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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의 전설


BY 미개인 2020-07-29

#프롤로그

천 년 전 보름달이 뜨던 밤, 구미호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천하를 휘감는다.

으... 내가 분명히 말했지... 약속 꼭 지켜달라고... 왜 그랬어... 왜...
인간이 되고자 했던 구미호의 간절한 소망은 사랑했던 남편의 배신으로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어미를 잃고 쓸쓸히 홀로 남겨진 새끼 여우가 있었으니...
그로부터 천 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욕심 없이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남자를 알게 되고...
이 남자라면 혹시... 내 어미가 간절히 원했던, 아니 내가 간절히 원하는 그 소원을 이루게 해 줄지 모른다. 

만약 그가... 그의 사랑이 진심이라면...


그의 스케줄의 틈새를 공략한 예약. 

그 덕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마친 후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을 그에게 서둘러 달려갔다.
집 근처에서 그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차에서 내렸지만

건너편 편의점 야외 테이블 손님들의 눈이 무서워 안기려던 계획은 실패...
곧바로 나의 아지트로...

문 앞에 놓여진, 그가 가져온 커다란 깜짝 선물에 감동하며 포옹한다.
나에게 꼭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왔다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작동도 시켜보고...
자기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이라 더 좋네. 고마워~~^^


그가 좋아하는 간식을 내밀며 마주 앉자 

얼마간 부끄러워 시선을 피하지만 몸의 이끌림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의 무릎에 앉아 몸을 이리저리 더듬고 만지며 그제야 마주 보게 된 그의 눈빛.

그는 내 사랑을,내 몸을 간절히 원한다.
나의 원피스 단추는 하나둘 풀어지고, 나의 꽃잎은 어느새 이슬로 촉촉하다.
바닥에 겹겹이 깐 무릎 담요 위에 마주 보고 누운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그가 꽃잎에 입을 맞추고 촉촉한 이슬로 입술을 적시니 꽃은 더욱 빨갛게 물들며 활짝 피어난다.
꿀벌이 향긋한 꽃잎의 꿀을 빨듯이 그도 나의 꽃잎, 나의 향기에 한껏 취해있다.


점점 짙어지는 그의 애무에 꾹 눌러 참았던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고 

서로의 거친 숨소리가 섞인다.
그의 소프트웨어는 도대체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그는 섹스계의 스티브 잡스가 아닐지...
얼마 전 삐끗한 허리가 걱정되어 몇 번이고 괜찮냐고 물었지만

한사코 나를 만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하는 그가 참 사랑스럽다.
더는 무리가 되지 않도록 이제 내가 그의 위에 올라타고...
다비드의 페니스를 잡아 이슬에 젖은 꽃잎에 대고 문지르니...
부드럽고 촉촉한 기분 좋은 느낌에 서로 행복해 한다.
크레파스를 잡고 벽에 신나게 그림을 그리는 아이처럼

그의 페니스를 크레파스 삼아 별도 그리고 하트도 그리고... 신나게 그림을 그린다.
그와 나의 비밀 낙서장에...


그렇게 우리의 비밀 낙서장에는 비밀스럽지만 사랑스러운 그림이 그려지고, 

그 그림이 암호가 되어 뜨거운 핑크홀의 세계가 활짝 열린다.

나의 크레파스는 행복을 만들어내는 요술 크레파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근사한 나의 크레파스...

나는 더욱 열정적으로 색칠을 하고, 

그는 내가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동안 내 엉덩이를 쓰담쓰담~토닥토닥~
역시 내가 지어준 섹칭, '섹스의 어머니' 답게

흐뭇한 미소를 보여주며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답은 없어. 자기가 하는 것이 다 정답이야!

사랑이 가득한 칭찬에 잔뜩 신이 나 그저 내키는 대로 맘껏 그리는  재미있는 미술 시간이다.
나의 크레파스가 말랑해질 때에야 미술 시간은 끝이 나고...


나를 애타게 갈망하던 그는 나를 눕혔고 나는 뜨겁게 타오르는 그의 눈을 뚫어질 듯 바라본다.

아~오늘은 태양의 뜨거운 불길 속으로 주저 없이 뛰어들고 싶다.

다음 수업은 과학 시간...
오늘은 천 년 만에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날...
그는 뜨거운 태양, 나는 신비로운 달...

달이 뜨거운 태양을 탐을 낸다...
내 입술이 그의 입술을 덮으며 개기일식이 시작된다.

그의 입술이 가려지며 어둠 속에서 태양과 달의 비밀스러운 속삭임이 시작된다.

지구에는 태양과 달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가득 울려 퍼지며 

태양과 달이 만들어낸 바다에 파도가 출렁거린다.

일식을 끝내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태양은 천천히 달의 가녀린 목덜미로,
깊이 파인 쇄골로,
봉긋한 가슴으로 내려오며 아득하고 신비로운 세계로 이끈다.

달의 잘록한 허리에 태양의 따뜻한 숨결이 닿을 즈음, 달에게 별 하나가 반짝거리며 인사한다.
달은 태양이 그곳에 오래 머물러주길 바랐지만
태양은 달의 마음을 모르는 척 애태우며 이곳저곳을 탐사한다.

달에게 놀러 왔던 별빛이 희미해질 때까지 애를 태우다가 

다시금 허리에 더욱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 순간 하나의 별이 여러 개의 별을 만들어내며 밝게 빛을 뿜어낸다.

달은 문득 지난 꿈에 보았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달이 그에게 말했었다.
(와~저 머리핀 참 예쁘다.)
아무 대꾸 없이 한참을 걷다가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잠시 뒤에 나타나 

내 손에 쥐어준  별 모양 머리핀...
그 별이 지금 이 순간의 별이 되어 나의 뇌 속에서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린다.


이어지는 수업은 게임으로 즐기는 체육 시간이다.

먼저 다트 게임!  
핑크홀 전체가 다트판,
그의 손가락이 다트핀.
핑크홀의 곳곳에 숨겨진 스팟들을 명중시키는 게임이다.

그가 다트핀을 던지자 10점짜리 웅웅스팟에 정확히 꽂히며

헉! 자기야~바로 거기야!  좋아~^^  
팡파르 소리처럼 나의 신음 소리가 터진다.
이번에는 다트핀의 방향을 틀어 핑크홀 이곳저곳의 스팟에  명중시키니  
어머! 진짜 최고야!  
환호성과 함께 폭죽이 파바박! 터지며 뇌의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핑크홀이 쩌렁쩌렁 울린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100점!
역시! 그는 (섹스)다트의 신이었다!
보너스로 나의 키스를 받고~^^


다음은 높이뛰기!

후아~높이뛰기 바가 생각보다 높아서 덜컥 겁이 나지만 그를 믿고 용기를 내어본다.
아자아자! 할 수 있다!
높이 뛰어올라 저 너머의 그것을 꼭 느껴보리라!  

그는 내가 힘차게 도움닫기를 할 수 있도록 음핵을 다양하게 자극해주고 

나는 힘차게 높이 뛰어오를 기세로 기를 쓰고 느껴본다.
눈을 질끈 감고, 허리는 한껏 휘어지며 공중에 붕~뜨고...

음...헉! 자기야~나 느낌이 왔어!
조금만 더...조금 더 높이...
아~~쌀 것 같아...

주변에 손에 닿는 기둥을 겨우 붙잡고 느낌을 쥐어 짜 보지만  뛰어오르다 털썩! 

다시 도움닫기-점프!-털썩!...
수없이 반복해 보지만 넘을 듯, 말 듯...
안타깝게도 결국 뛰어 넘질 못한다.
무지개 너머 저 하늘 어딘가에 있을 내가 동경하는 그 세상을 나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하지만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

내가 그 세상에 오를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온 몸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응원해주는 그가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이 그저 행복하다.
그 세상에 오르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절대 조급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나는 더없이 행복하게 이대로 구미호로 남는다 해도 아쉽지 않을 것 같으니...

지금의 행복을 누리며 시나브로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언젠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새벽을 가르며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도록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이제야 모든 수업이 끝이 나고 핑크홀의 문이 닫힌다.

지금 이대로 서로를 품에 안고

당장 죽어도 좋을 만큼의 행복을 고이 고이 마음에 담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가 집에 도착할 무렵 동녘 하늘이 벌겋게 밝아오는데 참 멋지더라며

언젠가 우리가 같이 느긋하게 감상할 날이 있겠지~라는 그의 말에 심쿵~!

그 사랑 덕분에 나는 단 30분의 잠으로도 하루를 버틸 만큼 충분히 행복했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

자기야~사랑해~~^^
오늘 정말 최고였어~
행복해!


# 에필로그

(구미호) 자기야~나 사랑해?
(미개인) 그러~엄! 사랑하지~
(구미호) 그러면 내가 어떤 모습이라도 상관없이 나 사랑하는 마음 변하지 않을 거지?
(미개인) ...너 정체가 뭐야?
(구미호) ...나 사실은~구...미...호!
(미개인) 허걱! 그럼 나 잡아먹으려고?
(구미호) 아니야~난 약속을 잘 지키는 착한 여우야.절대 안 잡아먹을게.  
  대신 날 진심으로 사랑해야 돼. 약속 꼭 지켜줄 거지? 자~고리 걸어.약속!  
(미개인) 여우를 어떻게 믿냐?
(구미호)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약속을 믿어야지.
(미개인) 어쩌지? 그런다고 할까? 말까? ㅋㅋ
(구미호) 날 믿어줘~제발...
(미개인) 알았어~약속! ^~^
(구미호) 고마워~^^
(미개인) (그래도 조심은 하자,미개인아.)

(구미호)나쁜 요괴가 날 모함해도... 

  내가 혹시라도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변함없이 날 사랑해 줘~^^
  계속 내 옆에 있어 줄 거지?  사랑해 줄 거지?
  천 년 전 내 어미처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지?
(미개인)그래!  약속 꼭 지킬게!  사랑해~^^

(구미호) 나도 사랑해...(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당신만을...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