높게 눈산이 쌓인다.
화단에 쌓인 하얀 눈속에 총총히 박힌 바둑이의 발자국.
녀석이 제일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인천에 살면서부터 쌓인 눈을 구경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채 5분도 안되서 더 이상 날리지 않는 눈이 아쉽기만하다.

더운나라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워한다는 눈.
이 눈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속의 수분이 매우 낮은 기온으로 인하여 지표면에 떨어질 때 발생하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매우 낮은 기온에서 구름속의 물방울이 초저온 상태가 되어 빙점(어는점) 이하에서도 물방울들의 액체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 때 어떤 특정조건이 갖추어지면 초저온 상태의 물방울이 증발하게 된다.
이 증발한 수증기가 곧바로 얼게 되어 미세한 얼음의 결정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 결정체들이 자꾸자꾸 모임으로서 점차 커져 눈송이가 된다.

스키장의 인공제설 역시 이와 같은 과학적 자료로 인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게 있다.
우리 엄마의 고향은 서울이다.
엄마의 어릴적 얘기를 듣다보면 눈쌓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내가 상경한 90년대의 서울은 무척이나 눈이 귀했다.
더더구나 불과 1~2cm 쌓이는 눈에도 교통이 혼잡해지고 출퇴근 길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보면 지금의 눈은 과거의 눈과는 다를성 싶다.

방금 차안에서 흥분된 목소리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 자기야~
첫눈이야. 우리 오늘 저녁에 뭐할까?

> 아이구.. 큰일이다.
오늘 퇴근길이 전쟁이겠군.
서둘러서 일봐야겠는데,...
일찍 퇴근할 준비나 해!

쯧쯧.
모두가 다 눈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형주와 함께 창고에 쌓아둔 크리스마스 츄리를 만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