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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덕분에


BY 2008-01-01

한국 문단은 더 깨져야 한다\"

노혜경 시인, 한국문학 위선과 기만 고발

윤성효 기자 ysh@ohmynews.com

ⓒ오마이뉴스 윤성효

\"한국문단은 더 깨져야 한다. 문단 바깥 사람들도 한국 문단의 위선과 기만을 지적하고 있다. 이제 문인들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26일 저녁 김해여성복지회관에서 여성문화모임 \'살류쥬\'(회장 장정임)가 마련한 토론회에서 노혜경(부산대 강사) 시인이 한 말이다. 강준만 교수의 최근 저서인 <한국문학의 위선과 기만>을 중심으로, 현재 우리 문단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보기 위한 자리였다.

노혜경 시인은 \"강준만 교수의 책 내용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결단을 내려 행동하도록 만든 책\"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한국 문학의 \'병폐\'를 여러 가지 지적했다. \'텍스트 중심주의\' \'지독한 남근주의\' \'학벌중심주의\' \'문언유착\' 등을 꼽았다.

\'텍스트 중심주의\'는 \"소위 \'미학주의\'라 할 수 있는데, 문학 작품 안에 담겨 있는 의미만을 좇다보니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본다\"며, \"최근의 미당문학상 제정도 그 한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노혜경 시인은 \'문언유착\'은 이문열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문열은 이데올로기화 한 정치세력과 수구언론, 수구언론에 빌붙은 문단 세력의 3박자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노혜경 씨.ⓒ오마이뉴스 윤성효

노혜경 시인은 \'텍스트 중심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 때문에 우리 문단의 병폐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80년대초부터 시 창작 활동의 경험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80년대는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죽어나가는 시대였다. 그런데 서정주와 같은 문인들은 상투적인 표현으로 시를 썼다. 문학이 사회변혁에 복무해야 한다는 부분을 소홀히 생각했다. 나도 그들처럼 시를 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부끄러웠고, 지금 그 시들을 보면 낯이 뜨겁다.\"

노 시인은 제도권 교육 현장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는 시를 총체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시어가 어떻다고 하면서 시를 기계적으로 가르친다. 이런 속에서는 제대로 된 감수성을 길러주지 못한다. 오히려 텍스트 중심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그리고 교과서 시 수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 보면 교과서에 실린 시를 쓴 시인에 대해서는 무한한 존경심을 갖는다. 교과서 편찬자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그런데 편찬자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그들은 기자들의 영향을 받고, 기자들은 문학 평론가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잘못된 고리의 시작이 누구인지 따져, 그것을 깨야 한다.\"

▲장정임 씨.ⓒ오마이뉴스 윤성효

문단에서 \'자기 패거리 생산\'이 심하다고 비판했다. 미당과 \'미당 패거리\'들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우리나라에 시인이 2000여 명 가량일 때 조사를 해보았더니 \'미당 패거리\'에 들 수 있는 시인이 절반을 넘는 1100명에 이르렀다. 미당과 그 \'패거리\'들은 자기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인은 등단시키지 않았다. 자기와 닮은 시를 쓰는 시인만 생산해냈다. 시와 시인의 행동은 달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시를 쓰려면 미당처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혜경 시인은 \"한때 서정주가 문단 밖으로 밀려난 때가 있었는데, 완전히 밀어내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80년대가 그랬다. 민족민중문학이 우리 문학의 주류였다. 이때 미당은 중심에서 밀려났고, 80년대 미당은 죽은 시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떤 시인들은 미당을 \'극복할 수 없는 거인\'이라 말하기도 했지만, 미당은 한 마디로 말해 우리 문학의 \'시체\'였다. 80년대 민족민중문학은 미당이란 \'시체\'를 치우고 간 게 아니라 비켜갔던 것이다. 당시 미당을 치우고 갔더라면 최근의 \'미당문학상\' 제정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미당이 우리 문단에 \'부활\'한 때는 90년대 후반기 <화사집> 발행 50주년 기념행사가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화사집>이 어떤 시집인가. 고급종이에다 100부만 낸 시집이다. 자기가 \'자기 시 좋다\'고 선전한 시집이다. 문단에 이슈가 없던 때 보도거리로 충분했고, 출판사는 <화사집>을 재발행했다. 그러면서 미당시선집 증보판을 냈다.\"

노혜경 시인은 \'남근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신이 들은 문단의 성추문 사건을 털어놓았다.

\"박아무개 사건이 벌어진 뒤 갖가지 제보가 있었다. 지금도 입을 열면 누군지 알 만한 문인이다. 제보자는 지방의 한 여성 시인이 세력있는 문단의 남자 시인들로부터 입에 담지못할 성적 폭력을 당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자 남성 시인들이 한동안 칩거한 적도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해지역 문인들이 많이 참석한 가운데 밤 늦게까지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