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셨어요?\"
\" 여기..\"
주춤 거리면 들어오신다.
\" 앉으세요\"
앉으시면서도 조심성이 대단하시다.
내 집에 오시는 분의 유형은 다각적이다.
집안의 소소한 일에서부터..
결혼 문제에서 부터..
남편과의 갈등에서 부터..
애들의 적성 부분에서 부터..
외도..
이혼..
사업..
출생..
죽음..
운수대통의 길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인생의 잡동사니를 풀어 놓고 수습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이다.
그러기에 많은 사연과 많은 가치관과 많은 방편들이 서로
공존하고 깨우치기 위해 노력하는 곳 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난 감초다.
오늘도 난 흥분한 감초였다.
\" 아니 그런 불안당 같은 놈이 어디 있어요 으이구\"
가슴을 친다.
죄 없는 가슴만 아프다.
남편을 잃었다.
5년전에..
애들 둘을 데리고 산다.
먹거리는 걱정이 없다.
시댁의 원조도 있고, 벌어 놓은 돈도 있다.
\'외로움\' 란 걱정 밖에는 없다.
물론 이것이 가장 크지..
성격 좋은 탓에 친구도 많다.
긍정적인 사고로 사람과의 갈등도 적은 편이다.
성격분석도 그렇게 마쳤다.
근데..
이 여인은 지금 무척 불안과 공포에 대인 기피증까지
있다.
이건 내가 본 그녀의 눈빛 이다.
눈은 창이어서...눈의 색과 눈의 흔들림만 보아도
감초는 대충 안다.
말해 보세요..왜 흔들리는지..
\" 친구가 있어요. 아주 친한 친구가..\"
\" 그런데요?\"
\" 친구 남편과도 아주 좋은 사이였어요\"
\" ...\"
\" 그런데..(울먹이며) 얼마전에..하루는..\"
화장지를 꺼내줬다.
\" 하루는 친구 남편이 우리 집에 잠시 오겠데요\"
\" 왜요?\"
\" 친구가 맛있는 걸 했다고 가져다 준다고...\"
짖은 눈물을 쏟는다.
화장지를 한움큼 빼서 줬다.
느낌이 이상타.
\" 그런데..와서는..\"
엉엉 거리며 운다.
죽일 놈이 겁탈을 시도한 것이다.
웃 옷이 다 찢기고 가슴이 다 들어나 겨우겨우 바등거려
방으로 피해..욕은 피했단다.
그 뒤 사람과의 모든 행동을 일체 끈었단다.
당연한 처사다.
이런 경우는 사주 보면서 처음이다.
수리로 액은 있었지만, 이런 기운의 액은 처음이다.
그럼 전환점은 어딘가!
\" 신고 해본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뜨악한지 쳐다본다.
\" 신고를 어떻게 해요. 애도 있고, 부인도 친구인데..\"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지 모른다.
허나..
분명 벌은 받아야 한다.
이건 삼자의 생각일 뿐이다.
\" 답답 하군요\"
고개를 끄덕인다.
\" 바보 아니시잖아요\"
...
\" 지금 이 상황은 언니 잘못 하나도 없어요
근데 왜 언니가 피해를 보고 있어요?\"
흐느낀다.
\" 잘못한 놈은 누군데.. 사람 같지도 않은
놈으로 인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야 하냐구요\"
눈이 부었다
머리를 그적이며, 난 내 답답한 심정을 털어 놓는다.
\" 그 놈 사람 아니예요\" (속은 흥분이다)
말을 꺼낸다.
\" 무서워서 잠을 못 자겠고, 하루하루가 왜 이러나..
남편 없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왜 그런 놈까지..\"
여자의 몸은 묘해서 끼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주가 있다.
몸 자체의 색은 타고난 것이므로.. 이것은
아무리 몸 가짐을 바르게 한다고 해도, 욕을 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예전엔 기생 팔자라 그랬다.
\" 언니..\"
조용히 불러 놓고 말을 할 수 없었다.
\"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헌데 움추린다고 문제가 해결 되지는 않아요
이사를 가는 방법도 좋겠어요. 친정 옆으로나 시댁 옆으로
가세요. 그리고.. 언니가 재일 편한 곳이 어디인가 생각해
보세요. 나..거기가면 참 편하더라..그래도 내가 믿을 곳이다
생각나는 곳..거기가 어디예요?\"
\" 글쎄..\"
\" 언니 여기 올 정신이면, 분명 아직 정신차릴 힘은 남아 있거든요!
정신 바짝 차려서 애들한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지요\"
\" 그날 일만 생각하면 진짜 죽고 싶어요\"
\" 아니요. 왜 그런 미친 놈 때문에 죽어..더 잘 살아서 보여줘야지
니 놈이 날 욕 보여! 그래 한번 더 덤벼봐라..애들 둘이나 키우면서
그런 악다구니도 없이 어떻게 혼자 세상 풍파 이겨갈래요
참 바보 같은 소리\"
쓴 웃음이다.
사람은 가지가지의 아픔을 지니고 산다.
아픔의 종류는 내가 만든 것도 있지만,
타인의 의해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내가 만든 아픔보다 타인의 의해 만들어진
아픔은 더욱 말을 못하고 끙끙 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중요한 극복의 힘은 자신의 변화에서 온다는 것이다.
그 나쁜 아저씨도 사람이라면 자신의 실수를 깊이 반성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선과악을 같이 공존하기에 저울질이 잘못
되었을 경우 실수를 하게 되는데..
그 중용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럭저럭 마음이 풀린 언니는 좀 정리 된 상태로 집으로 갔다.
아..사람이 무섭다.
나도 내가 무섭다.
저울질이 잘못 되어 어느날 휙 마음법 잘못 쓴다면..
나도 그런 인물이 된다면 어쩔까..
꽃가루가 바람을 탄다.
정처 없이..하염 없이...제 안식처를 찾아 바람결을 탄다.
꽃가루는 발길 닿는 곳이 내 곳인데..
생각하고 마음 있는 사람은 왜 서로를 두려워해야 할까!
꽃가루야 오늘은 니가 더 자유롭구나...