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제가 남편이랑 함께 사는 이유는
첫번째는 습관인 것 같아요. 오랜시간을 함께 한 사람이라서...
두번째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아빠라는 존재가 있는 것이 먼 훗날 그들에게 아빠의 그리움으
로 몸부림치는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세번째는 친정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것이 두려워서...
네번째는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 두려워서...
전 그래서 남편이랑 함께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남처럼 남편을 바라봅니다.
때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남편을 바라봅니다.
때로는 엄마로서, 누이로서 남편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난 이사람 없이도 잘 살 수 있지만,
이 사람은 나 없이는 일주일은 몰라도 평생은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해서
지금의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
때론 미움이, 때론 증오가, 때론 서글품이 나의 온 몸을 감쌀 때 나는 내가 아닌 내가 되어
남편과 나를 뒤돌아 봅니다.
언제 헤어질지는 모르나, 아마 평생을 헤어지지 못하고
우린 아마 지는 노을을 함께 바라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