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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내고...


BY 2006-01-17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굴레..인생..그리고 죽음..

 

고맙게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아직도 내 칼럼방이 살아 있음에 고개 숙여 봅니다.

고맙습니다...

 

그녀의 전화를 받은 것은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서서였다.

우선은 사주 넉자리를 받아 놓고, 한시간 후에 전화를 주십시요..라 했다.

물어 물어 온 것이니..지금 피곤하니 다음에 합시다..란 말을 건넬 수 없었다.

방학이라 어수선한 집은 가히 아이들 밭이고..그 밭은 여전히 엉망 이었다.

대충 묻는다.

밥은 먹었니..간식은 무엇을 먹었고..해 놓을 쬐금의 공부와..학원은 잘 다녀왔니..

밖에 나가면 잘 나가는 엄마라도 집에 오면 난 4식구의 꼬붕이다...쩝

모두 안아준다.

기가 모이는 느낌은 역시 아이들의 감촉을 느낄때다..내가 엄마이어서 행복할때..

음..사랑해요..

종일 있었던 일을 오자도 없이 술술 털어들 놓는다.

지 에미 말하는 직업 아니랄까봐서리..말들은 기막히게 한다.

옹알옹알.

두시럭을 떨다보니 시간은 곧장 갔다.

그녀의 전화가 올때다..

기를 모으고 사주를 푼다.

.....이런 이런 ...이렇겠구나..

어김없이 한시간 후 정확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분명 그녀는 나의 추리를 듣기 위해 한시간 동안 수없이 시계를 보았으리라..

이런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정신일도가 된다.

잠시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내가 푼 일면의 이야기를 죽 늘어 놓았다.

이 여자가 맞출까? 못 맞출까!  분명 그녀는 그런 자세로 내 말을 경청했으리라..

나도 한때는 이런적이 있었지..

 

남편과 떨어져 있겠고..아이는 둘 정도...성격이 이러니 이런것은...

그리고..상처가..

말문을 트이게 하는 것은 불과 5분도 안된다.

그녀의 무거운 입은 맞춘다는 개념을 떠나 내 안으로 들어오기를 시작한다.

 

..남편이 부도를 냈어요..아주 많이..시댁의 어른들 돈까지 다..날렸어요.

그냥 살아도 될텐데....그만 다..까먹었어요.

지금은 외국으로 피신한 상태인데..이혼 하려고 해요.

근데 요번에 우리 애가 수능을 보았어요. 붙을까요?

저도 일을 가지려고 하는데..무슨일을 하면 좋을까요?

이사도 해야하고..몸도 아프고...문제는 남편 이예요.

제가 원래는 교사였는데..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할때 수 많은 것을 생각했다.

과연 내가 남에게 사주 봐준답시고..그들의 인생에 해(害)가 되면 어쩌나..

바다해(海)가 되어야 할텐데..

그녀는 두서 없는 질문을 쏟아 부으면서도 서러운 자신의 이야기를 다 알것 같은

나에게 사주 이상의 것을 다 늘어놓는다.

그러던중..

일찍 낳은 자식은 키우기 어려울 것이며...그녀의 흐느낌이 거세진다.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큰 아이를 잃었단다.

에그머니나..한숨이 깊게 쉬어진다.

자살지액도 들었다.

혹시 세상 떠날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아니나 다를까 얼마전에 약을 먹었고..응급실에 실려 갔단다.

졸졸 흐르는 물처럼...그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급식도 안시켰어요. 제가 점심을 매일 싸다 줬어요. 특히 글쓰기를 잘 했고..

영재 학교에 다녔어요. 학교에서 상을 타면 한번도 빠지지 않고 최고의 상를 탔죠

토요일 마다 아이를 데리고 교보문고까지 갔어요. 가장 좋아하는게 책 보는 거였어요.

그땐 참 행복했어요. 남편도 애를 무척 예뻐했어요..\'

 

엉켜져 나오는 소리는 가슴을 조각내기 시작한다.

 

\' 모두 그래요 신이 시기를 해서 데리고 간 거래요..너무 예뻐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순간 나도 신이 미워진다.

나의 신조로 보았을때..사람이 살려고 애를 쓰고 살지..죽을려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도대체 신은 왜 이 여인에게 이렇게 혹독한 시련을 주셨냐는 것이다.

문제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용신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조금 후 였다.

답은 역시 그녀의 몫 이었다.

 

\' 만약 제가 이런 시련이 없었으면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줄 알았을 거예요\'

 

처음에 유난스럽게 거치장을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 본래의 제 모습을

찾기 위해 스스로 그 길을 뚫고 있는 것이었다.

 

사주란 울다 보면 웃을 일도 생기고 웃다 보면 잠시 돌아갈 일도 생기는 법이다.

시련이 있다해서 죽으란 법이 없고...잘 나간다 해서 벼랑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돌아봐야 한다.

혹여 내가 벼랑끝이라면 벼랑 밑을 보며 내 여기로 떨어지면 뭐하나..자살은 승천도

못하고 구천을 떠 돈다는데...

 

순간의 맘을 다스리는 일.. 그것은 산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인 것이다.

 

오늘 그녀을 통해..난 우리 아이들의 안녕을 기원 했다.

힘들었던 기운은 다 빠져나가고..밝아진 그녀 만큼이나.. 내 맘도 그래졌다.

 

엄마 엄마 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엄마.

그녀도 이 이름은 잃지 말고 굳건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