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절에 올라갔습니다.
나무와 나무의 울창한 숲 사이로 자벌레들이
길게 발을 늘어트렸습니다.
작년 이맘때도 그렇고, 올 이맘때도 그렇고..
내년 이맘때도 그렇겠지요..
자연은 늘 변함이 없습니다.
계절에 순응하며 변한 듯 변하지 않는 듯..
그렇게 잘 살아갑니다.
온 천에 꽃과 푸른 새순이 길을 열어주니..마음도 맑고,
머리도 맑고, 기운도 맑아지는 기분 입니다.
무릎을 꿇고 부처님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드립니다.
드리고 드리고 또 드려도 늘 마음은 참회로 가득 찼습니다.
\" 옴 살바 못자 못지 사다야 사바하 \"
내..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이 입으로 많은 죄 짖지 않을까!
지금도 내일도 그 다음 생도...마음 자리 찌릿해 옵니다.
오늘..잘 아는 분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지금처럼만..지금처럼만 하시면..나중에 훌륭한 분이 되실거예요\"
이말을 쓰기까지 제 손이 좀 떨립니다.
사실 전 자격이 없거든요.
단..제가 공부한 것을 좀 풀어 먹고 사는 것이지..훌륭 이런 단어를
떠올릴만한 목이 되지는 못합니다.
과찬이신것을 알면서,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자랑도 할 것입니다.
여보 난 당신 꼬붕이래도 나가면 이런 소리도 듣고 산다우..
당신은 들어? 못 듣지!
웃고 있는 얼굴이 그림 그려집니다.
재미있습니다.
가끔 저는 부처님에게 반문 합니다.
\" 부처님 깨달아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 고생을 해요
모르고 그냥 살면 안돼요? 왜 깨달아서 우리에게 숙제를
주냐구요..나 원 참..
고달파 죽겠는데 그냥 대충 살라그러지..뭐 깨닫고 자시고
하라고..뭐 때문에 지혜를 알라 하고 말야..참..힘들어서\"
부처님이 웃고 계십니다.
철학서를 보든 성서를 보든..
\" 왜 이런 것은 알아가지고...할 일도 없었나 보네..
공자왈 맹자왈 사는데 뭔 보탬이 된다고..사상은 또 뭐야
알아 봐야 머리통 뚜껑만 열렸다 닫혔다하고..오호통제라\"
결론은 \" 누가 보래니!..\"
혼자 찢기도 하고 까불기도 했다가 혼자 진빠지면 앉아서
다음 단계의 화두를 머리속에 또 집어 넣습니다.
믿음이 주는 힘이 여기에 있습니다.
믿는 다는 것은 이것 저것 가리지 않습니다.
동양의 학문은 전제가 있다 부터 시작을 하고..
서양의 학문은 전제를 향해서 나가는 것이라 했습니다.
동양의 학문은 심증과 추리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 냅니다.
서양의 학문은 이론과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내지요.
모두 깨달음의 시작 입니다.
지혜를 알아가고 부터는 믿음이 수반이 되는 것이지요.
또 다른 무엇인가를 터득 할 수 있게 다음 단계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인간의 힘으로는 측정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믿음의 가치를 무엇으로 알 수 있겠어요.
혼자 공상거리며 부처님 앞에서 지론을 펼칩니다.
부처님 그저 앉아 웃고 만 계십니다.
다 공상거리고 난 후..
번득..그래 맞어..다시 돌아가라 그런다.
내 머리속에 다시 돌아가라 그럽니다.
다시 또 시작하라 그럽니다.
부처는 부처고 사는 것은 \'나\'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지금 살고 있는 그 자리가 너의 최선의 방편이다.
나 자신에게 내가 말을 합니다.
믿음의 힘은 부처님이 말을 해 줘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화두를 알고, 그 화두의 정점을 찾아..그 길을
열어주는 것이란 걸..느끼게 됩니다.
그 믿음에 좀 더 커다란 소스로 부처님의 말씀과 성인들의
말씀이 밑바탕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래..
내려올때 마음은 눌루랄라 입니다.
신이 나고 좋습니다.
늘 비우고 깨닫고, 다시 찾아오고..그게 사는 재미입니다.
원래는 아무런 화두도 없다가..갑자기 생기면
그 화두를 풀기 위해 고심하고 찾고 말하고..
인생사 그러면서..노래하면서 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분을 많이 봅니다.
아침엔 슬퍼서 울다가..
실컷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실컷 욕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실컷 웃고 나면 내일이 보입니다.
이게 내가 사는 모습이고, 깨달아 가는 과정입니다.
믿음에는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믿음의 속에는 심오한 가치관이 숨어 있습니다.
믿음이 존재하는 한 사람의 인성은 늘 맑다는 거..
감히 말하고 싶군요.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저 세월을 잡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슬픔과 기쁨속에
우리도...
발은 지쳐 타박타박 내려와도 머리는 재미가 주렁주렁
열립니다.
믿거나 말거나..
내 마음의 주인공은 오늘도 술한잔 했습니다.
숲사이로의
빛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겠지요..
오 찬란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