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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너 결혼하니? 난 독립한다!


BY 2007-11-21


너 결혼하니? 나 독립한다!

     
20,30대 여성들의 홀로서기

조이여울 기자
2007-11-20 06:28:35


일다의 첫 책 <나, 독립한다>의 20대, 30대 저자들은 이제 막 인생에서 홀로서기를 시도하며 겪는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다 사무실에서 만난 세 명의 여성들은 각자 생각하는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립이 아닌, 보다 넓은 유대관계’를 꿈꾼다고 말했다.

독립이란, 나를 향한 약속이었다

김희수(<도시 사막 한가운데서>의 저자): “글을 쓰는 건, 사실 일기 쓰듯이 뭔가 마음 속에서 들끓고 있으니까 뇌를 좀 정지시키기 위해서 마음 좀 편안해지기 위해서 쓰겠죠. 뭔가 맴돌고 있는 말들을 그냥 썼던 건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많이 위안을 받았어요. 이런 얘기를 누군가에게 해보고 싶었어요. 왜 다들 이런 얘기를 못하고 살지? 마음대로 섹스하고 싶고, 마음대로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집을 나왔다고 하는 것이 왜 얘기 못할 것이 되는 거지? 이런 생각도 들고. 그냥 별 것 아닌 것들인데.”

권정연수(<환절기>의 저자): “저는 희수님 글이 정말 좋았던 게, 청소를 안 하면 화장실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그리고 개미들이 꼬이고 물이 새고…. 이런 것이 정말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경험이잖아요. 그런 경험들을 글을 통해 느낄 수 있고,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독립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면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20대 여성들이 독립했을 때 ‘아, 나는 정말 독립이 필요해’ 하고 독립하는 게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그렇게 나온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게 살 줄 알았는데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거예요. 오히려 집에 손 벌리는 경우가 많고, 엄마의 가사노동을 그대로 끌어다 쓰는 거에요. 엄마가 한 달에 한 번씩 와서 청소해주고, 반찬도 공수해주고. 엄마도 그걸 해주시고, 본인도 거부하지 않는 거죠. 그렇게 하다 결국에는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떤 친구는 ‘집이 역시 편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정희선(<발아래 별이 있다>의 저자): “저도 만약 남들처럼 엄마라든지, 가족간의 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서 내가 원하면 도움 받을 수 있는 관계였다면 아마 나는 또 집으로 들어갔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가족관계가) 완전히 끊기고 나니까 독립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던 거죠. 오히려 그게 나한테는 전화위복이 된 거죠. 굉장히 나쁜 상황인데 장기적으로는 나한테 좋은. 반대로 말해서 지금 편하고 좋다고 느끼는 게 나중에는 내게 독이 될 수도 있고.”

권정연수: “제 경우는 동거로 인해 생활에 큰 변화가 있어서, 그런 것을 써보자 했어요. 정서적인 독립을 얘기하다 보니, 여러 면으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과거도 생각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쓸 때는 몰랐는데요. 쓰고 난 후에, 글에서 얘기했던 나의 문제점들을 다시 부딪치게 될 때, 글 쓸 때 다짐했던 것들이 떠오르는 거예요. 나 그러지 않기로 했었지 하고, 내 의존적인 행동을 멈출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느낀 게, 글을 쓰는 건 나 자신과의 약속이고 나의 신념이기도 하다는 거였죠. 나는 달라질 수 있다는, 독립적이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자신을 향한 약속이었구나. 공인된 약속 말이에요.”

정희선: “저도 글 쓰는 과정에서 변화가 많았죠. 우선 정기적인 수입이 생겼고,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됐고. 예전에 나는 항상 나한테 없는 뭔가를 생각하고, 그만큼 현실에 서투르고 적응을 못했어요. 글을 처음 쓸 당시에도 많이 힘들었고, 쓸 것도 없어서 후회되기도 했는데, 그 때가 이제 막 다른 상황으로 넘어가는 길목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문이 열리는 걸 느껴요.”

“상황이 특별히 좋을 것은 없는데,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많이 바뀌는 거죠. 빚도 많았는데 이제 좀 정리가 되고. 누구의 원조를 빌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는 엄마한테 김치 한 조각 안 얻어먹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나는 사람들한테 나도 살아보니 되는데, 너는 대학도 잘 나왔고, 빚도 없고, 젊은데 뭐가 걱정이냐 그런 말 하게 되죠.”

“친구가 필요해”

김희수: “집 나와 살면서, 그러니까 되게 힘들 때 얼른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내 흘러 다니는 마음을 어디다 좀 붙들어 매고 싶다, 나도 좀 편안한 마음을 갖고 살 수 없을까. 근데 딱 엄마를 보면서 아, 인생이 오십이 되든 육십이 되든 모험이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어느 순간에 인생에서 딱딱 도약하면서 사는 건데, 앞일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고, 내가 아무리 안정적인 거라고 선택을 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편안하게 주어진 길이 따로 있을 것 같지 않고. 뭔가 계속 던져지면서 그걸 넘어가고 또 넘어가고 그렇겠죠.”

정희선: “꼭 결혼뿐 아니라, 남자든 여자든 아무튼 자기 커플이 생겨서 그 관계로 자기 인생 후반기를 딱 닫아놓는 것은 누가 봐도 비합리적이에요. 현실성이 없는. 그런데 한번 결혼을 하면, 이혼한 분들도 글을 쓰셨지만, 정말 그 막막함이란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혼자 애를 키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사는 교류의 전형이 없잖아요. 가정이라는 게 다 문들로 나눠져 있어서, 그 가정 문제를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폐가 되고 발설하면 안 되고.”

권정연수: “결혼한 여성들은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 대부분이 남편의 직장동료 부인이잖아요. 주위 결혼한 친구들 보니까 그런 식으로 관계를 많이 이어가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자기 친구는 없어지는 거에요. 남편의 인맥으로 만나게 되는 친구들에겐 남편에 대한 얘기라든지, 사적인 얘길 하기 어렵잖아요. 그런 점이 안타깝죠.”

정희선: “저는 결혼 안 한 사람들이 애를 키우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함께 돌보고, 나는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존재가 무엇인지 이해를 하게 되고. 애를 낳느냐 마냐, 결혼 하느냐 마냐를 넘어서, 내가 애를 좋아하면 ‘내가 낳을까, 남의 애를 봐줄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나는 애를 안 좋아하는데 노인하고 친구가 될까, 그런 유대관계가 상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희수: “동네에서 세대 별로 다 모여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야 되는데….”

정희선: “20대 때 친구들, 선배들 하고 관계를 죽 유지하되 조금 나이가 들면 모여서 살고. 같은 집에 살 필요도 없고 사생활을 다 나눌 필요도 없지만, 한 동네 살면서 뭐라도 하나 나눌 수 있잖아요. 공동구매를 김치 같은 걸 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도 도움이 되요. 20대 때 그런 설계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근데 결혼하면 그게 쉽지 않죠. 하지만 뭐, 결혼하면 절반은 이혼하고 그러니까 돌아오게 되어있어요. (모두 웃음) 마음 맞고 코드 맞는 친구들을 아주 밀착한 관계는 아니더라도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나중에 근처에서 살고 원조해주면서, 일요일 날 모여 밥 한 끼를 먹자, 그런 것도 큰 위안이 되죠.”

담장을 넘어 ‘새로운 유대관계’를 꿈꾼다

권정연수: “독립해서 살아가려면 친구는 진짜 필요한 것 같아요, 정말. 친구를 만들고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그 관계에서 자신을 열어놓으려면 용기를 내야 하죠. 하지만 그게 쉽진 않죠. 너무 오픈하면서 모든 관계에 기대고 집착하고 그런 건 안 좋지만, 내 경우는 아예 닫아버리곤 했으니까. 사람이 살려면 숨쉴 구멍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그 구멍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고, 정말 내 모든 것을 다 이해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버리는 거에요. 그게 안 좋은 것 같아요. 한 사람과의 관계에만 매이면 안 되죠.”

김희수: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즐겁게 사는 사람이 보기에도 즐거운 거지, 만나서 즐거워지려고 애쓰는 사람은 옆에서 보기에도 힘들어요. 근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권정연수: “저는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던 게 상당히 부담이 되었어요. 내가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어하는가, 그런 생각보다 남들이 나한테 무엇을 원하는지, 그 기대에 부응하려는 게 습관적으로 몸에 베어 있어 가지고. 이제 그런 것들로부터 해방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김희수: “저도 그런 면이 좀 있어서, 나는 왜 이걸 못할까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학대하고. 거기에 어떻게든 맞추려고 하니까. 사실은 그게 안 되어서 다 티가 나는데, 자기 스스로 즐겁다고 자꾸 잘하고 있다고 믿는 거죠. 하지만 정말 그런가? 그 뒤로 돌아오는 그 외로움과 쓸쓸함은 어떻게 할 건데? 하는 질문을 하게 되죠. 즐겁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살면 잘 사는 건지 찾으면서 왔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게 제일 힘든 과제죠. 완벽주의를 버리고, 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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