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다 좋은데 뒤처리가 불편하다. 먹다 남은 맥주는 냉장고 한 구석에서 천덕꾸러기가 된다. 소주라면(하다못해 막걸리도) 마개를 닫아 놨다가 다음에 마셔도 되지만 맥주는 그게 안 된다. 제 아무리 마개를 힘껏 비틀어 막는다 해도 새는 김을 막을 방법이 없다. 한 마디로 ‘김 새는’ 일이다.
특히 요즘 잘 나가는 페트병 맥주의 경우는 양 조절이 쉽지 않다.
오늘도 어김없이 밑바닥에 남은 맥주. 버리지 말자. 의외로 요모저모 쓸 데가 많다.
○ 음식냄새를 싸악∼
삼겹살 재울 때 와인만 좋은 게 아니다. 돼지고기에 맥주를 붓고 한 시간 정도 놓아두면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싹 사라진다.
일명 ‘맥주삼겹살’이다.
삼겹살뿐 아니라 고추장 양념구이를 할 때도 맥주를 살짝 넣어주면 육질이 보들보들해진다. 소고기 삶을 때도 물대신 맥주를 쓰면 좋다. 생선 비린내 제거에도 특효다. 요리하기 전에 10분 정도 맥주에 담가 놓으면 된다.
○ 튀김이 바삭해져요
튀김옷을 만들 때 맥주를 조금 넣어주면 한결 바삭바삭하게 튀겨진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물과 섞어도 좋고, 그냥 맥주만 사용해도 된다.
단, 차갑게 해서 넣어주는 것이 요령이다.
○ 환풍기 기름때가 쏙
가스레인지나 환풍기에는 기름때가 끼기 마련.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지만 무엇보다 불결하다. 세제를 사용해 닦아도 좋지만 화학제품 사용이 꺼려진다면 맥주가 탁월한 천연세제 역할을 해준다.
마른행주에 맥주를 묻혀 닦으면 신기할 정도로 잘 때가 쏙쏙 빠진다. 냉장고 안을 닦을 때도 마찬가지다.
○ 나무도 맥주를 좋아해
믿어지지 않겠지만 식물도 맥주를 좋아한다. 먹다 남은 맥주를 나무에 주면 영양제 역할을 한다. 당연히 남용은 금물.
맥주가 뿌리에 닿으면 썩을 수도 있으니 물에 섞어 주는 것이 좋다. 화분 식물 잎에 낀 먼지를 닦아낼 때도 맥주가 좋다. 잎이 싱싱하게 살아난다.
○ 맥주로 머리를 감으면
어릴 적 ‘맥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노랗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염색효과까지는 알 수 없지만 맥주를 탄 물에 머리를 감는 일은 시도해볼 만하다. 머릿결이 확실히 좋아지기 때문이다.
샴푸를 하고난 뒤 먼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잘 닦아준다. 이어 맥주를 머리에 충분히 묻히고는 두피를 마사지하듯 눌러준다. 그리고 물로 잘 헹궈내면 촉촉하고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확인할 수 있다.
맥주로 세수를 한다? 맥주 속의 효모가 피부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 세수를 한 뒤 바로 닦아내지 말고 톡톡 얼굴을 두드리며 말리는 것이 요령이다.
○ 그래도 꼭 마셔야 한다면
‘피 같은 맥주를 왜 엄한 데 쓰나’싶은 애주가. 그렇다고 김빠진 맥주를 그냥 마시는 것은 고통에 가깝다. 차갑게 냉장한 소주를 컵에 조금 담은 후 그 위에 김빠진 맥주를 부으면 일반 ‘소폭(소주+맥주 폭탄주)’보다 한결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콜라,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도 한 방법. 럼, 진 등을 넣어 우아하게 칵테일로 즐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